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는 물살을 타고 흘러간다. 전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약 1억 5천만 톤 중 의료용 P.P.E는 무려 8백만 톤에 이른다. 2020년과 2021년 WHO가 긴급 구호를 위해 배포한 8만7천 톤의 의료용 개인보호장비 가운데, 설비 부족으로 1/3 이상이 정식으로 의료폐기물 분리 절차를 밟지 않았다. 입국 제한이 풀리며 발리 같은 대표 관광지의 해변엔 비닐봉지와 페트병 대신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가 추가됐다. 문제는 그 사이, 생태계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 생물들은 마스크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육지의 동물들은 땅에 널부러진 마스크를 삼킨다. 그리고 모두가 끈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다.
생분해가 되는 시간은 더 놀랍다.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일회용 마스크가 땅에서 썩는 데는 약 4백50년이 걸린다고 한다.(페트병보다 부피가 작다고 적은 시간이 드는 게 결코 아니라니 당황스럽다.) 또 다른 축인 일회용 장갑을 굳이 쓰려면 반드시 라텍스를 쓰시라. 그나마 고무나무 수액에서 추출해 만든 라텍스 장갑은 5년 정도 걸리고, 비닐장갑은 1백20년, 탄성이 강한 화학 물질인 니트릴 장갑은 몇 백 년이 걸릴지 추정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현황을 알수록 절망스러운 포인트는 어떤 나라에서도 전 지구적 전염병으로 인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법에 대해 선구적이거나 획기적인 대안을 실행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의료 현장에서 일회용품을 덜 쓰고, 마스크 줄을 잘라 버리는 수밖에. 그래도 작은 희망을 찾아본다면, 의식 있는 환경단체와 연구자들의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D.C에 기반한 환경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는 정기적 쓰레기 줍는 행사를 주최하는데, 참여자들이 주운 쓰레기를 기록할 수 있는 앱에 ‘P.P.E’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또한 미국 휴스턴 시는 스포츠 경기장 같은 공공장소에 풀밭 위 버려진 마스크 사진이 담긴 캠페인 포스터를 부착하며 쓰레기를 제대로 버릴 것을 원초적인 방식으로 경고한다.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동물과 환경을 위한 방법일 수 있다. 생태계를 면밀히 연구하는 이들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닌지 알고 싶었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P.P.E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네덜란드 생물학자 아우케 플로리안 힘스트(Auke-Florian Hiemst)와 리제로테 람보네트(Liselotte Rambonnet)에게 코로나 이후의 쓰레기와 살아가는 삶에 대해 물었다.


물닭의 둥지를 관찰하는 아우케 플로리안 힘스트.
촬영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전 세계 야생동물들이 처한 위험한 상황을 제보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우리는 P.P.E 쓰레기가 야생동물의 덫으로 전락한 상황을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이런 발견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우리가 연구하는 기관인 레이덴 대학과 내추럴리스 생물 다양성 센터의 동료들과 함께 조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제보가 들어왔다. 마스크를 먹은 펭귄, 발에 줄이 엉킨 영국의 여우, 목이 졸린 게와 박쥐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제보자들은 주로 수의사, 조류 관찰자, 자연 사진작가, 쓰레기 줍는 사람들, 그리고 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모두 야생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코비드리터 사이트(covidlitter.com)는 전문가들의 팩트 체크와 연구 과정을 거쳐, 수많은 제보 중 사례를 골라 업로드하고 있다. 현재 1백50개가 넘는 사례와 연구 결과가 업로드돼 있는데, 누구든 사진을 보낼 수 있다. 한국의 피해 야생동물들을 발견한다면(부디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제보 바란다.
유독 야생동물들이 P.P.E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모든 생물들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단지 골든타임 안에 구조되지 못해 더 눈에 띄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P.P.E를 섭취한 개들에 대한 제보를 25건 이상 받았다. 반려동물은 사람들에게 쉽게 구조되고 치료를 받는 반면, 야생동물은 자연에 방치된다. 요즘 우리가 연구하는 주제는 동물들이 코로나 쓰레기를 서식지의 재료로 활용하는 점이다. 네덜란드 운하에서는 마스크와 비닐장갑뿐만 아니라 물티슈 등이 자주 발견되는데, 우리는 암스테르담에서 쓰레기가 포함되지 않은 물닭(뜸부기과의 새)의 둥지를 거의 찾기 어려웠다. 현재까지 생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P.P.E를 섭취한 동물이 최대 1백 종의 다른 동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마스크나 장갑을 먹고 있는지 그 수를 추정하기 어렵기에 연구가 힘든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전염병이 더욱 자주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러면 P.P.E의 사용은 더 늘어날 수 있을 텐데. 그렇기에 우리 모두 P.P.E 쓰레기 문제에 더 격렬하게 논쟁을 펼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인류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면서 생태계를 해치지 않을 수 있을지, 개인보호장비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더욱 치열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가 정점인 2020년, 중국은 단 한 달 만에 마스크 생산량을 450% 증가시켰고, 전 세계적으로 매월 1천2백90억 개의 마스크와 6백50억 개의 장갑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많은 양들이 쌓여 지금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P.P.E 폐기물의 양을 줄이기 위한 우리가 실천해야 할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책 입안이 가장 강력하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P.P.E를 공적 장소에 버리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감염자 수가 줄고 있어 일회용 마스크보다는 재사용 가능한 마스크를 모든 장소에서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회용 쓰레기의 양 또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일회용’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스크를 실수로 흘리거나 잃어버릴 가능성은 더 높다. 면 마스크를 쓰고, 공공장소에서 방역 마스크를 써야 할 땐 잠시 착용하고, 최대한 여러 번 쓰는 것부터 실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