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 세계 의료계와 공중보건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원 처방(Park Prescription)’, ‘자연 처방(Nature Prescrip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진들은 자연이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몰두하며, 이를 실질적인 치료법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처방해드릴게요. 당장 근처의 국립공원으로 가세요!” 지금 어떤 환자들은 진료실에서 이와 같은 진단을 받는다.
‘공원 처방’은 2013년 미국 시민운동가들이 ‘Parkrx’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시작해 숲과 녹지를 가까이할수록 면역계, 호르몬, 호흡기 등 신체기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다면적으로 분석한 시도다. 지난해 캐나다는 공원처방법을 국가 의료 체계의 일환으로 공식 지정했다. 2020년 11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된 이 프로그램은 의료진이 환자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팍스 캐나다 디스커버리 패스’라는 이름으로 환자에게 약 72달러 상당의 국립공원 입장권을 제공한다. 영국에서는 몇 해 전 스코틀랜드에서 자연 처방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해부터 잉글랜드 더비셔주까지 확대 시행 중이다.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RSPB)와 잉글랜드 피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관리국이 협업해, 지역 GP센터(1차 진료기관)와 정신건강센터 등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은 매달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법이 적힌 체크리스트를 제공받는다. 이 가이드에는 해당 월에 활발히 서식하는 새소리 듣기, 풀꽃 관찰하기 등의 항목이 쓰여 있다.

몇 년간 의학계가 자연 처방을 빠르게 수용하는 이유는 의료 접근성에 있다. 물론 호화로운 개인 정원처럼, 부유한 사람들은 소득이 낮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녹색 사유지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연에 노출되는 빈도는 각 개인이 지닌 다른 요소보다 조절하기 쉬우며, 건강과 명백한 연관성을 지닌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 환경 저널〉 2022년 5월호에 실린 리포트에 따르면, 미 서부에 거주하는 5백만 명의 총 의료 비용을 조사하고 위성 데이터를 통해 각 참가자의 집 주변의 녹지 공간 또는 나무의 양과 비교한 결과, 녹지에 가까이 살수록 의료비 지출이 현저히 낮다고 밝혔다. 소득이나 교육 수준, 직업 등 다른 요소는 변수를 띠지만, 오직 녹지에 대한 빈도는 건강과 분명한 연관성을 지녔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고무적인 사실은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누릴 수 있는 녹지 접근성이 꽤 좋다는 것. 곳곳이 산악지대로 둘러싸인 한국인들은 언제든 국립공원과 둘레길로 떠날 수 있다. 그리고 도심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시 숲 또한 적지 않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가 교회에서 느꼈어야 마땅하지만,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모든 감정이 자연 속에서는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30여 년간 우울증을 겪어온 박물학자 에마 미첼은 저서 〈야생의 위로〉에서 소설가 앨리스 워커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는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 그리고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강한 삶은 진료실 밖에 있다는 사실을.

1 설악산 같은 우리나라 산기슭에서 자라는 야생화, 싸리. 2 갓 싹을 틔운 냉이. 3 3~4월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 주로 나는 개불알풀. 4 우리나라 하천과 강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알락할미새.
Check list!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 것
자연 처방은 1회성 체험이 아니라 정기적이고 주도적인 진료 활동일 때 유의미하므로 이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집과 회사 근처의 지도를 켜고, 가까운 녹지 공간을 타깃으로 삼을 것. 실내 짐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는 대신 야외 산책로를 확보하고, 매일 일기나 SNS에 이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구체적인 생물 발견하기
지금, 여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자연의 효능을 느낄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이다. 특이하게 생긴 이끼와 나무들을 찾아본 다음 색깔과 질감을 관찰하는 일, 철새를 발견하고 둥지의 위치를 발견해보는 것, 노지에 널린 야생 풀과 나물의 냄새를 맡아보는 것처럼 오감을 일깨우는 방법이면 무엇이든 괜찮다. 한 발짝 나아간다면, 우리나라의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야생 동식물인 ‘깃대종’을 탐구해보길. 치악산의 금강초롱꽃, 월악산의 솔나리, 계룡산의 깽깽이풀, 지리산의 히어리꽃이 대표적인 예다.
일주일에 2시간, 한 번에 30분 이상
전문가들은 코르티솔 호르몬의 효율적인 감소는 숲에 들어선 뒤 20~30분 사이에 일어나며, 자연 처방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숲과 공원을 찾아서
북한산국립공원을 포함해 전국에 22곳의 국립공원이 존재한다. 이곳에 약 2만5백68종의 생물종이 분포하며, 약 1백60종의 멸종위기종 생물이 서식한다. 국립공원 공식 사이트(www.knps.or.kr)에서 탐방로 예약 및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 숲길을 거닐고 싶다면 산림청 사이트(www.forest.go.kr)를 둘러볼 것. 곳곳의 둘레길과 전국 45곳의 자연휴양림, 2백17곳의 산림욕장과 관련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서울 도심에만 무려 26곳의 도시숲이 자리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의 공원’ 사이트(parks.seoul.go.kr)를 참고하면 각 공원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