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Lee Y. Lee Y, 목걸이, 뱅글은 Dior.
이설은 자기 삶을 산다. 근거는 이렇다. 그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다. 휴대폰도, 컴퓨터도 없이 자란 덕이다. 그런 집에서 할 일이란 독서뿐. 지금도 틈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 화면을 의미 없이 굴리는 대신 책을 읽는다. 화보 촬영장에도 책 한 권을 들고 왔다. “〈친구들과의 대화〉라는 책이에요. 샐리 루니라고, 요즘 아일랜드에서 엄청 핫한 91년생 작가가 썼죠.” 소설을 좋아하는 건 상상하는 게 즐거워서다.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연기자가 된 후엔 이야기의 배경, 인물의 감정을 떠올려보고, 머릿속에서 장면을 그리면서 읽고 있어요.” 신인배우 이설이 〈옥란면옥〉의 탈북민, 〈나쁜 형사〉의 사이코패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의 싱어송라이터로 극을 힘 있게 이끌어나가는 데 성공한 건 독서로 단련된 집중력과 박학함, 상상력의 공이다.
이설은 또, 생각을 별로 안 한다. 그게 재능이다. 주저하지 않아서 삶에 진짜 드라마가 있다. “큰 도시에서 살아보자, 해서 서울에 왔고, 계속 살려면 돈이 필요해서 별일을 다 했어요.” 그 뒤로 이어진 지난 얘기들.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며 숙식을 해결한 얘기, 라면 먹을 돈이 없어도 괜찮았다는 얘기, 그런 경험이 고생이 아니라 너무 즐거웠으며, 지금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는 얘기…. 이런 사람은 할 얘기가 많아서 대개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설은 혼자 보는 글은 일기장에, 나누고 싶은 글은 시나리오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