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전 세계 패피들 다 모이는 ‘런던 패션위크’는 누가 만들까?

영국패션협회 최고경영자(CBE) 캐롤라인 러쉬(Caroline Rush)와 <바자>의 대화.

프로필 by BAZAAR 2023.10.30
영국패션협회 최고 경영자 캐롤라인 러쉬(Caroline Rush)

영국패션협회 최고 경영자 캐롤라인 러쉬(Caroline Rush)

영국 패션 협회 최고 경영자로 임명되기 전, 당신은 어떻게 지냈나.
영국 패션 협회(British Fashion Council, 이하 BFC)와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초 멘체스터 지역에서 홍보∙마케팅 경력을 시작한 후, 1998년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며 BFC와 처음으로 협업한 것. 당시 런던 패션위크를 위한 창의적인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후 2003년에 ‘크러쉬 커뮤니케이션(Crush Communications)’을 설립해 ‘영국 패션 어워즈’ 등 BFC의 모든 프로젝트 홍보∙마케팅을 맡게 됐다. BFC 총책임자로 역임하게 된 2009년부턴 협회만의 독보적인 네트워크와 디자이너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고 경영자로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가.
BFC를 이끌게 된 것은 큰 영광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책임을 수반한다. 몇 가지 주요 업무를 꼽자면 ‘다양성・포용성 운영 위원회(Diversity & Inclusion Steering Committee)’와 최근 출범한 ‘순환 패션 이노베이션 네트워크(Circular Fashion Innovation Network)’가 있다. 패션 업계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이 외에도 ‘영국 창조 산업 무역 위원회’ 일원이자 콘데 나스트 대학교(Conde Nast College) 자문 위원회로 활동 중이다. 또 전 세계 디자이너와 재능 있는 인재를 연결해 협업을 이끄는 디지털 플랫폼 ‘Loca’의 공동 창립자로 지내고 있다. 매년 글로벌 패션계 인사를 한 자리에 초대하는 ‘영국 패션 어워즈’의 투표 단계부터 진행, 성대한 파티까지 모든 과정을 감독한다. 연말까지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이유다.(웃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BFC의 가장 대표적 연례행사, 바로 런던 패션위크.
 
2024 SS 런던패션위크

2024 SS 런던패션위크

런던 패션위크가 ‘세계 4대 패션위크’라는 타이틀에서 내려오지 않는, 가장 차별화한 강점은 무엇인가.
런던은 4대 패션 도시 중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이다.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교육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한 문화에서 나고 자란 전 세계 인재를 불러 모으기 때문. 이러한 분위기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에게 두려움 없이 경계를 허무는 용기와 자아 표현을 새롭게 탐구하는 열정을 북돋우며, 이들의 대담한 혁신이 글로벌 패션 신에 ‘영국 패션’이라는 정체성을 더욱더 확실하게 각인한다.
2024 SS 런던패션위크 JW 앤더슨 컬렉션 피날레 _사진 / BritishFashionCouncil2024 SS 런던패션위크 FEBEN 컬렉션 피날레 _사진 / BritishFashionCouncil2024 SS 런던패션위크 HARRI 컬렉션 _사진 / BritishFashionCouncil
 
런던 패션위크는 신진 디자이너 무대가 많지만 바꿔 말하자면 소위 ‘빅 브랜드’라고 일컬어지는 럭셔리 하우스 라인업이 적은 게 한계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런던은 무엇보다 ‘창의적인’ 기업가와 디자이너를 위한 도시다. ‘런던 패션’의 개성은 유명 브랜드의 유산을 매번 새롭고 흥미롭게 제시한다는 점인데, 이것이야말로 더 많은 ‘메가 브랜드’를 선보이는 다른 패션 도시와 차별화된 이유다. 버버리, JW 앤더슨과 같은 빅 브랜드부터 HARRI, Feben처럼 독보적인 신생 디자이너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 아닌가. 그렇다고 이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말 것!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 끌로에의 스텔라 매카트니 등 영국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전 세계에 자기 능력과 아이덴티티를 증명해 왔다. 런던 패션위크에선 유서 깊은 하우스의 존재 여부보다 이들만의 방식으로 선보이는 거침없는 새로움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
 
그렇다. 런던 패션위크는 항상 떠오르는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BFC는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가.
재능 있는 인재를 위한 길을 닦는 것이야말로 BFC의 핵심 가치다. 우리는 젊고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응원하며, 이들의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첫 교육 단계부터 추후 디자이너로서 겪는 모든 과정을 도우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BFC 대학협회’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BA 학사와 MA 석사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각종 디자인 어워즈, 워크숍, 마스터 클래스, 졸업 시사회와 같은 행사를 진행해 실제 패션 산업계와 네트워크가 생길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교육 외에도 사업, 지역 환경 등 운영적 시스템은 어떻게 갖추고 있는가.
BFC 재단은 젊은 디자이너의 재능을 식별하는 건 물론, 상업적 성공을 위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보그 디자이너 패션 펀드’, ‘GQ 디자이너 패션 펀드’, ‘뉴젠(Newgen)’, ‘패션 트러스트(Fashion Trust)’, 총 네 가지 프로그램을 보유, 재정과 업무 멘토링,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한다. 최근 수년 동안 영국 정부는 BFC의 뉴젠 프로그램이 선정한 디자이너들을 위해 2백만 파운드(한화 약 33억 원)를 지원한 것이 그 예다. BFC 재단의 이 같은 활동들이 전 세계 패션 산업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방금 언급한 뉴젠 프로그램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뉴젠은 우수한 재능을 가진 젊은 인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확립된 디자이너 개발 프로젝트라고 자부한다. 뉴젠은 디자이너에게 재정적 부분 뿐만 아니라 전시 기회나 멘토링을 제공해 비즈니스적 관점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Colour Explosion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Start-Up Culture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Art School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Change-Makers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
2024 S/S 런던 패션위크 기간에 개최한 뉴젠 30주년 기념 전시는 많은 업계 관계자가 방문하며 현지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REBEL: 런던 패션 30년>은 역대 뉴젠 디자이너 커뮤니티가 끊임없이 보여주는 창의적 세계와 영감을 조명하는 전시다. 지난 30년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 동시대 젊은 디자이너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뤘으며, 동시에 다음 세대가 꿈꿀 수 있는 영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전시는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내년 2월 11일까지 열린다. 런던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한 번 방문하길 바란다.
(홈페이지 : https://designmuseum.org/exhibitions/rebel-30-years-of-london-fashion)
 
Club Scene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Colour Explosion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Alexander McQueen: The Story of Taxi Driver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Alexander McQueen: The Story of Taxi Driver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자 하는 패션 학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패션을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가능한 많이 시도하고, 여러 분야와 환경을 탐구하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옷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멀리,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 다시 말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현재 정치・사회적 상황을 아울러 조화를 꾀할 능력도 필요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하려면 디지털 포맷을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규모가 작은 컬렉션과 코어 제품에 집중해야 하는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원단 낭비를 지양하면서도 환경을 고려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는 점 또한 깨달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패션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당연하다! 패션은 우리 사회의 일부이며 수년 동안 무패 혁신을 이어왔다. 의류는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 세대와 국경을 초월하며 패션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또 패션을 통해 하나가 된다. BFC는 늘 창조적 산업의 놀라운 힘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불러일으키는 것에 앞장섰다. 누구보다 내일의 패션이, 그리고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한다.

Credit

  • 에디터 / 윤혜연 김형욱
  • 번역 / 한지연(런던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