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예뻐야 한다’는 말에 지친 당신에게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아름다움을 다시 정의할 시간

프로필 by 정혜미 2025.07.02

THE FREEDOM TO BE


여성을 옥죄는 것들. 온종일 가슴을 억압하는 브래지어, 건강을 위협하는 하이힐,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과 타인의 시선.


“이것은 누구를 향한 비판도, 성별 간 부조리에 대한 반기도 아니다. 뷰티 에디터인 나조차 고정된 시선을 따라 무심코 글을 써왔음을 돌아보며, 여전히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작은 다짐이다.”


가죽 벨트는 Toteme, 브리프와 이어진 독특한 스커트는 Push Button.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공공운수노조는 승무원에게 구두 착용을 강요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커리어우먼은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 참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한 채 불편한 신발을 강요받고 있다. 단정함은 정말 구두로 완성되는 걸까. #승무원에게_운동화를.


나일론 메시 펌프스는 Sportmax.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성에게 메이크업은 선택일까, 의무일까? 최근 메트 갈라에 참석한 파멜라 앤더슨은 이 오래된 질문에 조용하지만 단호한 답을 내놓았다. 화려한 메이크업 대신 거의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촌스럽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외모보다 내면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진짜 자신’으로 무대에 선 그를 향해 팬들은 “자연스럽고 용감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자기 주도적 아름다움을 선언한 대표적인 행보다.


성별 고정관념, 편협한 미의 기준, 타인의 시선에 순응하며 스스로를 짓누르지 않기를. 나다움에는 성별도, 미적 이상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답게’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니트 스커트는 Anggae. 브라, 브리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찬사하면서도,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뷰티 산업 안에서 우리가, 그리고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선택의 자유다. ‘탈코르셋’조차 결국은 스스로 선택한 방식이어야 한다. 누구도 하나의 기준으로 옭아매거나 규정지을 수 없다. 아름다움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따를 때 시작된다.


구조적인 드레스는 Acne Studios.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이상형 조건은 종종 날씬하거나 근육이 잡힌 몸으로 해석된다.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건 게으름이나 나태함일까? 체형의 변화는 자제력 부족의 결과일까? 에디터 역시 한때 몸매 관리는 ‘나를 사랑하는 행위’라고 자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단식과 식욕억제제 복용으로 몸을 혹사시키며, 건강한 체중 관리가 아닌 마른 몸을 열망했다. 보수적이라 여겨지던 패션계조차 이제는 다양한 체형과 사이즈를 포용한다. 하지만 현실 속 몸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엄격한 굴레 안에 머물러 있다. 배우 자밀라 자밀은 말한다. “우린 모두 정상적인 몸과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브라, 브리프, 레이스 스타킹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사진/원범석
  • 모델/ 채지우, 신잉
  • 헤어/ 한지선
  • 메이크업/ 정수연
  • 스타일리스트/ 이경은
  • 어시스턴트/ 박진경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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