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자 시행했던 유연 근무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해보니 가능하다”는 결론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다양한 근무 형태를 낳았다.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역시 엔데믹 시대를 즐기며 살아가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다. 이 신조어를 처음 접했을 때 스친 생각은 두 가지였다. “별걸 다 줄인다”고 말하면서 ‘별다줄’을 쓰는 세대가 또 요상한 단어를 만들었군.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긴다? 신기루 같은 소리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 색다른 근무제도 아래 있었고, 나 역시 제주도 출장을 계기로 짧게나마 휴양과 일을 겸업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그 풍경을 즐기는 것마저 서툴렀다. 모니터에만 시선을 주던 서울 직장러에게 눈을 들어 창밖을 바라보는 행위에는 어느 정도 의식이 필요했다. 좀 더 오래 그곳에 머무른다면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까? 대신 빌딩숲에서 대기업 맛을 찾던 점심 시간은 확연히 도시와 달랐다. 드넓게 펼쳐진 초록 물결, 시선 끝에 마주한 푸른 바다 덕에 가는 길이 곧 여행이 되었다. 그렇게 쉼표를 찍고 다시 나만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후 6시. 일에 마침표를 찍고 휴양을 즐길 시간. 관광객이 북적이는 명소 대신 바다를 택했다. 제주도 역시 이때가 누군가의 퇴근 시간이라는 것과 쓰다 만 원고에 마음이 잠시 불편했지만 석양에 물든 노란 물결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 소란함이 사라지며 비로소 ‘베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숨을 고르고 숙소로 돌아와 자연스레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짧은 날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바는 이랬다. 일과 쉼이 공존하는 공간일수록 쉼표와 마침표를 적절히 찍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주어진 공간을 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만이 휴식의 진미를 알며, 휴식은 일하기 위함이다. 행복이란 가진 것을 즐기는 일이다.

워케이션 장소로 택한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



키치니토키친.




풍림다방 송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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