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충분한 제주의 동네, 탑동

원도심은 이름 그대로 과거 제주의 역사가 시작되고 활동의 중심이 된 곳이다. 긴 기간 동안 많은 이야기가 쌓였지만, 산업화 이후 신도시가 생기고 상업지구가 옮겨가며 관광지로써 매력은 약한 곳이었다. 2000년대 초반 도시재생과 로컬 문화의 유행이 일면서 탑동은 관덕정 골목과 아라리오 뮤지엄,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를 중심에 두고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또다시 동문시장, 산지천, 사라봉 주변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타 지역에서 아예 거점을 옮기거나 두 번째 공간을 오픈한 가게도 자주 눈에 띈다. 동네는 작은 규모이지만 제주의 자유롭고 한적한 분위기를 닮은 공간이 많아 온전히 집중하고,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지금 가장 핫한 동네, 탑동의 특색있는 공간 여섯 곳을 추천한다.

맹그로브가 강원도 고성에 이어 두 번째 선보이는 일과 여행이 공존하는 워케이션 특화 공간. 11월 18일 오픈해 무척 따끈따끈하다. 1980년대 관광호텔을 개조해 제주의 자연과 도심의 세련된 분위기를 모두 살려 감각적으로 탈바꿈했다. 총 90실의 객실, 100석 이상의 업무 공간은 집중이 무척 잘 되는 차분한 분위기다. 일하기에도 좋고 온전한 쉼을 만끽하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공간 곳곳을 세심하게 꾸렸다. 7층 체크인 라운지에서는 탑동의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1층에는 살로몬과 헬리녹스 매장이 입점해 있다. 러닝과 캠핑을 즐기고 싶은 아웃도어 마니아들이라면 들러볼 만하다. 지척에 아살람, 하루방보쌈, 남양통닭, 맥파이 제주점 등 로컬 맛집이 포진해 있어 먹고 마실 걱정은 없다. 2024년까지 1+1박 할인 행사를 워크와이드 멤버십 대상으로 진행해 올겨울 쉬멍 놀멍 일해보기를 권한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탑동로 5
운영시간 체크인 15시, 체크아웃 11시

와인과 함께 제주 현지의 식재료를 만끽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탑동 근처는 흑돼지 골목과 고기국수 거리가 대부분이라는 편견을 없애주는 반가운 곳이다. 아늑하고 귀여운 공간에 들어서면, 까만 고양이의 로고가 눈에 띄고 넓은 오픈 키친과 통창으로 보이는 녹음이 아름답다. 비건 옵션도 가능하다. 갈치속젓버터 파스타는 시트러스와 세이지를 주재료로 한 소스가 갈치의 비릿함을 잡아내기 때문에 계속 손이 간다. 넙적한 파스타면에 당근 라구 소스를 비벼먹는 당근라구 파케리도 강력 추천. 아랍식 대추야자와 호박 퓌레, 두유를 넣어 만든 펌킨파이, 타마린드를 넣은 레모네이드 등 특별한 음료 메뉴가 많다. 세심한 와인 셀렉션에 반하고, 적정한 가격에 한 번 더 반하고 나온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탑동로 43 2층
운영시간 화-토 11시-18시

작은 골목으로 들어오면 나오는 안락하고 예쁜 로컬 카페다. 2층은 요가복을 판매하는 파드마 제주가 위치해 있다. 쌀집으로 쓰이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제주 카페 ‘쌀다방’을 운영하다가 상호를 바꾸고, 목욕탕을 개조한 공간으로 이전했다. 쌀다방의 시그니처 메뉴 쌀라떼도 그대로 있다. 원도심을 지켜온 단단함과 유연함이 느껴진다. 낮에는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고 붐비지 않아, 혼자 책을 읽거나 사색하기에 좋다. 반려견 동반도 가능해 동네 강아지들이 모이는 날도 있다. 음료를 들고 10분 정도 걸으면 탑동 해안가가 나와 유유히 산책하기도 좋다. 한 계단만 오르면 나오는 파드마 제주는 자체 제작 요가복을 구매할 수 있는 보물창고같은 공간이다. 디자인과 색상이 독보적이어서인지 요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고.

주소 제주시 무근성 7길 11
운영시간 10시-20시, 매주 목요일 휴무

탑동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델리&그로서리 스토어다. 간단하게 한 끼 식사하고 싶은데 또 대충 때울 수 없는 날에 찾으면 제격이다. 냉장고를 뜻하는 영어의 앞 글자를 딴 이름과 귀여운 파란 펭귄 로고가 반갑게 맞아준다. 제주에서 난 제철 채소를 사용하고, 후무스와 구좌 감자를 넣은 스프처럼 지구와 내 몸을 위하는, 간단하지만 영양가 높은 메뉴를 주로 선보인다. 양상추를 제외한 모든 채소는 제주 오일장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정성이 담긴다. 종종 소스와 간단한 반찬 등을 배송하는 ‘육지대작전’ 팝업을 열었다가, 최근 온라인스토어를 오픈해 집에서도 손수 만든 구좌당근라페, 랜치 소스와 직접 담근 제주 채소 피클도 맛볼 수 있다.

주소 제주시 탑동로 109
운영시간 9시-21시, 매주 화요일 휴무

서울숲 인근의 메쉬커피가 탑동 디앤디파트먼트에도 2호점을 오픈했다. 올해 4월에 매장을 오픈해 스페셜티 커피 매장이 밀집한 탑동에서는 비교적 신규 카페다. 아라리오 뮤지엄 1층에 있다. 접객은 담백한데, 아침 일찍 열기에 모닝 커피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스탠딩커피 바를 표방하는 서울 매장보다 좌석이 많아 확실히 아늑한 느낌이다. 메뉴는 커피에 집중하겠다는 뚝심있는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지만, 매일 직원들이 소량 준비해 직접 굽는 북유럽 스타일 홈메이드 디저트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지역 작은 브랜드와 협업해 여는 깜짝 디저트 팝업처럼 커피를 매개로 다양한 로컬 이벤트를 꾸리는 새로운 시도를 부지런히 하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신 뒤 이벤트와 팝업이 자주 열리는 디앤디파트먼트를 구경해도 좋다.

주소 제주 제주시 탑동로 14 1층

운영시간 매일 8시-17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그로서리 편집숍 아틀리에 크레타의 제주 팝업이 12월 15일까지 디앤디파트먼트에서 열린다. 주방과 식탁을 아름답게 해줄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경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절대 놓치지 말야아 할 것은 단연 크레타 메이드 상품들. 블랙 올리브 타프나드, 타르타르소스와 각종 과일청, 페스토, 수제 쿠키와 그래놀라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팝업에서는 크레타 제품으로 10만 원 이상 구매 시 이웃 매장 메쉬 커피 선불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연다고. 자세한 사항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자.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공간 인테리어, 친절하고 따뜻한 환대 덕분에 혼술도 전혀 두렵지 않은 공간이다. 아지트 삼고 싶은 동네 술집이랄까. 바 테이블과 작은 테이블 2개와 오픈 키친이라 일본 드라마의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마저 든다. 새송이 버터구이나, 시오콘부 주먹밥과 같이 스몰 플레이트의 안주 메뉴로 부담 없이 한 잔 하러 들러도 좋다. 생맥주 외에도 논알코올 칵테일, 커피, 주스 등 음료를 구비해 두었다. 12월부터 독특하게도 주말을 제외하고 공간 대여 형태로 변화하는 팝업 식당을 ‘공간 사장’ 프로젝트를 연다. 매달 운영하는 셰프와 운영시간이 바뀌기 때문에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방문 전 인스타그램 확인은 필수다.

주소 제주 제주시 중앙로2길 17 1층
운영시간 12월 토-일 18시-12시, 월-금 3시-12시(월간 사장 팝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