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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돌아보는 재미에 산다!

여전히 트렌드 한 자리를 무게감 있게 차지하는 키워드는 회귀다. 단순히 과거에 대한 회상에서 그치지 않고, 세대를 막론해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결국 반추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과 지친 마음을 꺼내어 되돌아보는 노력이 아닐지 생각하게 하는, SNS상에서 주목받는 캐릭터 셋을 소개한다.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4.11.20
유행은 분석할 수도, 머리로 이해하는 영역이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낡고 오래된 추억이 깃든 존재 앞에서 우리는 왜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걸까. Y2K 패션이나 노포 맛집처럼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에서만 유행하는 현상도 더더욱 아니다. ‘레트로 굿즈 디자인에 나타난 시각의미 연구(2019)’라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이에 대해 “느린 감성이 과거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의 차원을 넘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한 회의감과 피로를 해소하는 탈출구로 작용하며, 이전 세대에 대한 공감대 형성만 아니라 지금 세대에 대한 이해의 기반이 되어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유행을 현세대의 시선으로 재창조하는 현상을 일컫는 뉴트로(Newtro, 새로움(New)과 레트로(Retro)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는 그냥 만들어진 건 아닐 테다.

다마고치
사진/ 반다이남 코리아 제공

사진/ 반다이남 코리아 제공

사진/ 반다이남 코리아 제공 사진/ 반다이남 코리아 제공 사진/ 반다이남 코리아 제공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팝업이 있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성수의 토로토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다마고치 팝업스토어 이야기다. (공식 홈페이지 SNS 계정에서 확인 가능하다.) 지난 15일 오후에 얼리버드 신청을 받자마자 바로 완판이 되었다. 잠깐,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출시된 이듬해 다마고치의 인기는 전국구를 휩쓰는 ‘열풍’을 일으켰다. 지금의 스마트폰과 같은 존재였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아끼는 다마고치가 죽지 않게 밥을 주고 똥을 치워주느라 집중하지 못했고(기억하기로는 주요 사망 원인이 설사였다.) 급기야 교육부가 학교에 다마고치 금지 반입을 금지하는 공문을 보낼 정도였으니까.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생은 다마고치를 통해 ‘돌봄’과 유대감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로움을 치유하기도 사랑과 책임을 어설프게나 경험하고 연습했다고 기억한다. 20년이 지난 지금의 Z세대가 <모여봐요 동물의 숲>, <스타듀 밸리> 등 코지 게임 Cozy game에 열광하는 마음과도 다르지 않다. 작고 가볍다는 휴대성은 다마고치 자체로 ‘키링’이 되기에 유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최근 출시된 다마고치를 주렁주렁 가방에 달고 다니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안경 만두
@49_hhh

@49_hhh

사진/ 마플샵 제공 @49_hhh @49_hhh
동그란 만두 얼굴에 안경을 쓴 채 무표정인지 진지한지 모를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캐릭터. 만두가 쓰고 있는 빨간 안경부터 반무테안경까지 다양하다. ‘수상한’ 혹은 ‘이상한 수식어가 앞에 붙는 것처럼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자꾸 찾아보게 된달까. 도트로 이루어진 픽셀 아트 Pixel Art로 작업해 1970-80년대의 8비트와 16비트 비디오 게임 시대 속 캐릭터 슈퍼마리오나 팩맨을 연상시킨다. “입 닫고 만두나 드세요”하며 만두가 만두를 한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나 2000년대 초, 사이버 공간에서 쓸 법한 서체로 ‘안경만두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아련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킬링포인트다. 안경만두를 그린 49 작가는 마플샵 인터뷰를 통해 “안경만두는 야채가 든 찐만두”라고 밝힌 바 있다. 사유는 작가가 찐만두를 가장 좋아해서다. 마플샵을 통해 띠부띠부 실, 야광 키링, 홀로그램 카드 등 추억의 아이템만 골라 만드는 진기한 굿즈는 피식 웃음이 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작고 소중한 것을 열심히 수집했던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피크민
사진/ 닌텐도 제공

사진/ 닌텐도 제공

사진/ 닌텐도 제공

사진/ 닌텐도 제공

사진/ 닌텐도 제공 사진/ 닌텐도 제공 사진/ 닌텐도 제공 사진/ 닌텐도 제공
머리에 길쭉한 싹이 난 모종 생명체가 꽃밭을 유유자적 거닌다. 물을 주면 싹에서 아름다운 꽃이 활짝 핀다. 피크민 블룸은 닌텐도의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증강현실(AR) 게임으로, 한국 출시는 3주년을 맞았다. 닌텐도 게임으로는 2001년 출시되어 꽤 연식이 높은 캐릭터에 속한다. 출시 당시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갑자기 역주행한 것. 닌텐도가 내놓은 피크민4가 전략 어드벤처 게임이라면, 피크민 블룸은 무목적으로 산책하는 방치형 게임에 더 가깝다. 국내 개발사 나이언틱의 전작 포켓몬고와 비교되지만 분명 다르다.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이나 경쟁이 전혀 없다. 틈틈이 돌아다니고 많이 걸으면 된다. ‘형형색색의 걷기를 즐겁게 하다'는 슬로건에서도 드러난다. 걸을수록 더 많은 피크민을 수집하고, 먼 곳까지 피크민을 ‘탐험’을 보낼 수 있긴 하지만, 쫓길 이유는 없다. 풍경을 만끽하고 다른 유저들과 엽서를 공유하는 재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산책 메이트 혹은 만보기 역할을 톡톡히 하며 출퇴근길이나 이동할 때 억지로 운동하지 않고 가볍게 산책하기 위해 앱을 켜는 경우가 많다고. 매일 밤 9시에는 하루의 걸음 수가 나오는데, 다이어리 기능도 탑재되어 있어 ‘미 타임 me-time’을 갖게 하기도 한다. 무해한 캐릭터와 함께 경쟁 없는 아름다운 꽃길에 갈 때 비로소 휴식을 취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낀다는 반응 앞에서 게임이 유행하는 맥락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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