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기록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2년의 기록

<바자>가 ‘Sustainable Edit: 슬기로운 지구생활’이라는 환경 칼럼을 시작한 지 꼭 2년이 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 직접 발로 뛰고 목소리를 낸 <바자>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여전히 진행형이고 또 부족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한 소소하고 의미 있는 기록들.

BAZAAR BY BAZAAR 2022.03.30
 
생분해가 가능한 빨대.

생분해가 가능한 빨대.

지난해 〈바자〉 25주년을 위한 ‘팔도강산’ 화보를 찍기 위해 통영 수우도에 갔었다. 마을 주민이 3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섬마을. 아름다운 그곳의 해변가에 플라스틱 페트병들이 엄청나게 밀려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거나 랩 대신 밀폐 덮개를 사용하고, 음식물 쓰레기용 생분해 거름망을 구매한다. 6살 난 아들을 위해 소지품을 담는 지퍼백 대신 코튼 백을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옥수수 성분으로 만들어 생분해되는 빨대를 준다. 그리고 더 이상 리얼 퍼와 가죽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진짜가 아니어도 대체할 수 있는 재생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리얼보다 더 가볍고 트렌디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아쉽지 않다. 부편집장/ 황인애 
 
실용적인 법랑 식판.

실용적인 법랑 식판.

지난해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의 김가람 PD를 인터뷰한 후 그녀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꾸 뭔가를 사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돈을 주고 친환경 브랜드를 사는 건 쉽다. 하지만 뒷이야기는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불편하니까. 직업이라는 건, 자존심을 걸고 하는 일이지 않나. 패션계에서 ‘친환경’이라는 라벨을 붙여서 뭔가를 하는 분들이, 자신의 브랜드와 이름을 걸고 ‘진짜 친환경’이라고 할 만한 걸 좀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친환경 콘셉트로 포장된 그럴듯한 아이템을 더 사지 않는 것,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 오래된 물건을 아껴서 쓰는 것이 가장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임을 깨달았달까. 이를테면 나는 더 이상 배달 음식 앱의 VIP가 아니다. 어마하게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싫어서 집밥을 해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설거지 거리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관심이 플라스틱 용기가 없는 친환경 세제 쪽으로 흘러갔다. 지금 내가 쓰는 주방세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동구밭의 설거지 워싱 바다. 세척력이 우수하고 거품이 잘 나는 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용기형 주방 세제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깔끔한 화이트 컬러라서 미관상으로도 만족한다. 생수병도 끊었다. 필터 쓰레기가 남는 브리타 정수기는 여전히 반쪽자리 해답이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폐필터를 모으고 있다. 상당한 양이 쌓이면 언젠가 브리타코리아 본사로 보낼 생각이다. 피처 에디터/ 손안나


실제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소비를 줄인다’이다. 꾸밈을 위해 과도한 소비를 줄이는 것과 식습관을 되돌아보는 것. 오랜 SNS 사용 끝에 축적된 데이터들은 나에게 항상 무언가를 사라고 부추긴다.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지만 기어코 아름다운 자태에 현혹되고 만다. 특히 자주 권유받는 건 컵과 접시 등 아가지기한 주방 제품이다. 알고리즘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내 부엌 찬장에는 이미 많은 그릇과 컵이 쌓여 있다. 더 이상 그릇을 사지 않기로 했다. 원래 있던 화려한 그릇들은 손님맞이에 사용하고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법랑 식판을 쓴다. 칸이 많고 크기도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어 어떤 음식을 먹기에도 편리하다. 사람들이 많을 때도 이것저것 나눠 내기에 유용하다. 식기 하나 바꿔서 물과 세제를 얼마나 아끼려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꼭 세척의 문제만이 아니라 식판을 사용하면 음식 쓰레기가 적어진다. 그릇을 채우기 위해 실제로 먹는 것보다 넉넉하게 담은 적이 많았다. 음식은 넉넉히, 버리더라도 풍족하게, 라는 습관이 사라졌다. 피처 디렉터/ 박의령 

 
친환경적인 세제 바.

친환경적인 세제 바.

얼마 전 집 근처에서 제로웨이스트 숍 ‘보탬 상점’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 들어갔다! 그곳에는 없는 게 없었다. 불행히도(?) 이미 집에 넘쳐나는 물건 덕에 아직은 소소한 쇼핑 중이지만 커피로 만든 화분부터 삼베 수세미, 대나무 칫솔, 천연 라텍스 고무장갑 등 친환경 생활 필수품이 가득했다. 최근 구입한 제품은 옥수수 전분 성분으로 만든 ‘착한 치실’. 100% 생분해되는 제품인데 일반 제품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단점은 살짝 두껍기 때문에 치아 사이에 넣을 때 다소 빡빡하다는 점. 또 보탬 상점 한편에 자리한 ‘리필 스테이션’은 아주 매력적이다. 공병 하나만 준비해 가면 천연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을 원하는 만큼 담아 올 수 있다. 아직 주방세제만 사용해봤는데, 벌써 세 번이나 리필할 만큼 만족스럽다. 조만간 세탁세제도 도전해볼 참이다. 패션 에디터/ 윤혜영  
 
생분해 거름망과 천연 주방세제 소프넛.

생분해 거름망과 천연 주방세제 소프넛.

최근 독립을 했다.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직접 음식을 해 먹기 때문에 설거지는 필수. 얼마 전, 친구가 선물해준 소프넛을 주방세제로 사용하고 있다. 소프넛은 일명 비누나무 열매로 천연 계면활성제 성분으로 이루어졌다. 가격은 보통 10g에 3백50원 정도. 열매 15개를 1.5L 물에 넣고 끓이다가 약불에서 30분 정도 더 우려낸 후 식힌다. 유리병에 넣어 냉장 보관하고 설거지를 할 때마다 조금씩 덜어 사용한다. 열매에서 우러나온 자연 성분으로 얼마나 잘 닦일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훌륭하다! 간단한 설거지의 경우 뽀득뽀득한 기분까지 들 정도로 세정력이 좋다. 다만 기름기가 많은 경우 비누 형태의 세제 바를 쓴다. 패션 에디터/ 김경후 
 
환경에 무해한 고체 치약.

환경에 무해한 고체 치약.

나의 지속가능성을 생활지수 점수로 매기자면 50점 정도일 것 같다. 지속가능성을 완벽하게 실천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가능한 것들은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맛집 천국’ 망원시장을 자주 방문하는데 시장에 갈 때는 빈 용기를 챙겨 가며, 뷰티 신제품과 함께 오는 수십 장의 보도자료는 스테이플러 심을 빼고 모아 이면지로 사용한다. 물론 여전히 지키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썩지 않는 물티슈는 마를 새가 없이 동나고, 설거지나 샤워를 할 때 거품이 풍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버릇은 아직 고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다 쓰지 못하고 버리는 화장품이 너무나 많다. 다양한 제품을 써보고 내린 결론은 어떤 아이템이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꾸준히 사용하는 게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것. 손이 가지 않으면 오래 쓸 수 없고 결국 쓰레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우선 샴푸 바와 고체 치약은 나에게는 합격점이다. 머리가 짧은 이유도 있지만 오랫동안 사용했더니 뻣뻣했던 모발도 점차 안정화되는 느낌. 지금은 액체 샴푸와 번갈아 쓰고 있지만 이제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고체 치약은 적응이 좀 힘들었는데 합성 향, 방부제, 합성 성분 등이 없는 제품들이 다수라 자극 없이 상쾌하게 양치할 수 있다. 특히 톤28 고체 치약은 예쁜 유리병에 담겨 있으며 실력 마저도 우수하다. 다쳤을 때 수시로 붙이는 밴드가 썩지 않는다는 건 기사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구매한 에코 밴드는 밀착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뷰티 디렉터/ 정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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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황인애
    사진/ 신선혜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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