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멸종 위기에 처한 농수산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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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멸종 위기에 처한 농수산물

사라지는 것들의 이름

BAZAAR BY BAZAAR 2022.04.09
 
“지구온난화는 완전히, 그리고 매우 비싼 거짓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지금의 위기를 정치적인 것 혹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식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2055년까지 인간에게 중요한 식량 자원의 야생 종자 22%가 멸종한다고 밝혔다. 사과, 포도, 감자, 꽁치, 명태, 초콜릿…. 흔하디흔한 식재료가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재앙은 이미 우리의 발목까지 차올랐다.
 
명태
1980년대만 해도 명태는 ‘국민 생선’이었다. 그러나 1981년엔 10만 톤 잡히던 명태의 어획량은 2007년부터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산화탄소가 녹아 바닷물이 산성화되고 수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동해를 떠나 북서부 베링해로 북상했다. 몇 년 전, 정부가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공 종자 30만 마리를 방류한 적이 있다. 그러나 3년 뒤 생사가 확인된 명태는 단 3마리뿐이었다. 국산 명태는 이미 멸종되었다.
 
포도
재작년 봄, 프랑스의 한낮 기온이 26℃까지 오르는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영하 6~7℃까지 뚝 떨어진 적이 있다. 직격탄을 입은 건 부르고뉴의 드넓은 포도밭이었다. 다음 해, 부르고뉴 지방의 포도 생산량은 27%가량 급감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는 2050년 지구 평균기온이 4.7℃ 상승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전 세계의 주요 와인 산지 9곳의 미래를 예측했는데 결과가 처참하다. 프랑스의 포도 농장 85%, 호주와 뉴질랜드는 73%, 캘리포니아 70%, 남아프리카는 55%, 칠레는 40%가 황폐한 불모지로 변한다.
 
사과
사과 재배지로 유명한 대구, 경북에서 사과 생산량이 80% 이상 감소했다. 사과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야간 온도가 과거에 비해 평균 4℃가량 높아졌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약 80년 뒤엔 국내에 사과 농장이 다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과의 위기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었지만 사람들은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과일 1위는 여전히, 사과다.
 
꽁치
1백 년간 세계의 연평균 기온이 0.7℃ 오를 때 한국은 1.5℃ 올랐다.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이런 추세로 가다간 2100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이 5.7℃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가을 제철 생선으로 통하던 꽁치는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 어획량은 겨우 40톤. 1천7백41톤 생산하던 20년 전에 비하면 0.37%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제 꽁치는 희귀 생선이다.
 
감자
따뜻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와 달리 감자는 서늘한 곳에서만 덩이 줄기를 만들어낸다. 그만큼 열에 민감하다. 감자의 주산지인 남미 안데스산맥에서는 30년 전 해발 3천 미터에서 재배하던 감자를 이제 4천 미터에서 재배하고 있다.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가야 할까? 감자의 수확량은 2060년까지 32% 감소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빅맥에 감자 스틱 대신에 고구마 스틱을 곁들여 먹게 될지도 모른다. 감자는 더 이상 구황작물이 아니다.
 

기후변화, 대기오염,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인 밀원수 감소, 도시화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벌꿀 수확에만 난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농작물 70% 이상이 꿀벌에 의존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꿀벌을 매개로 번식하는 식물군이 열매를 맺지 못해 결국 멸종한다. 먹이사슬이 무너지는 것이다. 꿀벌의 멸종은 인류의 멸종이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이다.
 
초콜릿
초콜릿의 주재료인 코코아가 문제다. 북위 25도, 남위 25도 주변에서만 서식하는 코코아 열매는 습도가 충분하고 토양이 비옥하지 않으면 금세 시들어버린다. 주산지인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의 평균기온은 2030년에 1℃, 2050년에 2℃ 이상 오를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열대농업국제센터(CIAT)에 따르면 당장 2030년부터 코코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렇다면 2050년에는 더 이상 예측이 무의미하다.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원래 열매를 통째로 삼켜 씨를 퍼뜨려주던 매머드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 멸종하면서 사라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아보카도의 맛에 매료된 인간이 인공 재배를 하면서 멸종을 면했다. 비극의 시작이었을까? 멕시코 미초아칸주 농부들이 아보카도를 심기 위해 파괴한 숲은 매년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다. 게다가 아보카도 1㎏을 수확하기 위해선 2천 리터가 넘는 양의 물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아보카도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환경파괴의 주범인 아보카도가 정작 환경이 파괴되면 멸종한다는 것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인류의 식량을 책임지는 작물 중 35%가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지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서 아보카도는 종의 60%가 위협 임박 단계로 분류됐다. 이번엔 아보카도와 인간 모두 정말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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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사진/ 안상미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보선
    어시스턴트/ 백세리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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