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어워드. 이번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과 아시아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이들의 수상은 그간 '아카데미는 온통 백색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편향성을 비판받아 왔던 아카데미의 오명을 지우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1947년생으로 올해 만 73세의 윤여정과 1982년생의 젊은 감독 클로이 자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사진 출처: 영화 〈미나리〉, 〈노매드랜드〉 스틸컷
바로 두 사람이 각각 출연하고 연출한 두 영화가 비슷한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 먼저 〈미나리〉를 보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낯선 미국땅에 이민을 떠나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억척스럽게 터전을 일구는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편〈노매드랜드〉는 남편과 일자리마저 잃은 주인공 펀이 홀로 작은 밴을 타고 전국을 떠돌면서 만나는 미국 하층민들의 리얼한 삶을 그린다.
사진 출처: 영화 〈미나리〉, 〈노매드랜드〉 스킬컷
이방인, 하층 노동 계급, 고연령, 여성 인물 중심의 서사를 다룬 두 작품의 수상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아시아 출신의 영화인들이 만들고 출연했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지인 미국을 넘어서 동시대 전세계에 팽배한 사회 분열과 인종 갈등, 무너져가는 자본주의 시대의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사진 출처: 영화 〈미나리〉, 〈노매드랜드〉 스틸컷
결이 비슷한 두 영화처럼 두 사람의 수상 소감 또한 우리의 마음에 진한 감동을 남겼다는 점에서 닮은꼴!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윤여정
"어린 시절부터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시 구절이 있는데 '사람이 태어날 땐 선하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그 구절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아직도 저는 그걸 굳게 믿는다. 가끔 살다 보면 그것을 믿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그래도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선함이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오스카상은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자기 자신의 선함을 유지하는 모든 분께 돌리고 싶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클로이 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