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성수와 제주에 생긴 새로운 문화 공간
주택을 개조한 소규모 영화관, 사운드의 역사를 보고 듣는 뮤지토리움, 창고에서 변모한 인천과 제주의 복합문화공간까지. 경계 없이 나타나 더 반가운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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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랜드
우리나라 영화사와 궤를 함께하던 대한극장이 9월 30일 문을 닫는다. 이렇게 크고 작은 영화관이 안녕을 고하는 지금, 용기 있게 문을 연 무비 랜드는 수선스러운 성수동의 풍경과 동떨어진 요새 같은 ‘시네마 천국’이다. 깊숙한 골목 안쪽 3층 주택을 개조해 소규모 영화관을 세운 이들은 모베러웍스(Mo Better Works). 일을 벌이기를 사랑하고 관련된 브랜드를 론칭하다 급기야 영화관까지 차렸다. “처음 공간을 설계할 때 디자인적 레퍼런스는 여럿 있었지만 팀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공감각적인 감상은 같았어요. 아스라한 느낌. 수업을 땡땡이치고 옛날 도서관에 갔을 때 서가 사이에 햇빛이 내리쬐고 그 사이로 먼지가 부스러지는 감성을 공간 전체에 표현하고 싶었죠.” 권지우 매니저의 말처럼 오렌지색에 가까운 목재와 직물이 주는 따뜻함이 공간 전체에 내려 앉아 있다.
직관적인 이름에서 떠올릴 수 있는 영화에 의한 테마파크적인 경험은 입구에서 티켓을 끊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브로드웨이의 극장 매표소를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티켓 부스를 지나면 대형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전의 모습을 간직한 ‘매점’이 나타난다. 탄산음료와 팝콘, 핫도그처럼 단출하지만 기본적인 메뉴들이 공간에 설득력을 더한다. 모베러웍스의 숨겨진 주특기는 이들이 디자인한 제품들. 한쪽에 있는 작은 숍에서 판매하는 굿즈와 포스터, 티켓을 통해 알 수 있다. 2층 라운지는 영화 상영 전 대기하는 공간이자 전시관의 기능을 한다. 무비 랜드의 상영 프로그램은 매달 한 명의 큐레이터가 책임지는데 감독 신우석과 배우 박정민이 거쳐갔고 곧 음악가 김오키의 차례가 돌아온다. 영화관이 되기 전 누군가의 거실이었던 공간에 이들이 고른 영화와 관련된 소장품들이 조곤조곤 놓여 있다. 3층은 30석 단관 상영관. 층계를 올라 문을 열자마자 스크린과 좌석이 나타난다. 규모는 작지만 제대로 필름을 돌린다.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얼떨결에 영사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 서울에서 가장 내밀한 영화관이 완성되었다.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5-5


하우스오브레퓨즈
제주 애월 숲속에 20여 년간 버려져 있던 폐건물이 새 생명을 얻었다. 하우스오브레퓨즈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하이츠(HEIGHTS)가 2019년 열었던 연말 파티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안식처 또는 대피소로 생각했던 파티의 모티프를 제주도로 옮겨왔다. 1천8백여 평이나 되는 거대한 규모 덕분에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 또한 넉넉하다.
묵직한 대리석 바의 존재감 덕분에 필연적으로 ‘신상 카페’로 널리 알려진 더 커미서리(The Commisary)는 콘크리트 골조 외에 특별한 장식이 없지만 큰 창 너머로 애월읍의 풍경이 생생히 담긴다. 한쪽 벽면을 할애해 건 장종완 작가의 파도 그림은 공간이 가진 예술적 DNA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일례. 지하 공간에서는 본격적으로 전시가 펼쳐진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 오의 «에릭 오 미디어 체험전(O : AN ERICK OH RETROSPECTIVE)»이 열리고 있는데 마치 지하세계로 뚝 떨어진 것 같은 연출이 돋보인다. 어둠 속에서 점멸하는 빛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형태를 쫓아 전시관을 돌고 난 후 지상으로 올라오면 마주하는 자연과의 대비는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누리는 최대의 호사다. 이번 에릭 오의 대형 미디어 상설전에서는 아카데미 후보작인 <오페라>와 스페이스K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던 <오리진>을 다시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
아직은 디자인 아동복과 빈티지 토이를 판매하는 ‘골든 조’만 영업 중이지만 9월 중에 아트시네마 상영관과 편집숍 ‘하이츠스토어’가 문을 열 예정이다. 4월 25일부터 시작된 시범 운영을 마치고 정식 오픈을 앞둔 하우스오브레퓨즈가 뮤지엄과 갤러리를 제외한 이렇다할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없는 제주도에서 어떤 안식처가 될지 한껏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하소로 735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박의령
- 사진/ 김영제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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