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의 역사를 함께한 임직원들의 피와 눈물을 4228억원과 맞바꿨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SM 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이 남긴 글이다. K-아이돌의 초석을 쌓고 남부러울 것 없던 SM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SM 인수전이 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지,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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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2년까지 음원 수익의 6%를?
SM이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카카오를 끌어들여 이 전 총괄의 퇴진을 명시한 '에스엠 3.0' 비전을 발표한 것. 점입가경으로 7일엔 카카오가 제3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해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이 전 총괄은 배신감이 컸다는 후문.
이런 서프라이즈는 SM의 현 경영진인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계획한 일이었다. 얼라인은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지난해 초부터 SM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해왔다. 이들은 이 전 총괄이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용역을 몰아줬고, 오는 2092년까지 무려 70년간 '프로듀싱비' 명목으로 음원 수익의 6%를 받아가는 '황제계약'을 맺었다며 지적해 끝내 라이크기획과 SM은 2022년 말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그는 왜 경쟁사에 지분을 다 넘겼나
이후 이 전 총괄의 반격이 시작됐다. 자신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하이브에 넘기기로 한 것. 경쟁사인 하이브는 협상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러나 저러나 물러나는 건 매한가지니, 울며 겨자먹기로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방시혁 의장의 손을 잡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 측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은 인수합병 뒤 SM 프로듀싱과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지배구조 개선에도 합의했다고.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하이브는 총 39.8%에 달하는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 이런 이유로 현 경영진과 카카오 vs 이수만 전 총괄과 하이브의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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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3월이 중요해
SM에서 하이브로 간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SM 사내이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이, 사외이사 후보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UNEF) 금융이니셔티브 한국 대표가 올랐다.
이수만 전 총괄이 법원에 낸 가처분 소송도 집중해야 할 포인트. 이 전 총괄은 앞서 SM과 카카오가 발행한 신주 및 전환사채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SM 정관상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은 긴급한 자금조달 같은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만 허용되는데, 현재 SM의 경우 3000억원 수준의 순현금 상태로, 자금조달에 대한 필요성이 없다는 게 이 전 총괄 측 주장.
법원의 판결은 카카오의 신주 납입대금일인 다음달 6일 이전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카카오의 지분은 물거품이 돼 이수만 전 총괄과 하이브에게 유리하지만, 기각될 경우 경영권 분쟁은 더 격렬해질 듯.
이기는 편 내 편! 신난 소액 주주들
주가가 오를 수록 얼굴에 그늘이 지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금액은 12만원인데, 공개매수 마감 시한인 3월 1일까지 현재 수준의 주가가 유지되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현재 주가가 12만원이 넘는 경우 공개매수에 참여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