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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더 맛있게 즐기는 간단한 방법 #고독한와인애호가

언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맛과 향에 큰 차이가 있다!

BYBAZAAR2021.04.22
#7 와인이 숨 쉬는 순간
#고독한와인애호가
 
최근 몇 가지 와인을 시음했다. 모두 테이블 와인이라 여겨 와인셀러나 냉장고에 보관하다 꺼내 코르크를 딴 뒤 바로 시음했다. 그중 한 병이 아르헨티나의 카사레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카사레나 시너지 배럴 리저브 블렌드(Casarena Sinergy Barrel Reserve Blend)’였다. 2018년 빈티지로 아르헨티나 와인답게 말벡 품종이 70%로 나머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20%, 카베르네 프랑이 7%, 프티 베르도가 3%를 차지했다. 말벡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 70% 사용되고 나머지 품종이 각각의 함량으로 섞여 있다는 뜻이다.  
 
와인셀러 온도를 13~14도로 유지하고 있는데 시음을 위해 색을 봤을 때 짙은 루비 컬러에 가장자리에도 큰 색 차이는 없었다. 이는 산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빈티지가 얼마 안 된 어린 와인에서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다. 향은 미네랄 향, 그러니까 흙냄새가 살짝 베어 있었고, 과실향은 아주 미약하고 스파이시한 후추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잔을 돌리며 스월링을 한 후 다시 향을 맡으니 과실향이 조금 살아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네랄 향이 더 지배적이었다. 시음을 같이한 지인의 미간도 상당히 찌푸려져 있었다. 
 
한 모금 적당히 마시자 풀바디의 아주 드라이한 와인이 입안을 채웠다. 이어서 느껴지는 떫고 쓴 맛. 물론 오픈 직후라 와인이 제대로 열리지 않고,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난다고 해서 크게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맛이었다.
 
2018년 빈티지이고, 숙성잠재력이 있는 어느 정도 있는 와인이기에 2~3년 뒤에 마시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때 스쳐 지나가는 생각. ‘아, 실패네.’ 입맛을 다시며 다른 업무 때문에 정리를 위해 코르크로 막은 뒤 와인셀러 위에 올려뒀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와인셀러를 보다가 카사레나 시너지 배럴 리저브 블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버릴까 하다 별생각 없이 테이스팅 잔에 조금 따라 향을 맡았다. 미네랄 향이 거의 사라지고 검은 과실류의 향과 오크향이 주로 났다. 미디움 바디에 가까워져 있었고, 아주 강하게 도드라지던 탄닌도 사라졌다. 적당한 산도와 아직 거칠지만 전보다 탄닌이 부드러워졌다. 그런대로 먹을 만한 와인이었다. ‘음, 나쁘지 않은데?’ 시음을 위해 와인을 연 직후가 아직 공기와 제대로 접촉이 안 됐기 때문에 숨을 쉬지 못했다면 이틀 간 공기에 산화되면서 와인이 제대로 숨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더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제야 제 가격을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날 다시 동일한 와인을 시음했다. 검은 과일류의 향이 아주 폭발적으로 느껴졌다. 옅은 오크향이 나고, 미디움 바디에 적당한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 그리고 이전에 못느꼈던 당도가 살짝 느껴지며 여운이 길게 이어졌다. 이 정도면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꽤 괜찮은 와인이었다.  
이렇게 한 병의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마시느냐에 따라 맛과 향에 큰 차이가 난다. 동일한 빈티지의 와인도 마찬가지다.
병입한 지 몇 년째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저렴한 테이블와인이 2~3년 사이에 마신다면 중가 이상의 레드와인은 5년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전성기의 풍미를 뽐낸다. 숙성잠재력이 큰 보르도의 유명 와인들은 15년 정도가 지나야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숙성잠재력이 있는 와인을 마실 때 사용하는 방법이 브리딩이다. 와인 브리딩은 와인을 최상의 상태로 마시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별도의 도구 없이 마시기 한두 시간 전에 코르크를 미리 열어두면 된다. 
이렇게 코르크를 빼두는 것만으로도 공기와의 접촉이 늘어나 향이 더 풍부해지고, 탄닌이 부드러워져 본래라면 느낄 수 없는 다양한 풍미가 살아나게 된다.
 
에어레이터

에어레이터

 
브리딩은 대체로 어린 와인이거나 혹은 탄닌이 많고, 스파이시한 향이 강한 풀바디의 와인에 필요하다. 반대로 오래된 와인이나 가벼운 와인의 경우 브리딩을 하게 되면 오히려 와인의 풍미가 더 떨어지게 된다. 와인을 미리 열어둘 시간이 없다면 에어레이터를 활용하면 된다. 와인 병에 끼우는 도구로 공기와의 접촉을 순간적으로 늘려 와인의 풍미를 살려주는 도구다. 크게 비싸지도 않아서 와인을 좋아한다면 집에 하나 정도는 두는 게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