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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도 냄새를 맡는다? 고수를 못 먹는 이유가 후각수용체 때문?

이보다 흥미로울 수 없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비한 후각 사전

프로필 by 정혜미 2025.01.12
퀘백대학교(Université du Québec à Trois-Rivières) 해부학과 교수이자 화학적 감각 분야의 권위자인 요하네스 프라스넬리(Johannes Frasnelli)가 현재 연구 중인 후각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연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사용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후각을 잃겠다”고 응답했다. 당신도 그 중 한 명인가? 우리가 오감 중 후각을 얼마나 과소평가하는지를 시사하는 결과다. 그러나 후각은 생각보다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냄새는 눈앞의 사물을 감지할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인식하게 만든다. 혀는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만을 구별하지만, 음식에서 나오는 방향 물질이 목구멍을 거쳐 코에 도달할 때 비로소 정확한 맛을 식별하게 된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각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향은 누군가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체취가 좋다거나 불쾌하다고 인식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며 각자의 경험과 감정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도 관여한다. 태아는 자궁에서부터 엄마의 냄새를 기억하고, 그로 인해 엄마 품에서 안정감과 친숙함을 느낀다. 이는 반대로도 작용한다. 엄마가 아기의 체취를 맡으면 뇌의 보상 중추가 자극되어 육아의 고됨 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후각은 언제부터 발달할까? 출생 전, 심지어 시각이나 청각보다 이른 시기에 발달한다. 이는 음식 취향과 미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엄마가 임신 중 자주 섭취했던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음식 냄새가 혈액을 타고 태반을 거쳐 태아의 뇌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냄새를 맡나? 후각의 민감도와 정확성은 사람마다 다르며, 이를 결정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중 하나가 유전이다. 인간은 약 4백여 개의 후각수용체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모두에게 동일하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가 고수에 대한 반응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수를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불쾌하게 여긴다. 이는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특정 후각수용체가 발현되어 고수 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각은 유전적 소질과는 관계없이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조향사나 소믈리에처럼 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후각 능력을 정밀하게 발달시킨다.
최근 후각 연구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있었나? 인공지능(AI)은 후각 인지 능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색이 다양한 파장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소리 또한 수학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냄새는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새로운 향기가 어떻게 인지될지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 모기 퇴치 스프레이의 성분은 대부분 우연한 발견에 기반해 사용되었지만, AI를 활용하면 특정 화학 물질이 모기의 후각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성분을 설계할 수 있다. 후각수용체가 코에만 국한되지 않고 간, 신장, 심지어 정자에서 확인되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이 수용체들이 각 기관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향후 몇 년 안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정자 세포에서 후각수용체가 발견된 사실은 특히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정자의 유일한 임무는 난자까지 도달해 수정하는 것이다. 이 말인즉, 정자의 후각수용체가 이 과정에 깊이 관여한다는 의미다. 최근 연구에서는 난자 세포가 특정 물질을 분비하여 정자를 유도한다는 증거가 확인되었다. 만약 이러한 메커니즘이 정확히 입증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비호르몬 피임약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적용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요한다.

Credit

  • 인터뷰/ Franziska Frank
  • 사진/ Getty Images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