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아트 위크에 주목해야 할 10가지

뜨거운 아트의 계절을 환대하며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와 행사를 모아봤다.

프로필 by 손안나 2024.08.30
1 밤의 미술관
2022년부터 키아프 서울과 함께 두 번의 프리즈 아트페어가 열리는 동안 가장 사랑받은 부대 행사는 단연 프리즈 나이트일 것이다. 서울 주요 갤러리 밀집 지역인 한남동, 삼청동, 청담동의 여러 전시 공간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두고 전시 관람과 파티를 선보이는 프리즈 나이트는 아트 위크의 이견 없는 하이라이트다. 특히 올해는 을지로 나이트를 신설, 9월 2일 월요일에 시작해 3일 한남 나이트, 4일 삼청 나이트, 5일 청담 나이트로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첫 을지로 나이트에는 N/A, 스페이스 카다로그, 오브, 옐로우 펜 클럽 등이 참여한다. 금속가공 공장의 용접 소리가 B.G.M으로 깔리는 미로 같은 골목 사이, 화이트 큐브에서는 볼 수 없는 기막힌 공간미의 갤러리를 찾아가는 묘미를 기대할 만하다. 더불어 미술 전문 미디어 브랜드 아트드렁크에서는 프리즈 나이트 기간 거의 매일 아트드렁크 팝업 카트를 선보인다. 주요 미술 공간 앞에 자리해 서울의 아트 신을 다루는 가이드북 <Art Drunk> 가을 에디션과 스낵을 제공할 예정이니 아트드렁크의 인스타그램(@artdrunk)을 확인할 것.

2 집을 좇는 모험
기본 거주 단위인 ‘집’을 통해 동시대 한국 건축과 주거 문화를 조망하는 전시가 동시다발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는 ‘개인과 사회, 장소, 시간’을 주요 주제로 «연결하는 집 :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이 열려, 30명(팀) 건축가의 단독·공동주택 58채를 살펴본다. 승효상, 조민석, 조병수, 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 조재원 등 중진, 그리고 비유에스, 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기후위기 등 가속화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집을 빗대 질문한다.
용산구에 있는 시청각 랩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 주택을 사진을 통해 읽어온 오석근 작가의 개인전 «실용과 기복»을 연다. 작가는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이 지은 일식 가옥이 해방 이후 한국인에 의해 어떻게 변용됐는지, 과거 한국의 기복 풍습이 현대 주택에 어떤 모습과 방법으로 전이됐는지를 ‘실용’과 ‘기복’ 두 단어로 풀어낸다. 집이 역사를 상징하는 것을 넘어서 역사가 만들어낸 삶의 형태가 무엇인지 조망하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 같다. 8월 31일부터.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9월 5일 «공예로 짓는 집»을 개최한다. 현대공예가와 전통 장인, 건축가 등과 함께 실내·외 건축 공간에 담긴 공예 요소를 발견하고, 건축의 기본 구조와 개념을 확장된 공예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전시다.

3 여성 삶 몸 예술
이 시기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여성 미술가에 주목한다. 천경자 작가가 기증한 작품 93점을 위한 상설관이 마련돼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천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는 작가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컬렉션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기행 회화에 주목한다. 당시 ‘여행 풍물화’로 분류되었던 기행 회화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전시의 제목은 작가가 1986년 저술한 여행 수필의 제목을 차용했다.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는 ‘바람’을 통해 심리적, 물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작가의 인생 전반과 작품세계를 은유한다. 함께 열리는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나 격변의 시대를 살며 동양화에 부과된 여러 제약을 극복해 고유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동양화 전공 여성 작가들을 모아 소개한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가사와 육아, 그림을 병행하며 ‘여류 동양화가’에서 ‘작가’로 거듭난 23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신체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기획전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9월 3일부터 선보인다. 지난 6월 제9회 박수근미술상을 받은 홍이현숙, 인도네시아 작가 아라마이아니 등이 참여해 초국가적이고 비교문화적인 관점에서 아시아 여성 미술을 새롭게 살필 예정이다.

4 시대의 불안과 공포가 가리키는 것
2001년 호암갤러리에서 격년제 청년 작가 전시로 시작해 2006년부터 리움에서 이어서 진행하는 ‘아트스펙트럼’은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젊은 작가들을 위한 무대로 기능해왔다. 이번 아트 위크에 아니카 이 개인전과 함께 개막하는 아트스펙트럼 2024 «드림스크린»은 밀레니엄 세대를 이어서 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작가들의 남다른 인식과 감각에서 영감 받아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 예술 감독으로 초대된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와 공동 기획을 맡은 리움미술관 큐레이터들은 9개국 아시아 작가 23팀을 전시에 초대했다.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그들이 빠른 검색 결과와 알고리즘 등으로 특징되는 온라인 세계와는 판이한, 그 누구도 확실하게 미래를 예상할 수 없는 현실 세계에서 극적인 불안과 허구적인 공포를 겪는다고 보고 이를 전시의 주제로 삼았다. «드림스크린»은 그 불안과 공포를 전시의 형식으로 구현하기 위해 ‘귀신 들린 집’인 윈체스터 하우스의 구조를 전용한다. 그에 걸맞게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기획한 아시아 공포 영화 상영회 ‘어반 레전드’를 부대 행사로 개최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5 서울의 공간적 경계를 탐색하며
아트 위크에는 서울 주요 거점 공원을 조각랜드마크로 변신시키는 서울시의 야심 찬 프로젝트 ‘조각도시서울’의 대표 행사 «2024 서울조각페스티벌»도 열린다. 서울시는 영국 런던, 미국 시카고, 독일 뮌스터 등 해외 주요 문화예술 도시의 대규모 야외 조각 전시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비전으로 삼아 올해부터 ‘서울조각상’을 제정하여 운영한다. 제1회 서울조각상은 ‘경계 없이 낯설게’를 주제로 10인의 1차 입선 작가를 선정했고 곽인탄, 권현빈, 우한나, 최고은 등 현재 미술계에서 가장 뜨겁게 호명되는 조각가들이 명단에 올랐다. 그리고 오는 9월 2일부터 8일까지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열리는 «2024 서울조각페스티벌»에서는 10인의 입선 작가들과 김윤신, 전국광, 정소영 등 초대작가 8인이 조우한 ‘조각도시’가 펼쳐질 예정이다. “다양한 세대 작가들의 조형적 실험을 동시에 바라보며 보다 입체적으로 작가들이 가졌을 조각의 시간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4년 조각도시서울의 예술감독 맹지영 큐레이터의 말이다.
한편 송파구에 위치한 풍납토성 일대에서는 야외 전시 «오픈 에어 뮤지엄_풍납토성»이 한창 진행 중이다. 풍납동 토성은 한성 백제시대 첫 도읍지인 하남 위례성으로 인정되는 유적이다. 한강에 잇닿은 남북 방향의 타원형을 띠고 있으며 2.1km 정도의 성벽이 남아 있다. 발굴 조사 결과 거대한 토성일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왕궁 내 부속 건물로 추정되는 신전 건물지와 우물, 창고, 도로 및 대형 주거지 등이 발견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김경태, 오제성, 유신애, 최해리 등의 작가와 함께 유서 깊은 공간 일대를 하나의 야외 뮤지엄으로 상정하여 공터에 작품을 설치했다. 역사적 장소의 시공간적 경계를 탐험하는 예술적 경험이 될 전시다.

6 빛의 폭포에서
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의미의 처서가 지난 후 돌아오는 아트 위크에 야외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는 완벽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시간 기반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프리즈 필름은 올해 이화여자대학교의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인 이마프와 협력하여 9월 2일부터 6일까지 이대 캠퍼스의 콤플렉스와 야외 정원에서 열린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지하 건축물 야외 중정이 그대로 상영관이 되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박주원, 테이트 모던의 발렌타인 우만스키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하여 국제적인 아티스트 20여 명의 필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프리즈 필름의 주제는 ‘우주를 엮는 모든 것: 양자 얽힘에 관한 질문’. ‘빛의 폭포’에서 신체적, 기술적, 영적 관점을 통해 고대 지혜와 현대 과학을 연결하는 통찰력의 실마리를 찾아보시길.

7 토크들: 미술로 하는 상호작용
이번 아트 위크에도 현대미술에 한 차원 깊이 빠져드는 계기를 마련해줄 다채로운 토크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우선 예술경영지원센터, 키아프 서울, 프리즈 서울이 공동으로 주최해 페어 기간 코엑스에서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은 현대 미술계와 시장을 조형하는 비엔날레의 역할, 아시아 미술에서 페미니즘의 역할 등을 주요 논제로 다룬다. 백남준 문화재단의 김홍희 이사장, 이강승 작가, 해머 뮤지엄의 파블로 호세 라미네스 큐레이터, 파울라 쿠퍼 갤러리의 파트너 앤소니 알렌 등과 함께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는 9월 3일 국제 세미나 ‘사진의 자리’가 열린다. 이는 내년 개관을 앞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건립을 기념하며 여는 세미나로 오스트리아 포토 아르세날 빈, 싱가로프 덱 사진예술센터, 헝가리 사진박물관 등 국제 사진 전문 기관들의 비전과 동시대 사진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유산’을 키워드로 릴레이 발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전시 공간 d/p에서는 9월 2일 을지로 나이트에 맞춰 ‘Open References: d/p 유산 연구실’이라는 토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부산비엔날레의 공동 디렉터 베라 메이, 필립 피로테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의 김민지 큐레이터와 함께 큐레이터로서 그들이 겪은 과거의 경험을 살피며 미래의 그물망을 짜보는 통찰을 나눌 예정이다.
서촌에 있는 건축가 우경국의 초기 작품 여운헌에서는 9월 4일 삼청 나이트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해외 연사들과 국내 미술인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 & 오픈 마이크 ‘→→이 될 때’를 선보인다. 이번 가을 개교하는 큐레이팅 스쿨 서울의 시작을 알리고 축하하는 자리로 기획된 ‘→→이 될 때’는 활기 등등한 주간, 잠시 차분한 호흡으로 미래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같은 건물 2층에서는 동시대 예술 및 이론 서가 서울리딩룸이 제3회를 맞이하는 ‘후 원츠 투 행아웃 인 서울 2024’를 개최한다. “프리즈의 한국 진출에 대한 환호가 미술시장과 작품 거래, 배타적인 VIP 파티 등에 집중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운영진이 현대미술 인플루언서 제리 고고시안(@jerrygogosian)의 포스팅에서 차용한 제목의 행사로 예약도, 관람료도 필요 없다. 2023년 9월 이후 발간한 아티스트 북과 전시 도록을 자유롭게 열람하고 미술인들이 추천하는 책을 나눠보자는 취지다.

8 독립이자 연결
키아프 &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 부근에 있는 봉은사에서는 9월 4일부터 10일까지 기획전 «자신을 섬으로 하여»가 열린다. 조계종 정암사의 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불교 경전의 “자신을 섬으로 하고, 자신을 귀의처로 하며,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 가르침을 섬으로 하고, 가르침을 귀의처로 하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라는 글귀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다. 참여 작가는 권오상, 이진주, 이정배, 이명호, 하태임 등 12명으로 이들의 독립된 작품이 하나의 전시로 구성되어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조숙현 기획자는 “독립적인 섬은 꿋꿋하게 생존을 모색해야 하지만 항상 다른 섬과의 연결을 꿈꾸기도 한다”라고 말하며 바다에 떠 있는 섬이 ‘오로지 자기 자신과 가르침에 의지하는’ 형상을 상상하면서 전시를 감상할 것을 제안한다.

9 드디어 위성 페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이 열리는 동안 페어장 인근에서는 젊은 세대의 갤러리 및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해 ‘아트 바젤 등용문’으로 통하는 리스테가 열린다. 그와 같은 양상으로 더프리뷰 성수는 행사 날짜를 기존 4월에서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로 이동해 키아프 & 프리즈 서울, 광주비엔날레 등 굵직한 미술 행사가 대거 예정된 하반기 미술 축제의 스타트를 끊는다. 미술시장 ‘미리보기(preview)’ 콘셉트로 3회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더프리뷰 성수는 이 시기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컬렉터, 미술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국 신진 갤러리와 작가들의 활동을 적극 알리고 이들의 해외 진출 다리를 놓겠다는 포부다. 디스위켄드룸, 지갤러리, WWNN, 상히읗 등 젊은 아트 컬렉터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받으며 동시대 작가를 소개하는 39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부대 행사로는 광주비엔날레가 홍보관으로 참여해 이번 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의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판소리로부터 배우다>를 상영하고 민요 크로스오버의 선구자인 이희문이 판소리 형식 토크를 펼친다.

10 사진이라는 매력적인 이야기
사진 한 장이 품고 있는 유구한 서사성과 암시하는 능력을 만끽할 수 있는 사진전이 북촌과 서촌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독보적인 사진미술관 뮤지엄한미에서는 ‘밤’이라는 주제 아래 1900년대 초반의 고전 작품부터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소개하는 기획전 «밤 끝으로의 여행»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뮤지엄한미가 지난 20년간 수집해온 소장품과 대여작으로 이뤄지는데 앤설 애덤스의 <뉴멕시코 헤르난데스의 월출>, 브라사이의 <밤의 파리> 연작,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플랫아이언 빌딩> 등 사진 예술의 역사에서 획을 그은 작품들이 대거 등장해 필히 눈에 담아둬야 한다.
그간 꾸준히 사진 전시를 선보여온 서점이자 전시 공간인 더레퍼런스에서는 8월 26일 재일 교포 3세 작가 김사직의 국내 첫 개인전 «생명은 모두, 원의 중심에서 온다»를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전통 설화를 연구하며 태초의 탄생과 존재의 근원에 관한 본질적 물음을 동시대적 서사로 확장해왔다. 아시아의 신화적 존재와 서구의 근대 국가 민족주의가 혼성된 수수께끼 같은 장면들이 뿜어내는 제의적인 오라를 놓치지 말 것.

안동선은 <바자 아트>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다종다양한 미술 행사가 동시다발로 펼쳐지는 8월 말에서 9월 초를 기대하며 인식과 정신의 확장을 꾀할 태세를 마쳤다.

Credit

  • 글/ 안동선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이응노미술관,리움,정암사,더레퍼런스,서울리딩룸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