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다이어트를 해봤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소비 다이어트를 해봤다.

전쟁 같은 쇼핑 후 ‘소비 수치심’이 남았다면 오르솔라 드 캐스트로가 전하는 소비 습관 교정 팁에 귀 기울이자.

BAZAAR BY BAZAAR 2021.02.12
 
결제가 거절되었습니다.
사유는 계좌 잔액 부족. 월급날은 2주 가량 남았는데 통장에 남은 돈이 없었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었기에 당황하는 대신, 능숙하고 침착하게 신용카드를 꺼내 들어 일시불로 결제를 마친다. 묵직한 쇼핑백과 더 이상 가벼워질 수도 없는 지갑을 들고 매장을 나선다. 부끄럽지만 몇 달 전 나의 모습이다.
 
“질병이나 재난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보상심리에 따라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 ‘보복소비’에 대한 이 정의는 내가 일상처럼 행했던 행동이다. 누군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옷에 사용하는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고 줄어든 약속 탓에 외출이 잦아들며 새 옷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나. 애석하게도, 나는 그 반대의 길을 걸었다. 평소 친구들을 만나며 보냈던 시간을 전부 쇼핑몰을 둘러보는 데 할애한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충동구매로 이어졌다. 쇼핑한 이유는 가지각색. 어떤 날은 여름휴가를 못 간 대신, 어떤 날은 초과근무를 한 것에 대한 보상 등, 소비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부여하며 죄책감을 덜곤 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옷에 대한 수요는 늘었는데 생산 노동자들 임금은 줄었대요. 모순 아니에요?
평소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하던 동료가 한 말이다. 식사 도중 가볍게 한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속에 얹힌 듯 떠나지 않았다. 별 고민 없이 옷을 사들이는 나도 결국 노동자들의 권리 하락에 일조하고 있는 셈 아닌가? 납득하기 싫었지만 그 말이 맴돌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가 무심결에 던진 한마디가 미친 영향은 컸다. 생산-소비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내 소비 습관과 넘쳐나는 옷장에 대한 일종의 반성으로 소비 절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쇼핑을 통한 기분 전환을 뜻하는 ‘리테일테라피’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만큼, ‘돈으로 기분을 산’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접근성이 쉬운 SNS를 우선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게시물은 영국의 환경운동가 엘리자베스 L. 클라인(Elizabeth L. Cline)의 글. 그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가장 수익성이 높은 20개 패션 브랜드의 시가총액은 작년 10월까지 11% 증가했다고 한다. 보복소비의 한 단면이었다. 이브 생 로랑이 “유행은 퇴색하고 스타일은 영원하다.(Fashions fade, Style is eternal.)”고 말했던가. 그 유명한 문장에서 ‘스타일’을 ‘매립지에 묻힌 옷들’로 바꾼다면 어떨까? “유행은 퇴색하고 매립지에 묻힌 옷들은 영원하다.” 실제로 패션 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이 인스타그램 계정 @fash_rev에 업로드한 글이다.

 
패션 레볼루션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르솔라 드 캐스트로(Orsola de Castro)는 헌 옷을 분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형태의 옷을 만드는 행위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옷을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저술한 〈아낌받는 옷은 영속한다(Loved Clothes Last)〉의 출판을 앞두고 그는 이렇게 전했다.
 
"(모두의 옷장이 과부하된)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죠. 소유한 옷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수선하고 다시 입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우리가 야기할 변화는 옷을 덜 즐기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며 헌 옷을 재활용하고 다시 스타일링하는 것입니다. 지금 마주한 한계를 미래의 행위에 대한 ‘제한’이 아닌, ‘대안적 해결책’으로 보고, 옷의 불완전성과 결함은 폐기해야 할 이유가 아닌, 개선의 기회로 생각하며 도전해야 하죠. 모두가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처럼, 망가진 옷 한 벌 또한 수선을 통해 다시 최고의 품질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지속가능한 물품은 당신의 옷장 속에 이미 있다”는 것이다.
 
이어 충동구매를 억누르기 위해서 ‘타당한 이유로 구매하는 것인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옷들과 어울리는가?(또 다른 소비를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계속해서 입을 옷인가?’ 등의 질문을 던져보라는 팁 또한 전했다. 이에 더해 그가 말한, 새로운 물건을 사는 대신 취할 수 있는 열 가지 대안을 공유한다.
1.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활용하라. 
2.대여하라. 
3.알뜰해져라. 
4.수선의 가치를 폄하하지 말라. 
5.사는(Buy) 대신 DIY 하라. 
6.헐렁한 단추를 다시 꿰매라. 
7.세컨드핸드 물품을 활용하라. 
8.물물교환을 이용하라. 
9. 친구에게 빌려라. 
10.그렇게 지구를 바꿔라.
 
불과 두 달 전이지만, 그때의 소비 패턴을 돌아보니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불편함이 자리한다. 지난 호를 위해 인터뷰한 〈쓰레기 거절하기〉의 저자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은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고, 절약을 습관화한 삶을 살며 “세상의 흐름에는 맞지 않지만 우리 소신에는 맞는 일을 하게 되면서 행복감이 커졌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안에 담긴 뜻을 이제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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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사진/ 장석현
    웹디자이너/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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