FASHION

영앤생은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 중이다

따뜻한 스프집 운영을 꿈꾸는 패션 디자이너 듀오, 영앤생의 홍연신과 이상림.

프로필 by 서동범 2025.03.23

UNEXPECTED BEAUTY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좇으며,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 중인 패션 디자이너 듀오. 2025년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 리스트에 올라 더욱 주목받고 있는 영앤생(Young n Sang)의 홍영신과 이상림. 이른 봄비가 내리던 어느 일요일 오후, 파리로의 출국을 앞두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하퍼스 바자 2018년 브랜드를 론칭한 후 파리, 런던, 밀라노에서 컬렉션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다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상림 미국 사바나예술디자인대학(SCAD)에서 패션 디자인 과정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해외 활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브랜드를 론칭하며 영앤생의 방향성이 해외의 다양성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기를 정해 놓진 않았어도 언제나 국내 활동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다. 건강과 개인적인 이유로 2023년부터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하퍼스 바자 영앤생 아틀리에는 서울이 아닌 안양에 있다.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홍영신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둘 다 안양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초중고를 나왔다. 유학 후 한국에 돌아오니 가족과 더불어 여전히 모든 기반이 안양에 있었다. 영앤생 컬렉션은 원단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게 아틀리에에서 손수 이뤄지며, 해외 세일즈와 온라인 중심이기에 굳이 서울에서 시작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양 아틀리에를 정리 중이다. 브랜드가 조금씩 성장하고 알려지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잦은 방문과 고객들의 니즈 등으로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

하퍼스 바자 영앵생의 홍영신과 이상림은 2006년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했다. 오랜 인연이다. 서로의 첫 만남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와 이력도 궁금하다.

홍영신 매우 긴 이야기지만, 15살 때 버디버디를 통해 상림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표했다.(웃음) 시작부터 서로 대화가 잘 통했다. 당시 둘 다 빈티지 의류에 빠져 있었고, 같은 관심사로 인해 급속도록 가까워졌다.

이상림 이후 시간만 나면 둘이 빈티지 의류와 원단을 찾아다녔다. 그때는 즐거운 취미로서의 시간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대학교 진학을 위해 함께 미국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 시절 둘 다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해 미국 디자이너들을 동경했기에, 미국의 도시와 학교를 알아보던 중 조지아주 사바나의 환경에 매료되어 SCAD에 진학했다. 그리고 우리만의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과 브랜드를 구상하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하퍼스 바자 컬렉션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베틀이라는 직기를 사용하여 수작업하는 핸드 위빙 기법은 브랜드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다. 이 전통적인 방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홍영신 SCAD에는 파이버(Fiber)라는 원단섬유과가 있다. 워낙 소재에 관심이 많아 파이버를 부전공 했는데, 그곳에서 베틀로 원단 제작을 배우며 직기를 알게 되었다. 이후 디자인 작업 시 자연스레 원하는 소재를 직접 만들게 되었다. 그게 시작이었지만, 브랜드를 론칭하면서는 좀 더 전문적으로 베틀 직조 시스템을 갖추길 원했다. 하지만 이 분야 기술에 대한 수요나 공급이 많지도 않고, 지식에 대한 한계로 지금 아틀리에의 직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장장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퍼스 바자 특히 시그너처 라인은 영앤생 아틀리에에서 컬렉트한 빈티지 의류들을 해체해 실로 원단을 직조한 후 수제작한다.

이상림 빈티지 피스는 우리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엄청나게 쌓인 빈티지 의류를 뒤질 때부터 의류를 해체하고 업사이클링하는 작업까지 그 희열감은 상상 이상이다. 영앤생이 추구하는 아름다움, 즉 예상치 못한 상황 속 ‘언익스펙티드 뷰티(unexpected beauty)’를 표현하기에 이만한 소재와 모티프가 없다.

하퍼스 바자 시그너처부터 스케치 라인까지, 다양한 컬렉션 라인을 전개한다.

이상림 시그너처, 핸드 우븐, 어스, 오가닉 그리고 스케치까지 다섯 가지의 라인으로 구성된다. 그중 가장 최근에 전개한 스케치 라인에 빠져 있다. 스케치를 하듯 머릿속 구상을 하나하나 더해가고 지워내며 바로 옷을 제작하는 작업 방식이 신선하고, 또 하나의 자유로움을 준다.

하퍼스 바자 전통적인 방식으로 컬렉션을 선보이지만, 이국적인 감성의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 프린트도 돋보인다.

이상림 영앤생 컬러의 일부분은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의 색감이 담겨 있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컬러와 자유로움이 존재한다.

홍영신 아! 만약 그곳이 아닌 뉴욕으로 유학을 갔다면 지금 컬렉션의 색감과는 다르지 않을까?(웃음)


하퍼스 바자 최근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데 영앤생에게 지속가능성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에 대한 생각과 이를 실천하는 인상적인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있나?

이상림 지금은 브랜드 자체를 유지하고 지속하는 힘이 바로 지속가능성 아닐까? 새 제품보다는 빈티지 의류를 좋아하는 성향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어느새 조금씩 환경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갖게 되더라.

홍영신 이탈리아의 지인 중 올리브나무 등 천연 소재를 사용하여 오일부터 패션까지 접목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있다. 우연히 한 패션 행사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올리브 오일과 비누 그리고 티셔츠 등을 전시하며 자연스럽게 프레젠테이션하는 모습이 천연 제품과 더불어 너무 매력적이었다. 환경을 위한 대단한 의식과 공정 작업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이런 작은 실천과 자연스러움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하퍼스 바자 인스타그램 속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등장하는 영앤생의 캠페인도 인상적이다. ‘에이지리스(ageless)’를 표방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관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데.

홍영신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자식과 부모 또는 조부모가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며 입을 수 있는 옷의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캠페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가족이다. 한번은 나의 할아버지와 가장 닮은 손주를 모델로 함께 촬영하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그 조카가 군복무 중이었다. 그래서 그의 휴가 기간에 맞추어 촬영한 기억이 있다.

이상림 워낙 대가족이다. 할아버지와 처음 사진 작업을 시작할 때였는데, 한 4시간 정도 그대로 서서 온갖 포즈를 다 해도 지치는 기색이 없으셨다. 그래서 그때 ‘아, 할아버지 재능을 이제야 찾았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가족 중 증손과 증조가 함께 찍기도 하고…. 결국 캠페인이 하나하나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 사진이자 가족 앨범이 되었다.


빈티지 피스는 우리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엄청나게 쌓인 빈티지 의류를 뒤질 때부터 의류를 해체하고 업사이클링하는 작업까지 그 희열감은 상상 이상이다. 영앤생이 추구하는 아름다움, 즉 예상치 못한 상황 속 ‘언익스펙티드 뷰티(unexpected beauty)’를 표현하기에 이만한 소재와 모티프가 없다.



하퍼스 바자 특별히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 또는 멘토가 있다면?

이상림 멘토라면 디자이너 브랜드 컨설턴트인 사라 소차니 마이노(Sara Sozzani Maino). 10 꼬르소 꼬모의 설립자이자 저널리스트 카를라 소차니(Carla Sozzani)의 딸로, 수많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했고 LVMH 프라이즈와 ITS 심사위원을 역임한 패션 전문가다. 그녀는 우리가 브랜드를 론칭한 시점부터 컬렉션과 전시를 위해 밀라노를 방문하면 쇼룸을 찾아와 영앤생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코멘트를 준다. 특히 “아웃 오브 박스(Out of box)”라고 말하며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영앤생만의 힘을 놓치지 말라는 조언이 항상 큰힘이 된다.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의 평소 모습과 취향도 궁금하다. 요즘 최대 관심사 그리고 당신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

홍영신 자수에 빠져 있다. 일과 연결된 부분이 아니라면 요리를 즐긴다. 동생들이 모두 다이닝 분야에 종사하는데 부모님은 우리의 음식이 더 입맛에 맞다고 하더라.(웃음) 아직 이야기한 적은 없는데 파리에 다녀오면 이곳 이태원 쇼룸 한쪽에 수프와 커피처럼 간단한 음식을 즐길 공간을 마련해 주말마다 오픈할 예정이다.

이상림 곧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자창 방향 쪽을 살짝 개방해 공간을 연출할 예정이다. 또 다른 환경에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부분이 기대된다. 자연스럽게 음식을 담을 그릇 제작도 생각 중이다.

하퍼스 바자 지난해 밀라노에서 선보인 프랑스 명품 패션 그룹 케링과 이탈리아 피티 워모와의 협업 컬렉션, 이탈리아 마스터 카드와의 지속가능성 협업 프로젝트 그리고 다양한 수상 경력 등.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영앤생의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상림 브랜드를 지속 가능하게, 잘 버티고 있어서?(웃음) 아무래도 쉽지는 않지만 우리만의 길을 잘 가고 있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듯하다.

하퍼스 바자 2025년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준결승)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열릴 LVMH 프라이즈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곧 파리로 출국 예정인데, 기분이 어떤가? 그리고 이는 어떤 의미인가?

홍영신 수상을 떠나 패션계의 저명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소개할 수 있어 매우 흥분된다.

이상림 그들의 피드백을 지척에서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

하퍼스 바자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나?

홍영신, 이상림 영앤생만의 따뜻한 수프집!(웃음) 주말에 시간 되면 놀러오라.


Credit

  • 사진/ Nikolai Ahn(인물, 작업실), ⓒ Young n Sang(룩북, 런웨이)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