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꽃놀이 못 간 당신에게 추천하는 여행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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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꽃놀이 못 간 당신에게 추천하는 여행지

팝콘 터지듯 봄꽃 만개 소식이 이어진다. 짧아서 더 애틋한 봄의 절정을 온몸으로 즐길 시간.

BAZAAR BY BAZAAR 2022.04.06
vol.43 아직 꽃놀이 못 간 당신에게
#진주의바깥생활
 
봄의 절정에 이른 제주
유채꽃 가득한 서우봉 산책길 (c)제주관광공사, Visitjeju.net

유채꽃 가득한 서우봉 산책길 (c)제주관광공사, Visitjeju.net

제주에는 이미 2월부터 유채꽃이 서귀포 남쪽을 시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채꽃 산책길이 난 함덕 서우봉과 중문해변 인근의 엉덩물계곡에는 꽃길 따라 근사한 사진을 남기는 여행객으로 북적거린다. 동쪽 동네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별방진은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옛 문화재인데, 높은 성벽 안쪽에 유채꽃이 끝없이 가득 차 있다. 봄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기록하고 나지막한 지붕으로 이루어진 주변 동네를 산책해보자. 뜻밖의 제주 옛 풍경을 마주할 것이다. 
봄이 찾아 온 예래생태마을 공원 / 사진 신효정

봄이 찾아 온 예래생태마을 공원 / 사진 신효정

서귀포 현지인은 동네 주민이 즐겨 찾는 예래생태마을 공원을 추천한다. 유채꽃을 비롯해 벚꽃과 각종 야생화가 만개한 공원은 습지와 용천수가 흐르는 대왕수가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풍경 같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서귀포 주민의 아지트였으나, 이제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울 만큼 소문난 숨은 여행지가 됐다. 사실 예래생태마을은 2천 년 전 고대인이 거주하던 유서 깊은 동네다. 고인돌 같은 선사 유적이 흩어져있고, 전국에서 처음 ‘반딧불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청정 구역이기도 하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목조 데크를 걷다가 제주 희귀식물인 담팔수의 붉은 잎을 구경하고 벚꽃이 봄볕을 스치며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실개천을 따라 봄의 절정을 만끽해보자.
실개천이 흐르는 예래생태마을 공원 / 사진 신효정

실개천이 흐르는 예래생태마을 공원 / 사진 신효정

5월 중순까지 가파도에는 청보리와 유채꽃이 지천이다. (c)제주관광공사, Visitjeju.net

5월 중순까지 가파도에는 청보리와 유채꽃이 지천이다. (c)제주관광공사, Visitjeju.net

개인적으로 봄이 오면 가파도를 떠올린다. 5월 중순까지 해발 25m의 해안단구에는 짙푸른 청보리가 허리춤까지 차올라 사방에서 살랑거린다. 섬의 3분의 2가 청보리밭인데 올해에는 청보리보다 유채꽃이 흐드러진다. 휴식기를 맞이한 빈 밭에 유채꽃을 심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지속된 가뭄으로 청보리가 잘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채꽃과 해바라기, 코스모스를 번갈아 심는 일이 장기적으로 섬을 위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청보리와 유채의 간극이 만드는 색채는 가파도의 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환상적 풍경이다. 청보리 수확기인 5월 중순까지 가파도는 하루하루가 봄 축제다.
 
 
등산과 꽃놀이를 함께 하려거든
황매산의 산철쭉 제2군락지 / 사진 황매산군립공원 제공

황매산의 산철쭉 제2군락지 / 사진 황매산군립공원 제공

남쪽의 황매산군립공원으로 가자. 황매산은 산청과 합천 경계에 걸쳐 있는 바위산으로, 봄이 오면 진분홍 철쭉이 고위 평탄에 빼곡하게 피어오른다.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한 황매산 철쭉은 아직 꽃봉오리가 작게 올라오는 중이다. 5~6월에 만개하는 철쭉은 봄에 가장 늦게 피는 꽃이기도 하다. 올해 5월 초에는 철쭉 군락지 전체에 진분홍 파도가 너울댈 것이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1,113m의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해발 800m에 펼쳐진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를 지그재그 탐색하며 꽃놀이를 만끽해보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해 온 가족이 함께 걷기 좋다. 합천 오토캠핑장에서 시작하는 등산로에는 ‘2021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을 수상한 ‘철쭉과 억새 사이’ 휴게소가 있다. 나지막한 단층으로 설계한 곡선형 건물은 철쭉 능선을 가리는 것이 없어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비슬산 군립공원 (c) 대구광역시

비슬산 군립공원 (c) 대구광역시

대구와 경북 청도에 걸쳐져 있는 비슬산은 진달래(참꽃) 군락지로 유명하다. 대구 남쪽 기슭에서 만난 비슬산은 3월 중순까지 봄눈이 내렸지만 4월 현재 진달래가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는 중이다. 5월이 오기 전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사찰 대견사를 거쳐 진달래 군락지로 들어가 보자.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전기차 혹은 셔틀버스를 타고 해발 1,000m의 대견사까지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사찰 뒤 바위 병풍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진달래 군락은 개화 시간이 짧아 더욱 애틋하다. 진달래를 구경하고 하산길에 약 66만㎡ 면적에 달하는 광활한 호수공원에서 수상 탐방로를 산책하며 봄의 여운을 느긋하게 만끽해 보자.
 
 
생애 꼭 한 번은 하동의 봄
하동 섬진강 풍경

하동 섬진강 풍경

유명 봄꽃 축제는 대부분 취소되었지만, 작년처럼 꽃밭을 뒤집어버린다는 잔인한 소식은 다행히 들리지 않는다. 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새 시대가 온 것이다. 한낮 온도 26도를 넘나드는 따뜻한 날씨에 하동은 이미 동네 전체가 봄꽃 잔치 중이다. 벚꽃, 산수유, 배꽃, 개나리, 진달래 등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봄꽃이 지천이다. 
벚꽃 가로수가 심어진 19번 국도

벚꽃 가로수가 심어진 19번 국도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약 6km의 화개십리벚꽃길을 느릿하게 걷거나 봄바람에 소복하게 떨어지는 꽃눈을 맞으며 19번 국도를 드라이브해보자. 주말이면 들어가고 빠져나올 길이 없을 만큼 인파가 모여드니 주중 이른 아침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동공원은 어느 마을에나 있는 평범한 동네 뒷동산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전망대에 서면 섬진강과 하동읍, 백운산과 광양시까지 파노라마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천년의 정원’을 가장 화려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섬진강에서 채취한 벚굴

섬진강에서 채취한 벚굴

하동에는 벚꽃 필 때 먹는 벚굴 찜이 봄의 인기 메뉴인데, 물속에 잠겨 햇살이 비치는 모습이 벚꽃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진강에서 채취한 자연산 벚굴은 바다 굴보다 서너 배 크고, 두툼하다. 벚굴을 찌거나 구워 매실 장아찌와청양고추, 묵은 김치를 곁들어 먹는 것이 포인트. 하동의 봄 보양식이다. 하동에서 특별한 로컬 체험을 찾는다면 놀루와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하동 차마실(@nolluwa)을 신청해보자. 하동 야생차와 다기 세트, 돗자리, 보온 물통, 다식이 담긴 차마실 키트를 대여해 하동의 다원에서 독립적인 차회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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