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와의 만남은 긴장되는 일이다. 한정된 정보로 인터뷰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박세진은 그런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고라도 만남이 기다려지는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SNS를 찾아보았지만 나온 결과는 2백70명 남짓한 팔로어를 가진 텅 빈 계정. “저는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SNS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저라는 사람을 판단하게 될까봐 잠깐 접었어요.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개설했지만요.”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미성년〉을 통해서다. 여린 마음을 숨긴 채 벽을 만들었던 ‘윤아’. 어른들 말을 잘 들었다는 10대의 박세진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윤아를 이해하기 위해 밤이 되면 무작정 동네를 걸어 다녔죠. 사회에 불만이 많은 윤아에 비해 당시 저는 불만이 없었어요. 그래서 속으로 욕을 하면서 걸었어요. 불만을 좀 쌓으려고.(웃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연기를 시작했다기엔 배우라는 직업이 천직으로 보였다. “영화 〈파수꾼〉을 처음 보고 한 극을 이끌면서 울림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수줍음이 묻어났지만 확신에 가득찬 말투였다. 10년, 20년 뒤의 모습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대답을 듣고 되물었다.
그때가 되면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봤을 때 ‘한계가 없는 배우’라는 단어가 떠올랐으면 해요. 얼굴이 더 알려져도 작품을 할 때는 저의 얼굴을 지우고 인물의 캐릭터로 보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