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3캐럿 핑크 다이아몬드가 시선을 압도한다. 에펠탑에서 영감을 얻은 ‘절정: 쿠르 드 파리’ 네크리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하이주얼리를 마주할 때면, 나는 그 영롱한 빛 안에서 수행적 태도를 발견한다. 많은 이들의 공으로 빚어진 길고 긴 인내의 시간과 아름다움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순수한 도전정신이 완전한 깨달음과 높은 차원의 의식에 다다르기 위해 매진하는 단련처럼 느껴진다. 최고로 호사스럽지만 절제를 알고, 고급스러움의 끝을 달리면서 실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주얼리에만큼은 경이롭다는 표현을 기꺼이 쓸 수 있다.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가 서로 얽힌 파사드 사이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옵티미즘’.
철도 시대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담은 ‘비전’ 네크리스.
6월 어느 밤 생트로페에서 오랜만에 ‘경이롭다’는 감탄을 자아내는 하이주얼리를 만났다. 루이 비통의 주얼리와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란체스카 앰피시어트로프가 하우스에서 6번째 선보이는 ‘어웨이큰 핸즈, 어웨이큰 마인즈(Awakened Hands, Awakened Minds)’ 컬렉션이다. 한국의 이영애, 영국 배우 피비 디네버 등 유명인사 2백여 명이 새로운 컬렉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생트로페 근처 샤토 생모르 포토밭에 모였고,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의상을 입은 모델들의 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무대 위의 작품은 쿠튀르 하우스의 하이주얼리답게 담대한 창의력과 수려한 장인정신이 돋보였다. “‘어웨이큰 핸즈, 어웨이큰 마인즈’는 약간 암호처럼 들릴 수 있어요.” 디너가 시작되기 전 앰피시어트로프는 이렇게 운을 띄우며 이번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1백 년 프랑스 역사의 놀라운 여정을 의미해요. 이번 컬렉션은 재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19세기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혁명 후 왕실 궁정의 지배가 끝나고 길드가 폐지되면서 프랑스 아틀리에의 장인들은 자유로운 탐구와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고 프랑스의 기술, 즉 노화우는 크게 성장했죠. 모두가 이 놀라운 ‘기술의 꽃피움(Awakened Hands)’을 보러 프랑스로 몰려들었어요. 이곳에서 럭셔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부분인 ‘지성의 꽃피움(Awakened Minds)’은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발명, 과학, 공학, 건축의 성장을 향한 경의를 표하죠. 파리는 유럽 최초로 가스와 전기 조명을 갖춘 도시가 되었죠. 삶이 완전히 변화했고 생각, 비전, 지성이 확장되었어요.”
다음 날, 생트로페만이 내려다보이는 도멘 드 바가텔 빌라에서 컬렉션의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작품들은 파리 크래머 갤러리의 예술작품, 고풍스러운 가구와 함께 전시되어 마치 19세기로 타임 슬립한 것처럼 느껴졌다. ‘어웨이큰 핸즈, 어웨이큰 마인즈’ 컬렉션은 총 13가지의 테마 안에 2백20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11가지 테마의 총 1백 개의 작품이 공개되었다. “장인정신은 프랑스의 가치예요. 프랑스식 삶의 예술(Art de Vivre)의 탄생이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럭셔리의 탄생이죠.” 앰피시어트로프의 설명처럼 프랑스의 노하우를 담은 ‘어웨이큰 핸즈’는 프랑스 왕실과 궁전을 장식했던 풍성한 장식물과 정교한 세공을 떠올리게 했다. ‘어웨이큰 핸즈’에 속한 ‘스플렌더(Splendeur)’가 대표적이다. ‘스플렌더’는 레이스처럼 정교한 꽃무늬 장식의 부조 목공예인 왕실 침대에서 받은 영감을 메종의 아이코닉한 LV 모노그램 플라워 모티프에 적용했다. 정교하게 조각한 골드 소재 꽃잎 위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꽃잎은 메시처럼 연결되어 중앙의 커다란 루비를 감싸안는다. 전체 컬렉션엔 1백10개의 루비가 사용되었고 그중 총 52개의 루비를 세팅한 하이 칼라 네크리스는 이제까지 하나의 주얼리 피스에 세팅한 가장 거대한 루비의 배열이라고. 또한 스플렌더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혁신정신을 보여준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모잠비크산 스톤의 공급 과정을 완벽하게 기록했고, 덕분에 루이 비통은 컬러 스톤을 추적할 수 있는 최초의 메종이 되었다.
19세기에 번성한 브로케이드, 자카드, 태슬 장식 등 텍스타일과 파스망트리(passementerie)의 기술에 대한 예찬은 ‘세덕션(Seduction)’에서 절정을 보여준다.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를 직조하듯 유연하게 연결한 V자 매듭이 입체적인 형태를 완성하는데, 중앙에는 깊은 푸른 톤이 돋보이는 인상적인 크기의 잠비아산 에메랄드를 세팅했다. 곳곳에 새겨둔 메종의 주요 코드들은 주얼리를 보다 현대적으로 만들어준다. 매듭은 메종의 대표 아이템인 트렁크를 들어올릴 때 사용한 로프를, 다이아몬드 패턴은 모노그램 카이트 모티프를 떠올리게 했다. ‘어웨이큰 마인즈’를 이루는 테마는 산업화에서 영감을 받아 기계화와 그래픽적 반복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에는 움직임(이동), 정확성, 균형 잡힌 기하학의 상호연결성이 스며들어 있고 메종의 주요 코드와 시그너처로 인해 보다 현대적인 창의력을 발휘한다. 그 시대의 움직임, 새롭게 대두된 빠른 속도를 드러낸 ‘퍼셉션(Perception)’은 기하학적인 패턴을 반복하여 기계화를 표현했다.
다양한 크기, 방향, 높이, 부피의 반복은 시각적 착시와 어우러지며 V로 빠져들게 되는 매혹적인 브레이드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빠른 산업화에 대한 역동성은 프리퀀스(Frequence) 테마로 이어진다. ‘퍼셉션(Perception)’에서의 반복의 개념이 순수하고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진화한다. 메종의 아이코닉한 카이트 모티프를 재해석하여 연속적인 동심원 패턴을 만들어낸 점이 매우 신선했다. 철로에서 영감을 받은 네크리스도 있었다. 기관차와 철도의 발전은 여행의 시대를 열었고 루이 비통은 새로운 자유와 발견을 향한 열망의 중심에 있었다. 플래티넘, 옐로 골드, 옐로 사파이어로 이루어진 얽힌 V자 형태의 구조로 모든 연결 부위를 마디 처리해 궁극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네크리스는 루이 비통만의 금속 리벳 기술을 보여주었다.
LV 모노그램 플라워 컷 다이아몬드가 인상적인 에펠탑 모양의 ‘빅투아르’ 네크리스.
프랑스의 미적 부흥을 향한 예찬은 ‘빅투아르(Victoire)’와 ‘절정: 쿠르 드 파리(Apotheosis: Cœur de Paris)’에서 최고점에 이른다. 에펠탑이 세상에 공개된 1889년, ‘어웨이큰 핸즈, 어웨이큰 마인즈’가 절정에 달했다. 에펠탑은 파리의 경이로운 기적이자 현대성을 대변하며, 19세기 후반 넘쳐 흐른 놀라운 번뜩임과 사고방식을 상징한다. 1889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파리로 온 시선이 집중되며 프랑스는 세계의 중심이 되었고. 새로운 시각을 불러일으킨 에펠탑을 컬렉션의 주요 모티프로 삼은 것. “올림픽의 해이기 때문에 정말로 프랑스를 기념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실제로 루이 비통은 이번 여름 올림픽과 패럴림픽 게임을 위해 메달과 횃불 트렁크를 제작했고 여러 명의 올림픽 홍보대사를 발탁했다.) 에펠탑 조형물 위에 설치된 뒤집힌 에펠탑 모양인 ‘빅투아르(Victoire)’는 에펠탑의 복잡한 아치가 보석을 세팅할 수 있는 박스 안에 세워져 있고 반짝이는 금빛 막대가 뒤집힌 멀티 파셋 다이아몬드 피라미드를 V자 형태로 잡고 있다. 네크리스 끝에 달려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LV 모노그램 플라워 컷 다이아몬드가 시선을 빼앗는다. 분리하면 반지가 되는 이 다이아몬드는 메종의 하이주얼리 컬렉션에서 세팅된 가장 큰 다이아몬드이기도 하다. “에펠탑 아래 서서 위를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앰피시어트로프가 이번 컬렉션의 진정한 여왕, ‘절정: 쿠르 드 파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은 실제 파리의 중심을 올려다보는 거예요.” 브라운빛이 감도는 강렬한 핑크 컬러의 56.23캐럿 다이아몬드는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웅장함이 있었다. 핑크 골드 기둥이 바게트 세팅과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화살표로 이뤄진 그리드를 감싸고, 이 모든 것이 주얼리의 중심에 놓여 있는 다이아몬드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 이번 컬렉션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죠. 우리는 장인정신, 공학, 발명, 용기의 조화를 보여줌으로써 루이 비통에 대해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컬렉션은 메종의 본질, 프랑스 럭셔리의 본질, 삶의 예술(Art de Vivre)에 대한 모든 것을 상징해요.” 앰피시어트로프의 말처럼 ‘어웨이큰 핸즈, 어웨이큰 마인즈’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모든 작품들은 장인정신이 꽃을 피워 우리의 지성이 확장되고 인식이 성장했던 그 시대에 대한 완벽한 예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