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성수와 제주에 생긴 새로운 문화 공간

주택을 개조한 소규모 영화관, 사운드의 역사를 보고 듣는 뮤지토리움, 창고에서 변모한 인천과 제주의 복합문화공간까지. 경계 없이 나타나 더 반가운 공간들.

프로필 by 손안나 2024.09.06
MUSEUM L
뮤지엄엘
인천 내항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크다. 이런저런 공장이 큼직하게 들어서 있고 커다란 항구에 커다란 배가 지나다닌다. 고개가 절로 꺾이는 사일로가 끝도 안 보이는 이런 비일상적인 풍경 안에 예술 공간 뮤지엄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뮤지엄엘이 속한 상상플랫폼 또한 1978년 건립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폐곡물 창고를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뮤지엄엘만 총 세 개의 전시실, 카페와 라운지, 세미나실까지 합치면 2천2백 평에 달한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은 수도 없이 많지만 뮤지엄엘은 세 개의 전시관을 통해 여러 장르의 예술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 “공간이 ㄷ자 모양으로 생겼잖아요. 처음 봤을 때 테이트 모던이 떠올랐어요. 굉장히 크기가 큰 세 개의 공간이 있고 구획과 특징이 명확했고요. 1관은 이머시브 전시, 2관은 예술의전당이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대형 원작 전시, 3관은 외부 환경이 개입된 웅장한 공간이라 이색 테마 전시를 열기에 제격이라 생각했어요.”
2014년부터 ‘빛의 벙커’ 사업을 총괄하고 2018년 국내에 첫 몰입형 전시를 도입한 김현정 총괄 디렉터는 자신이 지금까지 선보인 전시보다 더 확장된 결과물을 만들고자 다가섰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모나리자>의 스토리를 루브르박물관, 그랑팔레 이머시브와 협업하여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 60여 점을 선보이는 알렉스 카츠의 원화 전시, 이랜드 뮤지엄이 소장한 농구 스타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테마전을 동시에 열게 되었다. 유명세와 별개로 어떤 나이대와 성별, 조합으로 방문해도 세 개의 전시 중 하나는 반드시 만족하며 볼 수 있다는 것. 복합문화공간의 정의가 무엇인지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는 공간이다.
인천시 중구 월미로 33 상상플랫폼

ModernCloisters
모던클로이스터
소리의 음역대만큼이나 여러 갈래의 감상 방식이 생겨나고 있다. 음악만을 듣기 위한 리스닝 룸부터 음악 콘텐츠 전문 상영관, 오디오 전문 박물관까지. 양평에 위치한 모던클로이스터는 이런 특수성을 조금씩 고루 갖춘 공간이다. 리셉션 공간을 지나 2~3층에 걸친 오디토리움에 들어서면 조형미가 돋보이는 공간 구성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오선지처럼 올곧게 열을 맞춘 좌석 너머 중앙에 자리 잡은 JBL의 ‘파라곤’과 제일 먼저 눈이 맞는다. 마치 미드센추리 가구 같은 생김새의 파라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라는 수식어를 지녔다. 양쪽을 사수하는 듯 서 있는 골드문트의 ‘아폴로그’는 혁신적인 미술작품처럼 보인다. 바닥부터 한 층, 두 층까지 감각적으로 쌓아 올린 스피커는 대략 10조. 바로크 음악을 전공한 음악가이기도 한 조대성 대표가 20년간 모은 빈티지 하이엔드 스피커 중에서 선별한 것들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스피커를 가까이서 마주한 다음은 소리를 들어볼 차례. 벽면에 빼곡히 꽂힌 1만 장의 LP는 조대성 대표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모은 것들이다. 클래식과 성가, 재즈부터 록까지 분위기에 맞게 ‘수동’ 재생된다. 한 사람당 한 곡을 신청할 수 있는데 그 후부터는 스트리밍 앱의 자동 추천처럼 비슷한 무드의 곡을 띄워준다. 어느 곡은 폭포수처럼 위에서 쏟아지고 어떤 곡은 보이지 않는 공기의 입자처럼 허공에 음표로 잔존한다. 청음에 가장 적절한 높이와 넓이, 콘크리트와 목재, 유리를 섞어 치밀하게 소리를 조율한 가운데 수집가이자 애호가이며 실무자면서 DJ를 자처하는 조대성 대표의 진심이 더해져 완전한 공간을 이룬다. “이름이기도 한 클로이스터는 중세 수도자들이 평안을 구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들이 그 공간을 천국처럼 여겼던 것처럼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도 작은 천국을 느꼈으면 합니다. 음악을 직접 듣고 그 소리의 근원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뮤지토리움(Museum+Auditorium)이라고 불리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황순원로 484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박의령
  • 사진/ 김영제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이 기사엔 이런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