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도쿄, 런던, 뉴욕, LA를 다 접수한 K-뷰티

전세계 도시에서 열리는 K-뷰티 팝업 ing

프로필 by 박경미 2025.05.31

K-BEAUTY TAKES OVER


한국 브랜드의 인기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점령 중인 팝업 스토어가 이를 방증한다.


전 세계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며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K-브랜드. 이번 기사 작성을 위해 조사한 해외 팝업만 해도 도쿄 14곳, 오사카 7곳, LA 5곳에 이른다. 복수의 브랜드가 함께 참여한 건 제외했으니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반응도 아주 핫하다. 사전 예약 오픈과 동시에 전일 매진을 기록하거나 주변 지역에 인파가 몰려 현지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다.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선 모습, 수백만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와 유명 셀러브리티의 방문 인증샷도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영국 법인 양성수는 해외에서 K-뷰티 팝업이 흥하는 이유에 대해 ‘고품질로 잘 알려진 한국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희소성’을 꼽는다. 이어 ‘한국식 체험형 프로그램’도 주요 인기 요인이라고 덧붙인다. 여기에 ‘한국의 넉넉한 인심’도 한몫한다. K-뷰티는 선물과 굿즈 스케일도 다르다는 평이다. 단순히 제품 체험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한국 문화, 감성까지 경험할 수 있는 K-브랜드 팝업.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시부야에서 즐기는 K-팝업의 맛! 롬앤

K-팝업은 현지에 새로운 마케팅 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롬앤이 일본 진출 5년 만에 선보인 팝업 스토어가 그렇다. 하라주쿠에서 열린 ‘롬앤의 집’은 기존 팝업에서 볼 수 없던 몰입도 높은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현지 소비자에게 ‘가보고 싶은 집’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모든 공간을 포토존으로 꾸미고, 퍼스널 컬러 측정을 통한 나만의 컬러 고르기, 신년 운세 뽑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 일본 소비자에게 팝업의 재미를 선사했다. “일본 팝업은 주로 숍인숍 형태로 운영돼요. 이와 차별화를 주기 위해 건물을 통째로 대관해 저희만의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롬앤 일본사업팀 김해슬의 설명이다. 오픈 당일에는 하라주쿠역부터 시부야 방향 대로변까지 긴 줄이 이어졌고, 인근 상점에서 민원이 들어올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매일 새벽부터 대기 줄이 생겨 현지 스태프의 출근 시간을 앞당겨야 했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고객과 직접 만나 소통하며 친밀도를 다진 롬앤은 5월 중, 하라주쿠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는 깜짝 소식을 전했다.


‘코덕’의 방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 만족도가 높았던 ‘롬앤의 집’. 현지 론칭을 앞둔 ‘더 쥬시 래스팅 틴트’가 먼저 공개되어 이목을 끌었다.


카일리 제너도 방문한 메디큐브

메디큐브는 K-뷰티의 범주를 넘어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인데 아직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팝업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LA에서 진행된 팝업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팝업 운영 기간 동안 뉴욕과 LA 도심에 메디큐브의 대형 옥외 광고를 동시다발적으로 송출했고, 현장에 유명 셀럽과 인플루언서를 초대해 주목을 끌었다. 협업에 의한 것이지만 카일리 제너의 방문은 K-뷰티의 인지도, 영향력, 신뢰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The Bachelorette> 시즌 21의 히로인 제니 트랜(Jenn Tran), 유명 틱토커 콜 월리저(Cole Walliser), 방송인 시블리 스콜스(Sibley Scoles) 등 분야를 막론한 인물이 방문하며 K-팝업의 위상을 더 끌어올렸다. 또한 매일 선착순 50명에게 ‘헬로키티 매직 완드 부스터 프로’를 증정하는 이벤트와 제품을 6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큰 인기를 얻었다.


‘글로 랜드’를 콘셉트로 한 메디큐브의 LA 팝업에서는 시그너처 디바이스인 ‘부스터 프로’와 PDRN 라인 등 글로 스킨을 완성하는 데 최적화된 제품을 소개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견준 데이지크

데이지크 오모테산도 팝업은 K-뷰티가 일본 내에서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만 입점 가능한 ‘오모테산도 크로싱 파크’에서 K-뷰티 브랜드 최초로 팝업을 열었기 때문. 이번 행사는 도쿄에서 열린 데이지크의 다섯 번째 단독 팝업으로, 일본의 벚꽃 시즌에 맞춰 ‘핑크 블라썸 컬렉션’을 공개하며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약 한 달간 운영되었으며 주말에는 1~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일반적으로 국내와 달리 일본은 체험보다 관람 중심의 팝업이 주를 이루는데, 데이지크는 제품을 자유롭게 테스트하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주목받았다. 이미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와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브랜드답게, 더 많이 사용해보며 브랜드의 숨겨진 아이템을 발견하도록 전 제품을 디스플레이했다. 이후 시부야에 ‘쥬시 글로우 틴트’를 메인으로 한 팝업을 연달아 오픈하며 일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오고 있다. 그 결과 백화점과 고급 쇼핑몰 등의 입점을 논의 중이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즌에 맞춰 오픈한 데이지크 ‘핑크 블라썸 컬렉션’ 팝업. 사랑스러움을 더하는 ‘섀도우 팔레트’ ‘블루밍 싱글 섀도우’ ‘퓨어워터 립글로스’를 선보였다.


패션 성지 하라주쿠를 마비시킨 어뮤즈

돈키호테, 앳코스메, 로프트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현지 진출에 성공한 어뮤즈는 이번 팝업을 통해 신제품 ‘듀 틴트’를 첫 공개하며 뉴 트렌드까지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팝업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었는데 예약 오픈과 동시에 5천 명 이상이 몰려 단 3분 만에 마감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3일간 500명 이상의 인플루언서, 30개에 달하는 유통사 바이어, 다수의 현지 매체가 방문했고, 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반에 K-뷰티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브랜드 뮤즈 장원영이 방문한 당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팬들이 모여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고 인근 교통이 통제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K-팝 스타의 글로벌 인기까지 실감할 수 있던 순간. 국내에서는 익숙하지만, 일본 소비자에겐 새로웠던 키링 꾸미기 체험 역시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며 SNS에서 큰 바이럴 효과를 낳았다. 그 영향으로 일부 컬러는 품귀 현상을 겪을 정도였다. 올해 중 세 번째 팝업도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일본 내 어뮤즈의 영향력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듀 틴트’ 론칭을 기념해 정원을 연상케 하는 콘셉트로 내부를 꾸민 어뮤즈의 두 번째 도쿄 팝업. 세 가지 신규 컬러의 ‘젤핏 틴트’도 체험할 수 있었다.


소호의 중심에서 만난 K-쿠션 티르티르

티르티르는 K-뷰티 ‘제2의 전성기’를 이끄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한국식 쿠션 파운데이션을 북미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기술력을 입증했으니. 이런 흐름의 연장으로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을 앞세워 뉴욕 소호에 상륙했다. 열흘 내내 매장 앞에는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졌고, 일부 고객은 개장 3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등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하루 평균 3천 명에 달하는 뉴요커가 방문하며 문전성시를 이뤘고,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방문해 열기를 더했다. 틱톡 팔로어 700만 명을 보유한 캣 클라크(Kat Clark), 세포라와 협업하는 인플루언서 그룹의 멘토이자 뷰티 인플루언서인 아디티야 마디라주(Aditya Madiraju) 등 영향력 있는 인물의 등장은 K-뷰티에 대한 신뢰를 방증했다. 티르티르 MC팀 김선미는 이번 팝업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팝업 이후 진행된 신제품 론칭이나 이벤트에서 인플루언서들의 반응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한 것. 이번 경험은 북미 시장에 보다 깊게 침투하는 전략으로 작용했다. 티르티르는 올여름, 얼타 뷰티 프레스티지 존에 입점을 앞두고 있다.


티르티르의 첫 미국 팝업은 브랜드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린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뷰티 어드바이저가 1:1로 컬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런던을 점령한 K-뷰티 라네즈

K-뷰티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과 북미에 비하면 유럽은 아직 미약하다. 라네즈는 지난봄, K-뷰티 브랜드 최초로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코벤트 가든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며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K-스킨케어의 매력을 런더너에게 전하는 장이자 립 케어 브랜드라는 인식을 넘어 스킨케어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였다. ‘바운시 앤 퍼밍 세럼’을 중심으로 슬로 에이징이라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기대감을 모으기 위해 사전에 많은 요소를 비공개로 유지했음에도 이른 아침부터 대기하는 사람이 발생했다. 개장 시간이 다가오자 500명 넘는 사람이 길게 늘어서 안전을 위해 주변을 통제할 정도였다. 오픈 이틀간 4천 명이 방문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영국 법인은 팝업 이후 브랜드의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전한다. 라네즈에서 협업을 선제안했던 이전과 달리 다양한 유통 채널과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이처럼 현지의 높은 반응을 토대로 영국 전역에서 팝업을 기획 중이다.


핑크 컬러로 발랄한 에너지를 전한 라네즈. ‘바운시 앤 퍼밍 세럼’과 ‘바운시 앤 퍼밍 슬리핑 마스크’, ‘바운시 앤 퍼밍 아이 마스크’가 함께 소개되었다.


하퍼스 바자 LA에 착륙하다 BAZAAR K BEAUTY DROP

<바자>가 국내 패션 매거진 최초로 LA에서 K-뷰티 팝업을 선보인다. 달바, 마녀공장, 에스쁘아, 토니모리, 퓨리토 서울까지, 직접 큐레이션한 5개 브랜드를 소개하고 푸짐한 선물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오는 6월 5일부터 8일까지 LA의 뷰티·패션·문화가 교차하는 중심지 멜로즈 애비뉴에서 진행된다. LA에 거주하거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방문해볼 것!

일정 6월 5~8일

장소 하파크리스틴 LA 멜로즈점 (8022 Melrose Ave, Los Angeles, CA 90046)

Credit

  • 사진/ Getty Images, © Romand, Medicube, Dasique, Amuse, Tirtir, Laneige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