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mpagne섬네일
20도를 오르내리는 걸 보니 완연한 봄이다. 거리를 연분홍으로 수놓던 벚꽃의 꽃잎마저 어느새 투둑 떨어져 도로를 메운다. 화려한 기포가 점차 사그라지는 샴페인을 보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따스한 햇살은 가득하다. 정오의 테라스에 앉아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한 잔을 곁들이기 딱 좋은 날씨다. 실제로 레드 와인 위주로 판매되는 가을이나 겨울과 달리 요즘은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판매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는 시기다. 글라스 와인의 판매도 런치와 디너 모두 레드 와인의 판매량이 높았다면 3월부터 런치에는 화이트 와인의 판매량이 늘어난다. 하우스 스파클링 와인을 찾는 이들도 종종 있다. 맥주와 소주처럼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판매에는 날씨의 비중이 생각보다 더 연관이 많다는 뜻이다. 갈증이 나는 더운 여름날에 맥주가 생각나고, 추운 겨울날에 따뜻한 청주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보드카나 위스키가 당기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의 판매량이 레드 와인을 앞지르는 경우는 없다. 와인을 음료가 아니라 술이라는 범주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보다 알코올 도수가 더 높고 탄닌이 있으며 바디가 무거운 레드 와인을 선호한다. 물론 와인은 알코올이 있으므로 당연히 술이다. 하지만 커피나 차처럼 음료로 마실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야 와인을 마시는 폭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험으로 비춰보아도 스파클링 와인의 산뜻한 청량감은 긴장을 풀어줘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만찬장의 식전주로 샴페인 같은 스파클링 와인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연유다. 경쾌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가느다란 플루트 잔에 스파클링 와인을 따르면 투명하게 반짝이는 액체에서 피어오르는 우아한 기포 덕에 몸도 마음도 더 흥겨워진다. 잔에 차오른 거품이 사그라지는 소리는 모래를 쓸고 빠져나가는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 그 흥분과 달뜸의 매력이란.
샴페인은 법적으로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것만을 칭한다. 포도 품종도 적포도인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 청포도인 샤르도네를 와이너리 특색에 따라 섞어서 사용한다. 샤르도네 100%로 만들면 블랑 드 블랑, 피노 누아 100%로 만들면 블랑 드 누아르라고 표기한다. 상파뉴를 제외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은 흔히 크레망(Crémant)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스푸만테(Spumante), 스페인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까바(Cava)로 표기한다. 스푸만테 중에서는 프로세코 품종으로 만든 것이 유명하다.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모스카토도 있다. 모스카토 역시 포도 품종의 이름이다.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8~12%인데 반해 모스카토는 대체로 5~9%로 낮고 단맛이 강해서 거부감이 덜하다. 국내에서 모스카토라고 부르는 와인은 모스카토 다스티와 아스티 스푸만테로 나뉘는데 모스카토 다스티는 알코올 도수 5% 전후의 달콤한 약발포성 와인이고, 아스티 스푸만테는 알코올 도수 7~9%의 단 여운이 있는 강발포성 와인이다.
모스카토처럼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을 원한다면 레이블에 두(Doux)나 데미 섹(Démi-Sec)이라는 적힌 제품을 고르면 된다. 다만 프로세코의 경우 드라이(Dry)라고 적힌 제품이 가장 달다. 반대로 단맛이 거의 없는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을 브뤼(Brut), 그 다음으로 단맛이 없는 것을 엑스트라 섹(Extra Sec)이나 엑스트라 드라이라고 표현한다.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식전주뿐만 아니라 식후주로도 애용된다. 디저트와의 궁합도 좋다. 신맛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샐러드와 곁들여 먹으면 훌륭한 혼밥 저녁 만찬을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