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내일의 패션쇼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지속가능한 패션은, 어떻게 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패션을 선보이냐의 단계로 넘어갔다. 일회용 패션쇼, 플라스틱 패션쇼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전 세계 패션 전문가들이 패션위크 ‘백신’을 개발 중이다.

BYBAZAAR2020.09.07
 
매해 이맘때 즈음 잡지사의 패션 에디터들은 일주일치 영양제와 옷을 챙겨 비행기에 오른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각국의 패션 에디터들을 태운 비행기는 4개 도시를 순례하며 활활 타오르는 패션의 가장 뜨거운 순간, 패션위크를 취재한다. 쇼는 실로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신기루 같다. 수천 송이 꽃이 에워싼 쇼장은 기본이고, 이탈리아 시골마을을 똑같이 재현해내기도 하고, 북극의 빙하를 떼어 파리 한가운데로 옮겨오기도 한다.(심지어 7월의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하지만 몇 분의 쇼가 끝나고 나면 정말 신기루처럼 이 모든 것은 사라진다. 
 
리서칭 그룹 제로 투 마켓에 의하면 4주간 진행되는 세계 4대 패션위크 기간에만 24만1천 톤의 이산화탄소(이는 4만2천 가구에서 일 년간 쓰는 총 전력량과 맞먹는다!)가 방출된다고 한다. 이 무서운 숫자가 우리들에게 계속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우리는 왜 그런 쇼를 보고 있지? 
 
이상기후 현상을 겪으면서 점차 우리가 하고 있는 패션위크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이 무책임한 행동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이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를 꾸려나가면서도 기존 패션쇼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위선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는 뭔가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런데 더 환경 친화적인 좋은 대안이 있을까?  
 
지속가능한 패션위크의 선구자로 불리는 헬싱키 패션위크가 지난 8월 1일 막을 내렸다. 
 
‘디지털 패션위크’라는 단어가 명명백백히 맞는, 그 생경한 현장에 참여한 오픈 플랜(Open Plan)의 패션 디자이너 이옥선을 만났다. 두 시즌째 헬싱키 패션위크에 참여한 오픈 플랜은 리넨과 오가닉 코튼을 주로 사용하고 단추도 뿔이나 목재가 아닌 상아야자 열매로 만든 너트 단추를 이용하며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헬싱키 패션위크는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됐어요. 실제 원단이 아니라 디지털로 패션 샘플을 만들었죠. 트래디셔널 디자이너(저희를 헬싱키 패션위크 측에서는 그렇게 불러요, 이것 역시 재밌죠)들이 패턴을 만들어 3D 디자이너에게 보내면 그들이 3D화 된 옷을 만들죠. 모델도 마찬가지예요. 저희와 계약된 모델 에이전시 모델들을 아바타화하고, 쇼 베뉴도 디지털로 구축했죠. 하나의 애니메이션 같기도 하고, 캠페인 같기도 하죠. 어떻게 보면 급작스러울 수도 있고,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형태로 쇼가 전환되었죠.” 아직은 이 낯선 미래가 믿겨지지 않아, 혹 실제가 아닌 3D로 만들어진 옷이 어색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아니에요. 디지털 영상으로 보면서 느껴지는 건 기대 이상, 상상 이상으로 정교하다는 거예요.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온라인 쇼핑이 시작됐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입어보지도 않고, 사진만 보고 옷을 살 수 있지?’라고 했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됐잖아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지면서 옷에 대한 정보를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헬싱키 패션위크 공식 홈페이지 내의 ‘디지털 빌리지’ 섹션에서는 디지털화된 옷을 판매하기도 한다. 현재 1천여 명이 구입했으며 이 옷은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입을 수 있다.  
 
최근 ‘어쩔 수 없이’ 디지털 패션위크화 된 2021 S/S 맨즈 컬렉션에서도 아바타를 이용한 3D 패션쇼가 열렸다. 주인공은 최신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이탈리아 브랜드 서네이(Sunnei)였다.  
 
어설프진 않지만 아직은 어색한 3D 패션은 곧 디자이너 이옥선의 말처럼 익숙해질 것이다. 물론 디지털화가 지속가능한 패션쇼의 완벽한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과거의 과오를 수정하고, 지구를 위한 백신(!)을 만들기 위해 여전히 시험 중이며 아직 누구도 완벽한 모델을 찾은 것은 아니다. 마치 코로나 백신처럼! 
 
“헬싱키 패션위크가 끝난 지금 우리에겐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요. 패션위크 측에서도 많은 것을 수치화해서 분석 중이고요. 디지털 패션위크를 통해 의류 폐기물, 물류 이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은 줄었지만 또 다른 파괴가 벌어지고 있기도 하니깐요. 3D 디지털 작업은 매우 노동 집약적인 작업이고, 또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하기 위해 하이테크 기계들이 이용되고 소비되고 버려지죠. 실제로 IT 산업 역시 패션계와 1, 2위를 다툴 정도로 반환경적이죠. 단순히 계산해서 디지털화가 곧 지속가능한 방향은 아니라는 거죠. 이번 패션위크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수정해나갈 거예요.”
 
얼마 전 자크뮈스는 파리 근교의 벡생프랑세 자연공원에 있는 황금빛 밀밭에서 2021 S/S 쇼를 열었다. 지난 시즌에는 프로방스 라벤더 밭을 무대로 쇼를 열기도 했다. 이 쇼를 제작한 이는 ‘슈퍼 쇼 마스터’라 불리는 알렉상드르 드 베탁이었다.  
 
 
온갖 화려하고 거대한 쇼는 다 기획했던 그가 자크 뮈스의 풀밭 패션쇼를 진행하며 남긴 말은 의외였다. “쇼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카펫, 의자와 스피커가 전부였고, 조명은 태양이었어요.” 그가 이끄는 프로덕션 뷰로 베탁(Bureau Betak)은 앞으로의 패션쇼는 달라져야 한다며 자신들만의 기준인 일명, 뷰로 베탁 10계명을 발표했다. 그 첫 조항에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요소가 패션의 모든 디자인과 프로덕션에 포함된다라고 적혀 있다.
 
즉, 옷뿐 아니라 쇼의 행위 자체에도 지속가능성이 함께해야 된다는 것.  
 
 
뒤이어 쇼를 진행할 때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것과 쇼에 사용된 장식들은 업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쓸모를 찾고, 수익의 1%는 지구를 위해 기부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역시도 공간이 실제(!) 자연으로 갔을 뿐, 여전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패션쇼를 대체하는 완벽한 답은 아니다. 자연적인 것, 디지털적인 것 그리고 전통적인 것, 혁명적인 것, 이 두 극단은 답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번 시즌을 지나온 패션계의 결론이다. 여전히 수정의 수정의 수정이 진행 중인 셈이다.  
 
어떤 형태로든 패션위크는 지금 탄생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모든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것은 우리에게 패션은 필요하고, 패션을 소개하기 위한 쇼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사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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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민정(프리랜스)
  • 사진/Gettyiamages
  • 사진/jacquemus
  • 웹 디자이너/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