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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뭐 먹지? #진주의바깥생활

경강선 KTX가 개통하면서 “강릉에서 밥 먹고 올게”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게 들린다.

BYBAZAAR2021.02.08
#진주의바깥생활
ep 10. 강릉 찐맛집 3
 
서울에서 강릉까지 1시간 30분. 경강선 KTX가 개통하면서 “강릉에서 밥 먹고 올게”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접근이 쉽고 빨라졌다.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먹고 올 것인가다.
 
 

중앙시장 노포의 힘, 해성횟집

 
해성횟집

해성횟집

강릉에서는 삼순이도, 삼식이도 아닌 ‘삼숙이’다. 표준어는 ‘삼세기’. 이러나저러나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이 물고기는 모양새도 ‘어글리’하다며 늘 핀잔을 듣는다. 이른바 못생긴 쏨뱅이목 물고기 중 하나인 삼세기는 실은 강릉과 속초에만 잡히는 귀한 생선이다. 강릉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중앙시장에 가거든 삼숙이탕으로 꼭 해장하고 오라”고 귀띔했기에 그 맛이 무척 궁금했다. 30년 넘도록 삼숙이탕을 내온 해성횟집 간판에도 입 벌린 삼숙이 그림이 있다. 뾰족한 가시와 작은 돌기로 뒤덮인 몸은 울퉁불퉁하고 깊고 커다란 눈이 부릅뜨고 있으며, ‘예비군’이라는 별명답게 황갈색 몸통에 짙은 얼룩무늬가 나 있다. 
 
미식가들은 다 안다! 강릉의 해성횟집.

미식가들은 다 안다! 강릉의 해성횟집.

 
식당 안은 삼식이탕과 알탕을 먹는 단골과 외지인들로 무척 분주하다. 배달 오토바이가 수시로 2층 출입문 앞을 왕래하며 포장 봉투를 실어 나른다. 전통시장이 코로나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소문난 맛집의 유명세는 여전하다. “삼식이 처음 먹어요? 그러면 좀 먹기 힘들 낀데.. ” 나중에 안 것이지만, 한가득 나오는 굵은 생선뼈와 오돌오돌한 연골 때문에 발라 먹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강원도의 별미, 삼숙이탕.

강원도의 별미, 삼숙이탕.

스테인리스 냉면 사발에 한가득 내온 삼숙이탕에는 곤이와 대파가 듬뿍 들어 있고, 삼숙이가 그릇을 가득 채운다. 주인 할아버지의 걱정대로 가시에 붙은 살을 잘 발라 먹으려면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다. 냉동이 아닌 생물로 요리한 흰살생선은 부서지지 않고 단단하며, 국물은 진하고 시원해 해장국으로 훌륭하다. 무엇보다 강릉 쌀로 지은 밥이 너무 맛있어 두 그릇을 쉽게 비운다. 식당 한쪽에는 미식가이자 소설가로 유명한 고 홍성유 선생이 쓴 1988년 6월 26일자 기사가 액자로 걸려 있다. ‘해장으로 일품인 동해의 진미 삼숙이탕을 맛있게 들려면 강릉 시내 중앙시장 2층 30호 해성횟집을 찾으면 좋을 것이다. 물론 값싸게 선도 높은 횟감을 만날 수도 있지만, 삼숙이탕 알탕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전통 있는 집이다.’ 수십 년간 한자리에서 전통을 지키며 명성을 유지하는 해성횟집을 꼭 들러보도록! (*삼숙이탕 1만 원)
 
 
 
 
 

강릉의 밥도둑, 엄지네포장마차 본점

 
꼬막무침비빔밥과 질 좋은 육사시미.

꼬막무침비빔밥과 질 좋은 육사시미.

부족한 인내와 맛집을 향한 과잉 정보로 선택 장애가 생긴다면, 로컬 전문가인 숙소 컨시어지에 묻는 것이 답이다. 질문을 하면서 건넨 희망 사항은 끼니와 안주를 겸한 든든한 요리, 위생적이고 방역이 철저한 내부, 그리고 넉넉한 주차장! 컨시어지 담당자는 주저 없이 엄지네포장마차 강릉 본점을 추천했다. 수도권에도 분점이 많고 동해에서 꼬막을 찾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꼬막무침비빔밥이 식탁에 오른 순간 탁월한 선택임을 깨달았다. 큼지막한 접시에 신선한 벌교 꼬막이 밥보다 더 푸짐하게 오르고, 고추와 간장 양념으로 골고루 비벼 나온 밥에 숟가락이 지치지 않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밑반찬과 질 좋은 육사시미를 함께 곁들이면 끝내주는 정찬이다. 
 
본점에는 김미자, 최근영 부부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증서가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얼마 전 큰아들까지 합류하면서 가족이 함께 3억 원을 기부하게 됐다. 부부는 작년 여름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릉 주민을 위해 1천 만 원을 낼 만큼 지역 사회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는 중이다. 고향의 식자재를 이용한 요리로 강릉에서 큰 성공을 이루고, 받은 수익을 지역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선한 움직임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꼬막무침비빔밥 3만5천 원, 육사시미 3만 원)
 
 
 
 
 

강릉의 신상 카페

 
카페강냉이소쿠리 
주문진 '도깨비시장'에 위치한 한옥 구조의 카페강냉이소쿠리

주문진 '도깨비시장'에 위치한 한옥 구조의 카페강냉이소쿠리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주문진 방사제 해안에 도깨비시장이 들어섰다. 낡은 건물의 오징어가미 공장이 콩, 옥수수 등의 강원도 특산품을 활용한 카페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공간 대부분이 감각적이고 현대적 감성을 강조했다면, 카페강냉이소쿠리(@ooo_sokuri)는 산촌의 외할머니댁을 떠올리는 아늑한 분위기다. 툇마루가 있는 한옥 구조로, 자개 소반이 놓여 있고 소쿠리와 옛 농기구가 자연스러운 장식품이 되었다. 


강냉이 아이스크림.

강냉이 아이스크림.



강원도 찰강냉이를 소재로 만든 강냉이 아이스크림, 달고나 강냉이, 강냉이 밀크가 귀엽다. 특히 24시간 저온 숙성시킨 찰강냉이를 원두와 섞어 터키식 모래커피 방식으로 추출한 콘프레소 커피는 강냉이소쿠리에서만 맛보는 새로운 메뉴다. 햇볕이 따뜻한 봄날이 되면 카페의 툇마루에 앉아 바닷소리를 듣고 싶다.
 
 
스페이스 페로몬 
개성 있는 브런치 음식을 내는 카페, 스페이스 페로몬

개성 있는 브런치 음식을 내는 카페, 스페이스 페로몬

 
앞마당 입구에 스페이스 페로몬(@space.pheromone)이라 적힌 작은 푯말을 보지 못했다면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외딴 숲길에서 만난 2층 건물에는 1층 부티크 헤어숍의 당당한 간판만 눈에 띄기 때문이다. 2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온통 검은 세상이다
내부 전경

내부 전경

 
검은색으로 칠한 내부와 무채색 가구들은 외부에서 쏟아지는 빛과 오묘한 명암을 만들며 도시적 온기를 내뿜는다. 공간에 개미가 눈에 띄는 이유는 개미가 같은 종의 동물끼리 소통하는 ‘페로몬’의 언어를 쓰는 생명체이기 때문. 카페에는 페로몬이 전하는 문구가 담긴 아트워크가 파도처럼 움직이고, 한쪽에 개미굴을 재현한 조형물을 두었다. 스페이스 페로몬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같은 취향과 향기를 지닌 사람들이 교감하는 공간이고, 개성 있는 브런치 음식을 내는 카페다. 
 
오미자를 베이스로 한 무지갯빛 '바이올렛'.

오미자를 베이스로 한 무지갯빛 '바이올렛'.

커피 음료가 남다른 이유는 원두의 신중한 선택에 있다. 모두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듁스 에스프레소 블렌드로 만들어지기 때문. 초콜릿크림이 들어간 에스프레소에 직접 구운 아몬드튀일을 올린 ‘우디’, 오미자를 베이스로 한 무지갯빛 ‘바이올렛’, 스파이시한 새송이 크림소스와 브러셀 스프라우트를 곁들인 미트볼 ‘볼케이닉’ 등 페로몬의 감각적인 메뉴는 새롭고 매혹적이다.
 
초콜릿크림이 들어간 에스프레소에 직접 구운 아몬드튀일을 올린 ‘우디’

초콜릿크림이 들어간 에스프레소에 직접 구운 아몬드튀일을 올린 ‘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