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뷰티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 몸에도 감정과 상태에 관여하는 존재들이 있다. 짜증이 많아진 엄마를 보면서 ‘갱년기인가?’ 생각하고, 출산한 친구가 예고 없이 울컥할 땐 ‘괜찮아, 호르몬 때문이야’라고 위로하기도 한다. 게다가 눈엣가시인 옆구리 군살과 뾰루지가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일 수 있다니. 우리 몸은 세포들, 아니 호르몬에 의해 조종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르몬이란, 생체의 각종 샘에서 분비되어 몸속을 이동하며 기관과 조직 간 정보 교환을 담당하는 신호 전달 물질.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나 슬픔, 기쁨과 같은 감정을 조절하기도 한다. 즉, 성장부터 생식, 기분까지 거의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는 법. 호르몬 역시 노화나 외부 환경에 의해 과다 분비되거나 적게 생성되는 불균형이 일어나는데, 이는 건강과 뷰티에 각종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냉장고에서 이상한 주사기 하나를 발견했다. 비만 치료 주사로 유명한 삭센다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물으니 성장호르몬 주사란다. 성장호르몬? 다 큰 성인만 네 명이 사는 집에? 알고 보니 최근 대웅 제약에서 개발한 성장호르몬 주사기로 사용자가 자가 투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 다이어트를 위해 클리닉을 방문한 엄마가 처방받은 것인데 체중 조절은 물론 무너진 턱선이 살아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성장호르몬은 20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40세 이후에는 절반으로 줄게 돼요. 결핍이 생기면 피부 두께가 얇아져 주름이 생기고, 피부 탄력이 떨어지죠. 또 지방세포를 분해하는 기능을 하는데 특히 복부 지방과 연관이 깊어요.” 유어클리닉 서수진의 설명. 나이가 들면 운동을 해도 근육이 늘지 않고 줄어드는 것 역시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이유다. 우울감과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처럼 성장호르몬은 성인이 된 후에도 신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30~40대에 급격히 줄어드는 대표적인 호르몬으로 여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을 꼽는다. 이 두 가지 모두 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여성호르몬은 관리나 노력만으로 조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폐경기 이후가 아니라면 호르몬을 보충하지 않는다. 반면 성장호르몬은 관리 방법에 따라 동년배라도 2~3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주사 치료가 가능하다. 이것이 성장호르몬을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호르몬으로 꼽는 이유이자 주목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성장호르몬을 높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성장호르몬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수면 중에 주로 분비됩니다. 특히 깊은 잠에 빠지고 2시간 후 그 양이 극대화되죠.” 유유클리닉 가정의학과 전문의 권유경의 말. 실제 숙면을 하지 못하거나 5시간 이하로 수면하는 사람은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균형 잡힌 식단 역시 성장호르몬을 높이는 방법. 특히 호르몬의 주 원료인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며 정제 탄수화물, 당분의 과도한 섭취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또 과식이나 폭식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다량 소모되기 때문에 삼가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도 빠질 수 없다. 상체보다는 하체 운동이 도움이 되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달리기, 근력운동에 주력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위적인 투여 방법도 있다. 펜 타입이 나오기 전에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자가 주입하거나 병원을 방문해 주사했다. 지역과 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한 달에 50만~1백만원 수준. 펜 타입 주사제는 매일 일회용 니들을 바꿔 끼고 용량을 맞춘 후 버튼을 눌러 주입하는 방식이다. 배나 허벅지 등의 지방층에 주사한다. 성인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찾는 목적은 대부분 복부 지방 감소나 근육 생성, 피부 노화 방지. 하지만 전문가들은 젊어진다는 이유만으로 호르몬제를 투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권유경은 “성장호르몬 보충 요법이 노화 방지나 다이어트 등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 사용에 대한 효율성과 안전성 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전한다. 두드러기, 홍반, 가려움 등 과민 반응이 생길 수 있으며, 흔치 않지만 혈당 상승을 유발해 췌장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성장호르몬이 암을 만들진 않으나 암세포가 생겼을 때 빠르게 성장시킬 위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인위적인 보충보다는 일상생활의 습관을 바꿔 ‘천연’ 성장호르몬을 늘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안티에이징 비법. 아름다움에 대한 대원칙은 어느 순간에도 변함이 없다.
성장호르몬 외에도 우린 다양한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다. 항산화 능력이 뛰어난 수면호르몬 ‘멜라토닌’, 뱃살을 좌우하는 ‘인슐린’,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스트레스호르몬 ‘코티솔’까지. 호르몬의 변화가 우리의 감정과 외형을 바꿀 수 있지만, 결국 〈유미의 세포들〉 속 주인공은 유미. 내가 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호르몬을 변화시키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엔딩을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