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이 뮤지엄한미로 탈바꿈해 문화예술 심장부인 삼청동에 자리하게 됐다. 어떤 공간인가?
그동안 수집했던 2만여 점의 소장품과 사진집 컬렉션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선보일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동시에 조각작품, 회화, 미디어아트 등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업물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2천 제곱미터라는 제한된 규격 안에는 3개의 동, 7개의 전시공간, 그리고 건물의 중심에는 ‘물의 정원’이 놓여있다. 관람객이 자유자재로 공간을 향유하고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개관전으로 한국의 사진사를 되짚는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을 선보인다.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몇 해 전, 한국 사진사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는 임응식 작가의 스크랩북을 소장하게 됐다. 리플렛, 신문 기사, 잡지 기사 등 작가가 한평생 아카이빙한 사진 관련 자료다. 스크랩북을 정리하고 연구하고 그루핑한 결과보고전이 바로 이 특별전이다. 한국 사진사 자체는 방대하기 때문에 ‘1929~1982년’이라는 기준을 잡았다. 국내 최초 사진전인 정해창의 개인전 (1929년), 국립현대미술관 첫 사진전인 임응식의 회고전(1982년), 이 두 가지 역사적인 이벤트를 기준 삼아 그간 대외적으로 활동했던 사진가들을 엄선해 조명했다.
황철, 〈원각사지 10층석탑 Ten-story Stone Pagoda at Wongaksa Temple Site〉, 1880s, Albumin print, 10x13.9cm.
저온수장고에 보관된 작품 중 일부는 ‘보이는 수장고’ 형식으로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사진은 종이라는 지지체 위에 화학물질이 첨부된 예민한 매체이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의 환경이 중요하다. 1880년대 사진 같은 경우에는 5℃ 냉장수장고에서 보관했을 시 5백 년이라는 보존 연한을 지켜낼 수 있지만, 24℃ 상온에 놓일 경우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색깔 변화 등 사진이 훼손되면서 작품으로서 보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된다. 항온항습을 연동시켜놓은 저온전시실에서 이전에는 대중에게 공개하지 못한 빈티지 사진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메인 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별전과 연결이 되는 직품들을 우선적으로 전시할 것이다. 현재는 한국의 사진사와 관련된 전시가 펼여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진사의 머리맡에 놓여있던 사진들을 선별했다. 이를테면 한국에 최초로 사진을 들여온 황철 사진가의 1880년대 사진,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사진, 1907년 서울에 최초로 사진관을 개설한 김규진이 천영당사진관에서 작업한 사진 등. 1900년대 초의 사진들이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더 늦기 전에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오직 관람만 하는 전시장이 아닌 음악 또는 타 장르와도 조우할 수 있는 형태의 공간으로 향유하고자 한다. 뮤지엄한미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진가들로부터 그들이 평생 동안 수집한 LP판 2만여 장을 기증받아서 청음회를 기획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계점을 두지 않고 다양한 예술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