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눈물흘림증 환자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도착한 안과에서 안압을 검사하고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눈물층의 상태를 체크했다. 진단 결과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눈물흘림증(유루증). 진단명도 생소한 이 병은 크게 안구건조증과 눈물 배출 장애로 발생한다. “눈물이 적게 분비돼 안구가 건조해지면 찬바람, 미세먼지 등 작은 외부 자극에도 눈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에 반사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눈물을 분비하는 거죠.”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전문의 박유경의 설명이다. 회사 정문을 나서서 몇 걸음만 걸어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 이유는 눈이 건조하다고 각막신경이 보내는 신호였던 것. 눈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눈물흘림증은 노화와 염증 등으로 눈물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한다. 눈물샘에서 생성된 눈물은 표면에 머물다가 코 안쪽의 관을 통해 배출되는데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눈물이 역류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질질 새어 나왔던 이유도 이제 알았다. 그렇다. 나는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는 눈물흘림증 환자였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법을 고민할 차례. 그나마 다행인 건 눈물 배출관이 막히진 않아 수술을 고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 당장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라 안구건조증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안과에서 추천하는 완화법은 수시로 인공눈물 넣기와 눈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돕는 마이봄샘(눈기름샘) 청소다. 강남 아이디안과 전문의 이민지는 피부가 건조해지면 수분크림을 바르듯 눈이 건조하면 수시로 인공눈물을 점안하라고 조언한다. 다회용 인공눈물은 멘톨이나 비타민 같은 보조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넣었을 때 시원한 느낌은 들지만 방부제와 보존제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하루 10회 이하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수시로 인공눈물을 사용해야 한다면 방부제가 없는 일회용을 선택할 것.(참고로 처방전이 있다면 히알루론산 함량이 높은 인공눈물을 구입할 수 있다.) 외출하기 전 인공눈물을 넣어 눈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눈시림이 줄어들어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이렇게 간단하다니? 그런데 행복은 채 일주일도 가지 않았다. 날이 추워지자 다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 눈꺼풀 세정제로 마이봄샘도 청소했다. 멸균 면봉에 세척제를 묻혀 속눈썹 사이사이를 닦아내니 누런 기름이 묻어나고 눈이 개운했다. 전보다 뻑뻑한 느낌은 덜했지만 역시나 찬바람에 눈물은 다시 차올랐다. “안구건조증 치료는 증상 조절을 통해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안약을 이용한 약물 치료, 레이저를 통한 물리적 치료, 눈물이 배출되는 구멍(누점)을 막아 눈물이 오래 머물게 하는 시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나 피로도, 체질에 따라 다시 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어요.” SNU안과 전문의 김주현은 안구건조증은 완치가 없는 질환이며,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절망감을 안고 안구건조증을 검색하던 중 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를 발견했다. 이곳에서도 안구건조증에서 완벽히 탈출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효과를 본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었는데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은 뜬금없게도 유산소운동. 안구건조증과 유산소운동이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다른 게시물에서 30분 실외에서 조깅을 했을 때, 안구건조증과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발견했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눈물 분비가 증가하고, 산화 스트레스는 감소하며,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늘었다는 유의미한 시험 결과였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댓글에 실제 유산소운동의 효과에 대해 호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산소운동이 안구 건강에도 관여하는 만능 운동이었다니.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뚫고 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 눈이 시린 느낌이라 먼저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꾸준히 관리하면 공들인 시간 만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기억하며 당분간 눈 관리에 신경 쓸 예정이다. 봄이 오기 전, 눈물 없이 보송한 얼굴로 밖을 거닐 수 있다면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