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셀린느 스토어에서 주목해야 할 아트피스 7
동시대 패션을 넘어 지금 가장 뜨거운 현대 예술가를 알고 싶다면 셀린느 부티크로 향하자. 전 세계 셀린느 부티크에서 목격한 7명의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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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느 뉴욕 매디슨 애비뉴 매장 전경.
셀린느는 2019년 2월,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부티크를 열었다. 이후 셀린느의 수장이었던 에디 슬리먼은 매장에 들어갈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하고, 세계의 아트페어를 돌며 매장에 어울릴 젊은 아티스트를 찾아냈다. 그는 패션을 옷이 아니라 문화로 받아들였기에, 셀린느 부티크가 패션 매장에 아트 작품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아트 갤러리가 되길 원했다. 전 세계 셀린느 부티크의 공통점을 꼽자면, 브루탈리즘(Brutalism) 양식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브루탈리즘은 르 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b´eton brut)’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의 뒤를 이어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융성했던 건축 양식으로, 단순하고 정직한 콘크리트의 질감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무색무취한 브루탈리즘의 공간은 이탈리아산 용암석인 바살티나와 상아색 비앙코 라파엘로 대리석, 그랑데 안티크 대리석, 그레이 트래버틴 같은 천연석으로 채워졌다. 그 위로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디자인 가구가 더해지고, 날렵한 금속 파티션이 공간을 나눈다. 무엇보다 매장 설계의 마지막은 셀린느가 자신들의 세계관에 입성시킨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다. 셀린느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2백50여 개의 예술작품을 전 세계 부티크에 전시하는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의 큐레이팅 능력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능숙한 융합은 매장을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사색의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현재 범람하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물결에 셀린느가 이끄는 배의 방향은 어쩐지 신뢰가 간다. 이제 패션을 향유할 수 있는 아트 갤러리, 셀린느 부티크를 진지하게 관람할 시간이다.

Virginia Overton, <Suspended Skylight Gem Sculptures>, 2022. 파리 생토노레.
버지니아 오버턴은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인 작가로 설치, 조각, 사진을 포함한 그의 작품은 특정 공간에 대한 직관적인 반응의 결과물이다. 2022년 셀린느 파리 생토노레 부티크에 첫 번째 커미션 작품인 <Suspended Skylight Gem Sculptures>가 설치됐다. 유리와 황동으로 된 오래된 스카이라이트를 복원하고 새로운 반쪽을 추가해 작품명처럼 보석 형태의 조각을 완성했다. 보다시피 천연석과 금속으로 이뤄진 셀린느 부티크와 같은 톤의 언어를 지니고 있다. 재료 자체의 질감과 감각적 특성을 살린 그의 조각과 설치작품은 새로운 기능을 통해 그 안에 누적된 에너지를 표출한다. “작품이 그 자체로 역사의 지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 결함이 발생된 부분이 작품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며, 재료들이 지금껏 사용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Oscar Tuazon, <Mobile Floor>, 2019. 파리 그레넬.
“마음껏 만져보세요. 쉽게 깨지지 않아요.” 여느 갤러리가 단호하게 작품과의 접촉을 제지한다면 오스카 투아존의 거대한 작품이 설치된 셀린느 부티크에서는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와 과감하게 작품과 교감해보길 권한다. 현재 LA에서 활동 중인 오스카 투아존은 다양한 제작 방식을 적용해 목재와 콘크리트, 유리, 강철, 파이프를 소재로 구조 및 설치물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미니멀리즘과 개념주의, 건축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작품이 전시된 장소와 그 안에서의 물리적 참여를 통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

Leilah Babirye, <Najunga from The Kuchu Ngaali (Crested Crane) Clan>, 2020.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
바로크 양식의 외관을 자랑하는 셀린느 뉴 본드 스트리트 부티크에는 가방, 신발, 옷과 함께 물질의 본질성을 표현한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조각가 레일라 바비라이의 2.7m짜리 거대한 목조 토템도 자리한다. 우간다 캄팔라 출신인 레일라 바비라이는 동성애자를 향한 차별과 범죄에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후 자신이 지닌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유와 존엄, 공동체에 관한 혁신적 관점을 작품 세계에 녹여내고 있다. 거대한 토템은 그을리고 연마하고 왁스를 바르는 과정을 통해 탄생하며, 여기에 자전거 바퀴의 고무 튜브를 땋아 만든 머리와 알루미늄 캔을 활용한 머리 장식 등 작품 중간중간에 의도적으로 쓰레기를 활용해 재료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Indrikis Gelzis, <3 Breaths In A Windy Place>, 2021.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활동 중인 인드리키스 겔지스는 블랙 메탈을 늘리고 구부리는 방식으로 새로운 차원의 ‘드로잉’ 세계를 열고 있다. 구성주의, 추상주의, 구상미술 사이의 미세한 경계를 넘나들며 어떤 범주화에도 저항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셀린느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 부티크를 비롯해 타이완과 베이징 부티크에도 전시되고 있다. 인드리키스 겔지스의 작품은 부티크의 블랙 천연석, 우드 가구와 어우러져 작품과 인테리어의 경계마저 허물어버린다.

Elaine Cameron-Weir, <Snake X>, 2019. 도쿄 오모테산도.
일레인 캐머런 위어는 2016년부터 뱀을 주제로 한 조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빛 기둥 작품은 금속 구조망 위로 유리처럼 빛나도록 에나멜 가공을 거친 구리 비늘을 덧붙여 완성했다. 이 작품은 머리나 꼬리 없이 가죽이 벗겨진 뱀 ‘허물’을 상징한다. 마치 자신의 꼬리를 삼키는 신화 속 뱀 ‘우로보로스’처럼. 영속적으로 자멸하는 존재의 상징은 곧 부활에 대한 진지한 은유임과 동시에 저절로 계속 굴러가는 틀 안에 빠진 웃음거리가 된 존재를 나타내기도 한다. 작가는 뱀을 소재로 한 연작을 통해 이러한 비교의 ‘끝없는’ 속성을 강조한다. 2019년 셀린느 도쿄 오모테산도 부티크를 위해 만들어진 <스네이크 X>는 브루탈리즘적 매장 내부와 대비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Maia Ruth Lee, <Bondage Baggage Reader II>, 2022.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마이아 루스 리는 자신의 삶에서 비롯된 정착과 이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만남과 이별, 안정과 불안, 문화적 차이에 대한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한다.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시절을 네팔 카트만두에서 보냈다. 이후 2011년 미국으로 이민 와 2020년부터는 콜로라도 살리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비디오, 회화, 조각을 아우르는 그의 다원적 작업은 디아스포라적 자아에 대한 질문과 답을 담고 있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Bondage Baggage> 연작은 네팔 카트만두 공항을 오가는 이주 노동자의 가방에서 영감을 얻었다. 침대 시트나 방수포 같은 소재에 테이프와 밧줄로 동동 둘러맨 가방은 이주, 가족, 떠돌이 생활 같은 묵직한 일상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 연작은 조각으로 시작해 이후 회화 작업으로 확장됐다.

Marcelo Silveira, <Pele XV>, 2021.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자리한 셀린느 부티크 1층에는 은빛 거울과 짙은 우드 컬러의 작품이 반사에 반사를 거치며 마치 만화경처럼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1962년 브라질 페르남부쿠 그라바타에서 태어난 마르셀로 실베이라다. 그의 연작인 <Pele>는 브라질 대서양 숲의 토종 목재인 카자카팅가를 소재로 만들었다. 카자카팅가는 물에 대한 내구성과 유연성이 뛰어나 다양한 형태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마르셀로 실베이라는 이 재료를 자신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기며, 나무의 특성을 탐구하여 벽에 부착되는 부조에서부터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형태, 또는 위에서 매달리는 형상까지 다양한 배열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민정은 프리랜스 에디터다. 시각적 자극을 즐기며 아이 쇼핑이 취미이자 특기인 패션 애호가다.
Credit
- 글/ 김민정
- 사진/ 셀린느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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