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오목공과 영빈관 돈덕전
30년 동안 낙후되었던 오목공원, 1백 년 만에 다시 열린 대한제국의 영빈관 돈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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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에서 보이는 돈덕전의 일부 모습.

대한제국 국장인 오얏꽃 문양으로 장식된 테라스.

도서와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는 아카이브실 내부.
덕수궁 돌담길 너머로 분주했던 공사 현장이 어느새 뾰족한 지붕의 건물로 변모했다. 튀르쿠아즈 블루 컬러의 창틀이 멀리서도 눈길을 빼앗는 건물의 정체는 1백 년 만에 공개된 돈덕전. 덕수궁 내부로 들어가 석조전을 지나면 가장 안쪽에 있다. 수령이 4백 년된 풍채 큰 회화나무와 대한제국 국장인 오얏꽃 문양으로 장식된 이국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주년 칭경예식에 맞추어 서양열강과 대등한 근대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1903년에 지은 서양식 영빈관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던 화려한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설계자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제물포 개항에 맞춰 조선에 초빙된 러시아인 건축기술자 사바틴이 연관되어 있다는 추측만 있다. 그러나 이 영화로운 공간은 콜레라가 창궐하면서 끝내 행사를 치르지 못하다 결국 헐렸고, 한때 어린이 유원지로 사용되다 자취를 감춘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각별한 상징을 품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이 비운의 공간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2016년부터 시작되었고, 2019년부터 건축을 시작해 지난 9월 말 공개되었다.
터만 남아있었기에 문헌을 철저하게 고증해 옛모습을 재현했다. 흙더미 속에서 발견한 타일 조각을 바탕으로 복도 바닥을 깔고 1백 년 전과 비슷한 무드의 조명과 가구를 채워 넣었다. 사라진 시간은 돈덕전 안에 전시로 존재한다. 1층은 고종의 칭경예식 등 당시 대한제국의 모습을 멀티미디어 전시 형식으로 담아낸 ‘상설전시실 I’과 다양한 기획전시가 펼쳐지는 ‘기획전시실’이 자리한다. 2층에는 한국 근대 외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 II’와 20세기 초 서양의 살롱을 기반으로 무드를 조성한 아카이브실이 있다. 마치 어느 성의 서재 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도서나 영상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서양화가이자 초대 주미공사관원인 강진희가 1883년 미국에서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두 대의 기차를 그린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와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소장 유물로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먹으로 덧칠해 그려 넣은 <서울 진관사태극기> 같은 의미 있는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은 고종과 순종, 영친왕이 테라스에 서있는 흑백사진 한 장. 화려한 색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의 모습과 꼭 같은 공간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세 개의 쉼터 공간 중 전시가 열리는 미술쉼터.

회랑 아래서 바라본 중앙잔디마당.
“주변의 파리공원은 특별한 콘셉트가 있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각인되어 있어요. 하지만 오목공원은 인근 주민이나 근처 방송국 등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지나가는 그저 통로 같은 곳이었죠.” 한 담당자는 오목공원의 과거를 이렇게 말한다. 주상복합 건물과 방송국 빌딩 사이의 개성 없는 공간이었던 오목공원은 레노베이션을 통해 한 구의 시설을 넘어 모두가 찾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인상을 얻었다. 먼저 공개한 전체 면적의 반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심 공간인 ‘회랑’. 정사각형 구조로 높이 3.7m에 설치된 공중 산책로다. 산책로와 정자, 벤치 등이 흩뿌려진 보편적인 우리나라 공원 중에서 보기 드문 형태다. 이 건축 아이디어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조경을 맡은 박승진 조경가(디자인스튜디오 LOCI)에게서 나왔다. 공중을 산책하며 공원과 도시 전망을 둘러보고 하부 공간에서는 휴식과 문화를 즐기는 공간을 탄생시킨 것은 모스건축사사무소의 김희정 소장. “첫 답사를 한 2년 전은 코로나 시기였어요. 땅에서 1.5m 꺼진 중앙 공간밖에 사람들이 모일 장소가 없는데 그마저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죠. 거기서 큰 자극을 받았어요. 주인공과도 같은 공간에서 모든 걸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비나 해를 피하는 기본적인 시설이 있지만 너무 건축물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고요.” 만든 이들의 바람대로 오목공원은 무척이나 독특하며 집약적인 공간이 되었다. 회랑 아래의 세 개의 문화 공간이 그 역할을 더한다. ‘식물쉼터’에서는 주2회 반려식물 클리닉이 열리고, ‘책쉼터’에서는 정원을 비롯한 숲에 관한 도서를 읽으며 휴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개장기념 전시로 이채원 작가의 «죽림(竹林)»을 연 ‘미술쉼터’는 그림에 관한 다양한 기능을 한다. 1.5m 내려간 공간은 ‘중앙잔디마당’으로 탈바꿈하였는데 벌써 드러머, 팝 소프라노, 플루트 트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버스킹 공연을 치렀다. 12월에는 ‘비체나라’라는 루미나리에도 열린다. 또한 올해 말에 전 공간이 공개되면서 개관을 앞둔 ‘오목한 미술관’은 목공방을 개조한 별도 공간으로, 양천구에 드문 갤러리 역할을 제대로 해낼 예정이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서로 159-2
박의령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두 공간을 보며 해후가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했다.
Credit
- 글/ 박의령
- 사진/ 김연제(돈덕전, 오목공원),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돈덕전 아카이브실)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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