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미지의 얼굴일 것이다. 하지만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김해나를 모를 리 없다. 올해 개봉한 〈파도를 걷는 소년〉(2020)에서 서퍼 ‘해나’로 등장했고, 그가 출연한 단편 〈입문반〉(2019)은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작이다. 단편 〈스타렉스〉(2019), 〈기쁜 우리 젊은 밤〉(2017), 〈내 차례〉(2017) 등 동시대의 불온함을 그린 작품들에서 유독 강점을 보이는 배우이기도 하다. 스크린 속 그의 질감은 퍽 사실적이다. 김해나는 열아홉 살에 극단 ‘골목길’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배우이자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겸하는 〈기쁜 우리 젊은 밤〉 속 인물과 꽤 겹치는 삶을 살았다. “〈기쁜 우리 젊은 밤〉과 임신 순번을 기다리는 간호사로 출연한 〈내 차례〉 덕분에 영화제에 처음 가봤어요. 그 작품들이 있어 지금까지 연기를 계속하고 있는 거죠.”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전에는 소속사도 있었고, 상업 드라마에 작은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주로 타이트하고 노출 있는 의상을 입는 역할들이었어요. 이러다 소비만 되겠다 싶어 과감히 그 길에서 내려왔죠.” 싫은 소리 못하고 순응하는 성격이었던 김해나는 불합리한 상황에 자주 놓이는 것이 괴로웠다. 그래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으로 살아보기도 했지만, 그 일 년간 오히려 연기에 대한 열정만 확인했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연기를 일로 하는 사람. 하지만 아직 연기로 돈을 벌지는 못하는 사람. 연극 기획과 조연출을 하고, 가게를 운영합니다. 시간이 남을 때는 글을 쓰고 사진도 찍어요.” 연기를 시작한 지 15년쯤 되었지만 첫 번째 연기 스승인 강량원 연출가의 말이 아직도 신조처럼 남아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연기를 잘할 수 있대요. 전 그것만 믿고 열심히 할 거예요. 요행을 바라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