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밤에 양치를 하고 난 후 거울을 통해 치아 상태를 확인한다. 해가 갈수록 고민이 되는 건 점점 누르스름해지는 치아. 아무리 열심히 양치를 해도 한번 노래진 치아는 도통 밝아지지 않는다. 차인표처럼 분노의 양치질을 해봐도 소용없더라.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이런 식의 강한 칫솔질은 치아를 더 노랗게 만들 수 있다. 치아의 겉면인 에나멜 층은 반투명체지만 치아 내층인 덴틴은 황색이라 치아가 마모되면 안이 비치면서 노랗게 보이는 것.
사실상 치아가 노래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에 있다. 커피, 와인, 홍차, 녹차, 카레 등 색소가 있는 음식은 치아를 서서히 변색시킨다. 김치찌개, 고추장찌개 등 빨간 국물 요리 역시 마찬가지. 이런 음식은 뜨거울수록 치아 변색을 더 잘 일으킨다. 하지만 치아 걱정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할 수 있는 건 바로 양치를 하거나 물로 헹구는 것. 하지만 이는 예방책일 뿐 이미 노래진 치아를 되돌리는 것과는 별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치아 미백 제품으로 셀프 관리를 하거나 전문의에게 미백 시술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아 미백은 무조건 치아를 하얗게 만드는 것일까? 이는 흔한 오해다. 치아 미백은 본연의 치아 색을 찾는 효과를 기대할 뿐이다. 아무리 병원에서 시술을 받더라도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치아 색상보다 밝아질 수는 없다. 연예인들은 새하얀 치아를 갖고 있지 않냐고? 대다수가 인공 치아를 부착하는 라미네이트를 한 것. 그러니 목표를 눈부신 백색 치아에 두는 착오는 하지 않도록 하자.
시중에 판매하는 치아 미백제는 종류가 다양하다. 가격대는 1만~5만원대로 병원 시술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 시판용 치아미백제는 주로 3% 이하의 저농도 과산화수소를 함유한다. 원리는 치아에 붙어 있는 착색 성분을 산화해 제거하는 것으로 모두 동일하다. 차이점은 미백제를 치아에 도포하는 방식에 있다. 주사기, 펜슬 브러시, 마우스피스, 패치 형태 등 다양하다. 셀프 치아 미백 제품은 모두 사용 후에 물로 헹구고 치약 없이 가볍게 칫솔질로 마무리해야 한다.(치아 표면이 약해진 상태라 치약이 치아 마모를 촉진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할 땐 ‘의약외품’ 허가 표시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의약외품이란 질병의 치료, 예방과 관련된 제품임을 인증받았다는 뜻.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치아 미백제를 사용한 후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이시림이다. 대개는 잇몸에 과산화수소가 닿아 자극을 받은 경우로 3~4일 후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방치 시간 등 사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치아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미세한 구멍이 생기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치아 표면을 혀로 쓸었을 때 거친 느낌이 들거나 잇몸이 붉어지고 쓰라림이 들 때, 이시림 증상이 5일 이상 지속된다면 사용을 중단하고 치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치주 질환이나 잇몸 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치료를 끝낸 후 사용한다. 임산부, 소아는 치아 미백제를 삼가는 것이 좋다.
치아 미백제가 부담스럽다면 간편하게 미백 치약을 써보자. 이 역시 과산화수소 함유량에 따라 사용 빈도나 횟수를 정해놓고 써야 안전하다. 시중에 나온 제품은 보통 0.5~3% 농도인데 0.75% 이상을 선택해야 미백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치약과 동일한 횟수로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1.5% 이상은 하루 두 번만 사용하고, 한 번은 일반 치약의 사용을 권장한다.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민간 요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강황 가루와 민트 오일을 섞은 물로 입을 헹구는 게 치아 착색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표적인데, 전문가들은 강황 때문에 되려 치아가 착색될 수 있다고 말한다. 베이킹소다와 과산화수소를 섞어 치아 표면을 닦으면 효과적이라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 두 성분을 알맞게 배합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고 잘못했을 때 치아와 잇몸에 화학적 자극이 심해 위험하다.
셀프 치아 미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미백 시술도 해법이 된다. 진료를 통해 구강 질환 여부를 확인한 후 시술 가능 여부를 정하는데, 시술 순서는 이렇다. 먼저 이시림을 막기 위해 사전에 잇몸을 보호하는 약품을 바른다. 이후 의사가 직접 35%의 고농도 과산화수소가 함유된 약품을 도포하고 레이저나 특수 광선을 조사해 약품을 활성화시킨다. 치아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2회 시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 있다. 1회 시술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이며 비용은 1회에 15만~20만원 선. 일반적으로 치아 색상은 총 16단계로 나뉘는데 평균적으로 3~4단계 정도 색이 밝아진다. 밝아진 치아 색상은 1~2년 정도 유지가 가능하지만 치아를 착색시키는 생활습관이 지속된다면 6개월 이내에 돌아올 수 있다.
병원에서 받는 치아 미백 역시 전문의가 안전하게 시술하지만 잇몸과 치아에는 부담을 주는 일이다. 때문에 착색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음식을 먹은 직후에 바로 양치하자. 다만 커피처럼 산도가 높은 음료를 마신 직후라면 치아가 부식될 수 있으니 물로 헹군 후 15분 뒤에 한다. 무설탕껌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든 치아 관리는 꾸준함이 관건. 6개월에 한 번은 치과를 방문해 치아 상태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