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에서 고성군으로 지명이 바뀌자 화려한 간판도 지워지고 소란한 인파도 사라진다. 바다와 숲, 습지가 듣기 좋은 박자처럼 늘어선다. 나직하게 불러보는 콧노래처럼 차분하지만 발끝은 왠지 모르게 달뜨는,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리듬이고 스텝이다. 소란스러움과 떨어져 차분한 장기 워케이션을 경험하기 위해 고성을 고른 건 정말 잘한 일이다. 휴가지에서 업무 시간을 보내는 워케이션에 맞게 공유 오피스까지 갖춘 전문 숙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고성의 리듬에는 숲과 바다가 함께하는 조용한 숙소가 꼭 맞는다. 정원에 요가 매트를 깔고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고 싱잉볼과 차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나만의 사무실이자 숙소를 골랐다. 바다가 보이는 책상으로 출근하기 전 10분 거리 안에 있는 백사장을 산책하고 점심 시간이 되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한숨을 돌린다. 돌아와도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속속 변하는 풍경에 눈이 훤하다. 일을 마치고 나면 직판장에 가 가리비를 굽거나 바닷가에 자리를 깔고 와인 한잔을 마신다. 더워지니 해가 참 길다. 워케이션의 하루는 길지도 짧지도 않게 끝이 난다.
파란색과 녹색 그리고 노란색 봉포, 천진, 청간, 아야진, 삼포, 공현진…. 체감도 그렇지만 지도를 보면 해수욕장이 끝이 없다. 하얀 모래가 고운 곳, 갯바위가 그럴듯한 곳, 포말이 예쁘게 부서지는 곳. 휴대폰 속 사진 반이 푸르다. 바다만큼 산림욕장과 늪지도 촘촘하다. 포렴 같은 나무 사이를 젖히며 걷는 공원, 나무가 벽지처럼 빽빽한 숲의 기세가 등등하다. 그 사이사이 빗금을 긋듯 금계국이 노란 얼굴을 들이민다. 고성에서 워케이션을 보내는 동안 본 자연의 색이다.
고성놀이 워케이션에는 휴양도 포함된다. 고성에는 바다를 영화 관람하듯 바라볼 수 있는 카페가 많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다이니 물결의 표정이 뚜렷이 읽힌다. “여행지에서는 시장에 간다.” 많은 여행자들의 법칙이다. 2일과 7일, 날이 맞으면 천년고성시장에서 열리는 5일장을 볼 수 있다. 튼튼한 식물을 실어온 사장님, 요깃거리를 팔려고 기름을 끓이는 사장님, 집에서 키운 상추를 팔 만큼만 들고 나온 사장님, 구경하느라 시간이 솔찬히 간다. 돌무더기를 쌓아 올린 담에 정직하게 한글로 적힌 ‘바우지움’은 조각미술관이다. 물과 잔디, 소나무와 돌, 테라코타라는 다섯 개의 주제를 가진 야외 정원과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을 내어 미술관에 가는 것 역시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일과다. 고성에서는 바다와 백사장이라는 드넓은 공간이 다 내 것이 된다. 매트를 깔고 와인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서울에서 곱게 싸온 와인잔은 돌아가는 날까지 든든하다.
아야트 커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해변길 137
천년고성시장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간성시장2길 9-3 간성어시장
바우지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고성은 음식점은 아침 일찍 열어 초저녁이면 거의 문을 닫는다. 거진항 생선천국은 아침에 막 잡아온 생선을 그대로 구워 내거나 탕을 끓여 낸다. 바다가 거칠면 못 먹는 생선도 늘어난다. 불판에 올린 고등어와 볼락, 가자미는 구이인데도 신선함이 살아 있다. 별사탕처럼 오독오독 씹히는 고등어 위 소금은 짜지 않고 달다. 가게 위 옥상에서 말리고 숙성시켜 그렇다. 형제수산의 메뉴는 딱 하나 가리비구이다. 직판장이라 수족관에서 바로 뜰채로 떠서 킬로당 판다. 연탄불에 구운 가리비가 자꾸 술을 부른다. 혼술과 혼가리비는 좀 맛있고 멋있다. 워케이션 하는 동안 매일 거창한 것만 먹을 수는 없다. 시장 옆 신안식당은 정갈한 백반으로 오래 자리를 지킨 곳이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중 하나를 고르면 갖은 반찬이 상을 채운다. 맛이 있어 기가 막히지는 않지만 내온 음식 모두에 골고루 젓가락이 가 끝내 싹싹 비우고 만다. 막국수 아닌 냉면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0년 전통 오미냉면에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없다. 명태 덕장이 많은 고장답게 명태 무침을 올린 회냉면 외길이다. 양념장과 설탕 한 스푼을 넣고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준다. 한 달에 두 번은 냉면 생각에 아야진을 떠올릴 것 같았다.
생선천국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항길 19
형제수산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해변길 23
신안식당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간성시장1길
오미냉면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해변길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