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 '마음 여행'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경북 영양 '마음 여행'

경북 영양의 뷰 맛집, 찐 맛집을 찾아 떠나는 오늘의 #바깥생활 은?

BAZAAR BY BAZAAR 2023.01.18
#진주의바깥생활 
vol.51 _ 경북영양 
마음을 다하여 소원을 빌고, 건강한 옛 요리를 먹고, 별을 관찰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리추얼 여행. 
 

영험한 수직의 돌, 선바위와 소원봉

 
경북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만나는 일월산

경북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만나는 일월산

 
낙조를 보며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는 서양과 달리,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새해를 고대하는 동양의 정서는 참 미래적이란 생각이 든다. 영양 일월산 끝자락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소원봉’이 있다. 간절한 염원을 품은 사람들은 해발 426m의 자양산 소원봉으로 가기 위해 남이포 선바위관광지에 모인다. 특산물 직판장 뒤로 병풍처럼 서 있는 뼝대가 일월산 끝자락인 자양산이고, 꼭대기 작은 전망대가 박혀있는 절벽이 소원봉이다.
 
말간 날 일월산에 오르면 동해와 울릉도가 바라보인다선바위를 휘감는 반변천이 꽁꽁 얼었다선바위와 남이포 여름 풍경
 
소백산 바람이 동쪽에서 밀려오고, 일월산에서 발원한 반변천이 찬 공기를 머금으니 뒷골이 얼얼하다. 소원봉을 바라보고 왼편으로 남이장군(南怡將軍)이 역모 반란을 막기 위해 산맥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돌기둥이 보인다. 화산으로 형성된 자연석에 불과할 테지만, 강 건너편 마을 사람에게는 가족을 수호하는 귀한 선돌이었을 것이다. 드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촌에서 정한수  올리고 석문을 향해 정성스러운 마음을 보냈을 옛사람들이 그려진다. 이 석문과 절벽을 끼고 산자락을 휘감은 동천과 반변천 두 물길이 만나는 곳이 남이포다. 남이포, 선바위, 소원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그저 느리게 걷는 것만으로 자연 그대로 충만함을 느낀다.
 
선바위의 겨울 풍경여름에 바라본 선바위와 남이포
 
소원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간단하다. 석문교를 지나면 남이장군 등산로 진입로가 있고, 이곳에서 남이장군놀이터를 경유해 소원봉까지 이어진다. 소원봉 절벽길에 조성한 또 하나의 산책로는 아쉽게도 낙석 위험으로 현재 폐쇄된 상태. 등산로는 계속 가파른 오르막길이다가 분기점인 남이장군놀이터에서부터 다시 내리막길이다. 소원봉 전망대에 서면 반변천이 휘감는 선바위관광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25분이면 도착하는 소원봉이 소규모 일출 산행에 적합하다면, 해발 1,219m의 일월산은 경북 대표의 일출 산행지다. 제일 높은 주봉인 일자봉에서는 동해와 울릉도가 바라보이고, 경북 내륙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월산의 해맞이 전망대자양산 소원봉에 올라 소원을 빌어보자
 
📍 선바위관광지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산57-3
[more] 선바위관광지에 있는 특산물 직판장에서 영양의 증류주인 초화주를 챙기자. 지하 164m 암반수와 백미를 주원료로 일월산에서 채취한 약재와 후추를 첨가해 만든다. 30도 375ml 9,000원.
 
 

어디에도 없는 풍경, 죽파리 자작나무숲

 

 
1,000m가 넘는 산들이 북쪽, 동쪽에 솟아 있고 일월산에서 뻗은 지맥이 동쪽, 서쪽, 중앙까지 너울대니 ‘첩첩산중’이란 표현이 딱 맞다. 남쪽으로 흐르는 물길 따라 좁은 평야가 있고, 산비탈을 괭이질하여 밭을 일구던 고된 노동은 참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땅의 90%가 임야인 영양은 도시 전체가 자연이다. 사람들은 영양을 지나쳐 동쪽 영덕과 울진으로 넘어가거나, 서쪽 안동이나 남쪽 청송으로 나가기 일쑤다. 이 태백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 마을은 들어오기도,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떤 측면에서는 마치 도시가 스스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묵묵한 깊은 겨울숲에서 생동하는 자연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낀다. 사람이 떠나도, 자연은 한 번도 멈춘 적 없다.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찐’ 겨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땅이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에서 개방한 숲(6ha)보다 넓이가 5배 크고(30.6ha) 자작나무 12만 그루가 20m 높이 너머로 하늘 향해 쭉 뻗어 있다. 순백의 기둥이 땅을 빼곡하게 채운 풍경은 러시아의 광활한 숲을 불러오고 환상의 시공간으로 이끈다. 1993년에 조성되기 시작해 지난 30년간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의 닿지 않은 순수한 생태 그대로다.
 
ㅇ

 
사실 이곳은 공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여름부터 운행을 시작한 전기차를 보지 못했다면, 출발 지점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싸라기눈이 조금만 내려도 전기차를 운행할 수 없는 한겨울에는 두 발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 마을 삼거리까지 최대한 차를 끌고 간 다음 자작나무숲까지 3km 넘는 숲길을 걸어야 한다. 1시간의 힐링 산책이 지나면 황홀한 세계로 미끄러질 것이다. 한편으론 이곳이 알려지지 않아 다행인 마음도 든다. 지금 눈 쌓인 영양 자작나무숲을 걸어보자. 모든 상념이 사라진, ‘참나(궁극의 상태를 의미하는 불교 용어)’를 만날지도 모르니!  
 
ㅇ

 
📍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산39-1
[more]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검마산(1,017m) 정상의 서쪽 부근에 있고,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이어져 있다. 금강소나무숲과 약수터, 숲속도서관 등을 갖추어 고요하게 머물며 힐링하기 좋다. 무엇보다 무게 제한 없이 반려견 동반할 수 있는 숙소와 놀이터를 갖추고 있는 것이 큰 장점!
 
 

이토록 선명한 별자리, 반딧불이천문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반딧불이천문대에서 겨울 별자리를 관찰해보자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반딧불이천문대에서 겨울 별자리를 관찰해보자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의지해 주의 깊게 오르는 길에는 오직 최소한의 불빛만 드문드문하다. 영양 북쪽 끝 고도 400m의 고랭협곡에 흩어진 오무마을, 송방마을 그리고 반딧불이 생태숲과 천문대 일대가 모두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밤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청정한 자연과 별, 밤이 존재하는 이곳에 천문대가 있는 것도 당연한 풍경일 테다. 천체 망원경으로 겨울 별자리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싸리눈이 내려 돔이 열리진 않았다. 대신 별자리 이야기와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 의식에 관한 의미 있는 영상이 돔 형태의 극장 천장에 펼쳐졌다. 반쯤 젖힌 의자에 누워 편안하게 관람한 다음 실제 별을 관찰하기 위해 천문대 밖으로 향했다. 
 
반딧불이천문대에서 촬영된 별의 움직임

반딧불이천문대에서 촬영된 별의 움직임

 
눈 내리는 날에도 이토록 선명한 별빛이라니! 검은 산 너머로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베텔게우스가 선명하고 그 옆으로 화성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황소자리의 머리와 앞발, 뿔을 따라가다 목성에 시선이 멈춘다. 추위를 잊고 아름다움을 응시한다. 풀벌레 우는 여름날 땅에는 반딧불이가, 하늘에는 별이 흐드러지는 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반딧불이가 짝을 찾는 계절이 오면, 별빛 아래 선명한 옥빛이 깃털처럼 붕붕 떠다닐 것이다.
 
📍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129, 054-680-5325, 화~일요일, 4,000원
[more] 반딧불이천문대를 비롯한 반딧불이생태숲, 왕피천 유역 일대 모두 영양군 생태공원에 속해 있으며, 펜션과 캠핑장, 아웃도어 챌린지 타워, 테니스장,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생태공원 펜션에서 고요하게 머물며 별을 관찰하고 자연을 만끽하는 생태 여행을 계획해보자.
 
 

조선 여성 과학자의 레시피, 음식디미방

 

최초의 한글 음식조리서를 집필한 장계향 선생

최초의 한글 음식조리서를 집필한 장계향 선생

 
시인, 화가, 교육자, 현모양처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과학자’가 확실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전통 요리에서 더 나아가 실험적으로 개발한 조리법과 발효 방법, 과학적 식품 보관법 등 조선시대 통념을 벗어난 진취적 도전이 있었다. 바로 조선 후기 1670년경에 한글 최초의 조리서를 집필한 여중군자 ‘장계향’ 얘기다. 
장계향 선생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음식디미방

장계향 선생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음식디미방

 
자식 열을 키우고 일흔이 넘어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영양 두들마을의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전시관(지미관)에서 볼 수 있었다. 조리서의 시작과 끝에 이렇게 쓰여 있다. ‘시집 온 지 삼 일 만에 부엌에 들어 손을 씻고 국을 끓이지만 시어머니의 식성을 몰라서 어린소녀(젊은 아낙)을 보내어 먼저 맛보게 하네’ ‘이 책을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아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가되, 이 책을 가져 갈 생각이랑 마음도 먹지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쉽게 떨어지게 하지말라’
꿩고기 무침과 각종 영양 나물을 함께 내는 잡채음식디미방에서 장계향 선생의 복원된 요리들을 경험해 보자.
 
‘대구껍질누르미’ ‘숭어만두’ ‘오이화채’ 등 조리서에 소개된 146개 항목 중 술 만드는 법이 51항목에 이르고, 특히 냉장고가 없던 시절의 복숭아, 가지, 생포 보관법이 흥미롭다. 가지로 예를 들면, 가지 꼭지를 잘라 밀랍으로 봉한 다음 광주리에 뽕나무 재와 가지를 겹겹이 쌓고 맨 위에 재를 두툼하게 덮는 식이다. 이토록 고유한 보관법을 터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까. 조리체험관에서 장계향 선생의 레시피로 복원한 요리들을 직접 맛볼 수 있다. 전채, 주요리, 후식까지 지근은 사라진 조선시대 상차림을 경험할 좋은 기회다. 
 
📍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1길 42, 12시 점심과 16시 저녁 2회, 소부상 3만 3천 원, 정부인상 5만 5천 원, 예약 054-682-7764(2일 전 예약 필수)
 
[more] 40년이 넘도록 한우와 돼지 주물럭을 내는 소문난 로컬 맛집[more] 맘포식당의 대표 요리인 돼지주물럭[more] 반딧불이휴게소 식당의 백반[more] 입암약수식당의 닭불고기[more] 입암약수식당의 인기 메뉴인 녹두백숙죽[more] 천문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수하반딧불이휴게소 식당
 
[more] 영양시장 입구에 자리한 맘포식당숯불갈비(054-683-2339)는 영양 여행가라면 꼭 한 번 다시 들르는 곱창주물럭 식당. 손수 담근 고추장과 갖가지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에 마늘 육수를 넣어 끓이다가 묵은지와 콩나물을 푸짐하게 올려 먹는다. 각종 산나물을 넣고 현란하게 비벼주는 볶음밥으로 마무리하자. 영양군 생태공원 5분 거리에 있는 유일한 식당이자 민박집, 수하반딧불이휴게소(054-683-4871)에서 먹은 아침식사를 결코 잊을 수 없다. 건강한 산채 반찬과 시락국, 생선조림 등 다정한 주인 부부가 영양 토속 재료로 건강한 한상차림을 낸다. 민박을 대상으로 식사를 내기에 사전 문의는 필수다. 입암약수식당(054-682-4011)에서는 약수로 만든 닭백숙, 닭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 모두 실패 없는 영양의 소문난 로컬 식당들이다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