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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초원이 한국에? 이국적 풍경 길 BEST3 #진주의바깥생활

여행의 영감을 주는 이국적 풍경. 새로운 풍경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얻는 로컬의 발견.

BYBAZAAR2021.03.05
ep.12 이국적 풍경의 길
여행의 영감을 주는 이국적 풍경 속을 걸었다. 새로운 풍경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얻는 로컬의 발견이다.
 

세렝게티 초원, 화성 공룡알화석지 탐방로

입구로 향하는 길목부터 갈대 숲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미지의 동물이 도처에 숨어 있을 것처럼 목초가 비밀스럽게 온 땅을 뒤덮고 있다. 오후 5시에 출입문을 닫는다는 문구 또한 ‘이제 야생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인가?’하는 긴장감을 준다. 1억 년 전 이곳에서 육중한 공룡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을 것이다. 시화호 간석지가 조성된 갈색 초원은 이제 마른 풀 스치는 소리만 메아리치지만 말이다. 
 
갈대 숲을 가로지르는 나무 덱이 지그재그로 탐방로를 연결하고, 길은 거대한 소똥처럼 생긴 퇴적층으로 이어진다. 간석지 땅 한가운데 큼지막한 너럭바위가 놓인 모습이 생경하다. 
 
이곳 주변에 지름 1m크기의 공룡 둥지 30여 개가 흩어져 있었고, 둥지마다 많게는 12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었다. 공룡알 화석이 한 구역에서 한꺼번에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무척 희귀한 경우라고. 펄로 덮인 땅 아래에도 많은 공룡알 화석이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공룡 마을이다.
 
탐방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솟구치는 모양을 닮은 퇴적층 바위도 지난다. 크고 작은 자갈이 총총 박힌 검붉은 바위 사이에 공룡알 자리가 움푹하다. 미처 알에서 나오지 못하고 생을 끝내야 했던 공룡의 멸종 시대를 상상해본다. 편도 1.5km의 짧은 탐방로는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평지로 이루어져 있고, 갈대 사잇길로 빠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국적인 초원길을 뛰고 또 뛰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후 4시 30분이 되면 ATV 1대가 지그재그로 달리며 사람들을 출구로 보내기 시작한다.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된 화석 산지는 훼손의 위험 때문에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제 세렝게티 초원에서 나갈 시간인 것이다. 


탐방로 주소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공룡로 659 개방 시간 9am~5pm 입장료 무료
[More]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더포레는 온실과 넓은 야외 정원을 갖춘 베이커리 카페. 귀여운 우드 캐빈에 앉으면 그럴듯한 ‘감성 캠핑’ 분위기를 낸다. 오두막은 1시간 30분씩 독립적 이용이 가능하며,사전 예약은 필수다. 더포레 주소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334-6
 

바람 부는 갈라파고스, 인천 굴업도

갈라파고스가 고립된 섬이자 야생 동물이 인간들을 겁내지 않고 공존하는 생명의 땅이며, 생태적 지형을 지닌 신비로운 유토피아라면, 굴업도를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데에 동의해야 한다. 참 슴슴하고 매력 없는 지명이지만 누구라도 굴업도를 걸으면 이곳을 오래 떠올리게 된다. 굴업도는 정말이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중간 기착 섬인 덕적도에서 선박을 갈아타야 하고, 덕적도와 굴업도를 오가는 배도 하루 왕복 2회 운행할 뿐이다. 
 
당일치기로 굴업도를 구경한다면 겨우 1시간이 주어지는 셈인데, 힘들게 갈라파고스에 입성한 만큼 1박 이상의 일정을 계획하자. 일단 굴업도에 들어서면 예닐곱 되는 거주민의 민박이 있을 뿐,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가게 하나 없다는 것에 놀란다. 하지만 여행의 추억은 고된 여정에서 시작하기 마련이고, 이런 추억은 권태로운 일상을 뎁히는 평생의 난로가 되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굴업도에서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2가지. 민박 혹은 백패킹(야영)이다. 최근 환경 훼손의 문제로 야영을 금하는 곳이 늘고 있는데, 굴업도는 아직 자연 여행자에게 관대한 분위기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서섬으로 가는 개머리언덕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서섬으로 가는 개머리언덕

목적지인 개머리언덕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마을을 지난다. 10가구도 안 되는 주민 대부분이 민박을 운영하고,여행객에게 든든한 점심 한 끼를 낸다. 굴업도 해변을 지나 개머리언덕으로 가는 숲길로 진입하면 반은 온 것이다. 초반의 15여 분의 언덕길을 통과하면, 양옆이 탁 트인 목초 능선으로 이어지니 초보자도 무난하게 걸을 만하다. 
 
굴업도에서 만난 사슴 무리

굴업도에서 만난 사슴 무리

길에서 팔뚝 반만 한 길이의 통통한 사마귀(정말이다)나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슴 무리를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 것. 천적 없는 외딴 섬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밤낮으로 증폭하기 마련이다.
 
서쪽을 향한 개머리언덕 뼝대 지형이 무척 독특한데, 땅끝에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인 절리가 아찔하게 곡예를 하는 듯하다. 천길 낭떠러지에는 무시무시한 파도가 바위를 차올린다. 파도의 침식으로 깎인 바위가 가파른 절벽을 만든 것이다. 굴업도를 칭송하는 사람들은 개머리언덕 남쪽의 토끼섬에 흥분한다. 이곳에 문화재청이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평가한 ‘해식와’가 있기 때문이다. 20m 높이의 화산 절벽 아래 5m는 족히 되는 깊이로 우묵하게 파낸 터널이 약 120m길이로 펼쳐져 있다. 바다의 염분이 조각한 거대한 예술품이다. 화학적, 물리적 침식이 동시에 사방에서 일어나면서 독특한 지형을 빚었다.
 
찾아가는 법 인천과 덕적도를 왕복하는 선박이 하루 3회 운항하며,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 나래호를 타고 갈 수 있다. 왕복 1회 운항하고 운영 시간이 자주 변경되니 예매 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자. 예매 island.haewoon.co.kr
[More] 개머리언덕을 오르기 전 해변 입구에 있는 섬의 유일한 공용화장실에 반드시 들를 것.부득이하게 자연에서 해결해야 한다면 큰 일은 땅에 파묻고, 휴지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굴업도의 쓰레기는 심각한 문제다.
 

고전 명화 속 풍광, 강화도 계룡돈대

강화에 정주해 수풀과 바다를 촬영하는 사진가 선배가 있다. 그가 가까운 지인이 강화도에 오면 꼭 보여준다는 장소로 안내했고, 나는 곧 이 고전 명화에나 나올 법한 썰물의 세계에 반해버렸다. 늦은 오후의 펄에는 물이 지그재그로 차오르고 있었고, 햇볕은 따뜻했으며 망둥이를 잡는 낚시꾼 2명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선배의 말에 따르면, 보물 같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는 본 적이 없고, 강화도 주민조차 이곳을 모른다고. 붉은 해초가 듬성듬성 난 펄에는 오로지 저어새들의 발자국만 지천이다. 오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만이 살아남는 것 같다.
 
계룡돈대와 바다. 저 멀리 석모도가 보인다. 사진출처_강화군 하늘에서 바라본 계룡돈대. 사진출처_강화군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 지역에 담을 쌓아 적을 관찰하는 방어 시설을 말하는 것으로 펄 바로 앞에 전체 둘레가108m인 계룡돈대가 있다. 조선 시대 숙종 5년(1679년)에 돈대 53곳이 지어졌고, 그중 계룡돈대의 석벽에만 유일하게 ‘1679년 4월’이라는 정확한 축조 시기가 기록되어 있다. 현재 무너지고 부서진 석벽을 원형대로 복원했고, 인천광역시기념물 제22호로 지정되었다. 피구 놀이 정도 가능한 아담한 내부에는 한때 수십 명의 병사들이 쏟아지는 별을 함께 바라보며 밤새 강화의 바다를 지켰을 것이다. 
 
하지만 돈대보다 썰물이 바다에 그린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을 오롯이 빼앗긴다. 동해의 일출과 달리 서해의 낙조는 심연의 감정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 창후리 선착장에서 외포리까지 이어지는 강화나들길 16번 코스, 서해황금들녘길이 이 계룡돈대를 지난다. 환상적 노을과 질서 있게 나는 철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그 길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동네의 맛집, 봉천식당 외관봉천식당의 푸짐한 백반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 282
[More] 계룡돈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동네의‘찐’ 맛집인 봉천식당이 있다. 푸짐한 12첩 반상이 단 6천 원!인삼꽃 장아찌나 순무 물김치 등 강화의 식자재로 요리한 음식은 무척 맛있고, 사장님은 친절하다. 봉천식당 주소 인천광역시강화군하점면신봉리 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