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을 만든 세 명의 아시안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커미션을 만든 세 명의 아시안

뉴욕에서 만난 아시아 출신의 세 남자가 2019년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 커미션. 2020 LVMH 프라이즈 준결승에 오르며 뉴욕 패션계의 슈퍼 루키로 떠올랐다. 1980~90년대 아시아 뷰티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그들의 진심은 다섯 번째 시즌을 선보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BAZAAR BY BAZAAR 2021.03.06
 
 

TRIPLE X

커미션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 인상에 콕 박히는 소개를 한다면?
딜런 차오(이하 딜런): 커미션의 출발점만으로도 충분할 듯. ‘1980~90년대 아시아의 워킹 우먼으로 살아가던 어머니에 대한 동경과 기억’.
3년 전쯤,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커미션을 론칭했다고 들었다. 아시아와 파슨스 디자인 스쿨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 서로의 어떤 매력에 끌려 함께하게 되었나? 
진 케이(이하 진): 당시 우리 모두 파스슨 디자인 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휴는 그래픽과 사진을, 딜런은 액세서리와 브랜딩 그리고 나는 패션을 전공했다. 또 나는 부산에서, 딜런 차오는 호찌민, 휴 릉이는 나트랑 출신으로 아시아에서 건너 온 뉴욕 이민자 1세대라는 공통점이 우리의 우정을 싹트게 했다. 자라온 환경에 따른 미적 감각도 매우 비슷하고. 특히 ‘제한적이고 직역(literal translation)적인 아시아 문화의 틀을 깨부수자’란 생각이 일치했다. 패션계가 늘 중국, 일본의 문화와 전통으로 아시아를 한정 짓는 것을 셋 다 느끼고 있었기 때문.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 특히 빠르게 산업화되던 시절을 정직한 관점으로 보여주길 원한다.
 
컬렉션의 시작부터 완성, 대중에게 보여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진: 디자인은 나와 딜런이 맡아서 한다. 휴는 비주얼(프린트, 로고, 브랜드 이미지, 룩북 사진 촬영)에 관한 것을 담당한다. 디자인의 대조적인 요소들이 충돌함으로써 창의적인 무언가가 탄생하는 것처럼, 우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교환함으로써 새로움을 완성한다.
휴 릉이(이하 휴): 각자 관련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같이 한다. 때문에 완성된 컬렉션(룩북, 캠페인 같은 비주얼도 포함한다)은 세 명의 독립체가 아닌, 한 사람이 만든 거나 다름없다.
커미션 우먼을 설명하면 어떤 모습일까?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좋은 취향을 지닌 사람. 잘 만들어진 옷의 특별한 디테일과 거친 유머, 볼드한 프린트를 즐길 줄 안다. 섹시함은 노출에서 표출되는 것이 아님을 아는 그녀는 너무 여성스럽지도 그렇다고 남성적이지도 않다.
 
팬데믹이 아직 진행중이다. 컬렉션 전개에 있어서도 여러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진: 레트로풍의 드레스와 블라우스, 수트, 펜슬스커트로 대표되는 ‘커미션만의 클래식’을 새롭게 작업하고 다듬는 완벽한 시간을 보냈다.  2021 S/S 시즌을 한마디로 재접근의 ‘시작점’이자 ‘1부(Part 1)’라고 설명하고 싶다.
2021 S/S 시즌, 기존보다 대폭 축소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어떤 방식인가?
진: “카테고리마다 최고의 옷 하나씩만 만들자”란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테일러드 코트와 팬츠, 프린트 블라우스, 폴로 셔츠, 플리츠 스커트 각각 하나. 이런 식으로 각 카테고리의 대표적인 디자인 하나씩을 모아 컬렉션으로 구성했다. 워낙 소규모인지라 셀렉션도 굉장히 까다롭게 따졌다. 
 
그중 키 아이템을 꼽자면?
진: 니트웨어. 이탈리아 공장들과 태피스트리 질감을 닮은 니트, 니들 펀치 기법의 자카드 등을 개발했다. 크로셰 브라 톱과 카디건, 스커트, 폴로 셔츠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2021 S/S 컬렉션의 영감이 된 ‘집’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번 시즌 집은 여러 측면을 나타낸다. 전 세계 인류가 직면한 팬데믹 사태에 우리도 자유롭지 못했고 주로 집에서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우리 셋 모두 고향에 못 간 지 2년이 넘었다. 그로 인한 향수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컬렉션에 담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커스텀 프린트를 만들 기회가 주어졌고 어릴 적 집에서 본 디테일(카펫, 커튼, 타일, 가구 속 꽃 패턴)을 떠올렸다. 또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패턴 제작자와 함께 지내게 된 것도 큰 행운. 뉴욕의 작은 가족이 탄생한 이 ‘창조적인 집’ 역시 이번 컬렉션의 뿌리 중 하나다. 룩북 촬영도 이곳에서 진행했다. 
 
‘기념품 티셔츠’를 비롯해 친환경적인 행보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시즌엔 가방을 제작했다고 하던데, 자세히 설명 바란다. 또 전체 컬렉션을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확대해나갈 생각도 있나?
진: 바닷가 기념품 숍에서 볼 법한 기념품 티셔츠는 나트랑과 부산에서 자란 휴와 나의 어린 시절에서 영감받았다.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는데 지속가능한 패션을 향한 커미션의 첫 스텝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가죽 제품은 윤리적인 방식으로 얻은 재료만 사용한다. 페이크 가죽에 비교해 내구성과 지속성이 월등히 뛰어난 것이 큰 강점. 또 이번 시즌의 70%는 지난 시즌에 쓰고 남은 원단으로 만들었으며, 2020 F/W 시즌 선보인 ‘시그너처 마켓 토트백’의 경우 데드 스톡 패브릭으로 업데이트했다.
 
컬러 조합과 액세서리 매칭 등 센스 있는 스타일링은 커미션의 강점 중 하나다.
주변에 창의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여자들이 많다는 건 진정 행운이다. 지금까지 제이슨 라이더(Jason Rider), 테레자 오르티스(Tereza Ortiz), 김예영과 작업했고, 이번 시즌엔 스타일리스트 마우리시오 나르디(Mauricio Nardi)와 함께했다. 저마다 커미션 우먼의 다른 점을 부각시켜주는 특별한 조력자들이다.
 
지금 1980~90년대가 세대를 넘나들며 각광받고 있지만, 만약 그 흐름이 사라진다면 커미션의 콘셉트와 컬렉션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 당시는 우리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기다. 직접 겪은 ‘살아 있는 경험’이기 때문에 유행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 이상으로 컬렉션을 확장할 계획이지만 1980~90년대 스타일과 아시아는 커미션의 지속적인 DNA로 남을 것이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외에도 두 개의 계정을 운영 중이다. Commission_1986을 보고 있으면 하나의 작은 갤러리를 보는 듯 흥미롭다. 어떻게 시작하고 되었고, 그것들을 공유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딜런: 주변 친구들의 어머니 사진을 공유하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사람들이 앨범이나 휴대폰 깊숙이 묻혀 있던 숨겨진 기억(과거 어머니의 아름다운 사진)을 꺼내고, 또 공유함으로써 커미션과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휴: 우리는 뒤늦게나마 ‘1986’ 프로젝트의 타이밍이 완벽했음을 알아차렸다. 록다운으로 인한 강제적인 거리두기 속에 이는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안락한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라 확신한다.
진: 우린 브랜딩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한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디자인은 물론 각양각색의 요소로 이루어지기 때문. 적절한 모델 캐스팅과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비주얼 그리고 commisson_1986, commission_Fammes 같은 경험적 요소 말이다.
 
커미션 팜므(commission_Femmes)를 비롯해 모델을 캐스팅하는 데 있어 커미션만의 기준은?
딜런: 커미션 팜므 프로젝트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여자들의 본질을 기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특히 우리 셋은 아시아 뷰티(특히 동아시아)에 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헤리티지를 진정성 있게 또 정확하게 이야기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아시아 뷰티를 논하는 프로젝트가 계속될 것이다.
 
진행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는?
영국의 패션 리테일러 브라운스와 함께하는 봄 캡슐 컬렉션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음 달 론칭 예정. 
 
마지막으로 팬데믹 시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중인가?
진: 부정적인 마인드와 불안함,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열심히 일을 하며 극복하고 있다. 전과 달리 작업 속도가 나지 않아 힘들기도 하지만 지금껏 미뤄둔 책과 영화를 보며 영감도 얻고, 또 리서치할 시간도 많아졌다. 특히 우리 셋 다 요리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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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윤혜영
    사진/ Commission
    인터뷰/ 이승연(파리 통신원)
    웹디자이너/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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