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부상한 올드 머니 패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우아하게 부상한 올드 머니 패션

올가을, 최상류층의 스타일을 상징하는 ‘올드 머니’ 패션이 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BAZAAR BY BAZAAR 2023.07.31
Diana, Princess of Wales

Diana, Princess of Wales

반짝이는 풍성한 금발머리, 배우 브룩 실즈와 데니스 리처즈의 얼굴이 묘하게 뒤섞인 미모의 그녀는 올 화이트 룩을 입고 요트와 승마를 즐긴다. SNS에 공개된 @feli.airt의 사진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며(킴 카다시안도 게시물에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팔로어 23만 명을 돌파했다. 그녀는 실존 인물이 아닌 AI 아트로 생성된 가상 모델이지만 Z세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정점을 찍은 Y2K 열풍이 슬슬 지겨워지고 있는 지금 Z세대 사이에 불어온 새로운 트렌드와 그녀의 스타일이 정확하게 부합했기 때문. 이름하여 ‘올드 머니’ 패션! 최근 틱톡에서는 #Oldmoney를 태그한 영상들의 총 조회 수가 72억 회(7월 초 기준)를 돌파했고 그와 관련된 #Quiteluxury를 태그한 영상은 1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올드 머니 패션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Z세대가 이토록 열광하는 올드 머니 패션이란? 말 그대로 신흥 부자가 아닌 집안 대대로 내려온 유산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고상한 패션 스타일을 말한다.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자면 ‘금수저’ 룩 정도로 칭할 수 있을 터. 조금 더 쉽게 떠올려보자면, 미국의 배우이자 모나코의 왕비인 그레이스 켈리부터 여전히 회자되는 패션 아이콘 다이애나 비,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등 20세기를 대표한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기품이 느껴지는 그녀들의 ‘로열’ 패션을 생각하면 된다.
 
올드 머니 패션이 주류로 자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디어 재벌 머독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HBO의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의 흥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Z세대는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누리는 특권과 호화로운 삶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으며 그들이 입고 등장하는 패션 스타일을 ‘올드 머니’라 명칭한 것. 실제로 〈석세션〉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된 후 웹사이트 구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올드 머니의 검색량이 874% 급증했으며,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의 검색량은 684%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의 중고마켓 디팝(Depop)에서 셔츠와 트렌치코트 검색량이 방영 후 각각 70%를 넘기는 수치를 기록했다. 〈석세션〉의 흥행이 올드 머니 패션에 불씨를 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욱 가속도를 붙인 인물은 미국의 모델이자 팝스타 라이오넬 리치의 딸이기도 한 소피아 리치다. 그녀는 평소 블랙과 화이트, 뉴트럴 컬러의 미니 드레스나 리조트 웨어를 입고 요트를 타거나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을 떠나는 등 럭셔리한 라이프를 즐긴다. 속칭 ‘모태 금수저’로 불리는 올드 머니 트렌드의 선두주자다. 세 달 전 유니버셜 뮤직 CEO의 아들인 엘리엇 그레인지와 백년가약을 맺은 그녀는 결혼식에서 착용한 세 벌의 샤넬 드레스로 눈길을 끌었다. 트렌드를 리딩하는 모델 켄들 제너 역시 최근 올드 머니 패션에 편승했다. 지난 6월, 자크뮈스 패션쇼의 모델로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를 찾은 그녀는 평소 즐기던 대담한 스타일과는 달리 알라이아의 미니 드레스와 더 로의 플랫 슈즈를 매치한 레이디 룩을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SNS에 공개된 켄들의 사진에는 소피아의 패션을 따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동생 카일리 제너 또한 몸매를 드러내는 평소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른 미니멀한 보테가 베네타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사실 올드 머니 패션의 유행은 경제불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영국의 권위 있는 트렌드 정보기관 WGSN(Worlth Global Style Network)이 발표한 2023년 3월 보고서 〈Lifestyle Trend: Quiet Luxury〉에는 경제불황(Recessioncore)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왜 조용한 럭셔리를 이야기하면서 경제불황을 언급한 것일까? 그 해답은 과거 패션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1926년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는 여성의 치마가 재정적으로 번영할 시기에는 짧아지고 경기 침체기에 들어서면 길어진다는 ‘헴라인 지수(Hemline Index)’를 발표했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여성들이 스타킹을 살 돈이 부족하기에 낡고 해진 스타킹을 감추려 치마를 길게 입고, 호황일 때는 실크 스타킹을 보여주기 위해 치마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것. 올드 머니도 비슷한 맥락이다. 3년이 넘게 지속되었던 팬데믹과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 기후 등의 이유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된 지금,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대중은 보다 실용적이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눈여겨보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좋은 소재로 완성된 올드 머니 패션이 자연스레 부상한 것이다. 다수의 패션 하우스도 이에 상응한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장인정신과 기술이 융합된, 착용자만이 알 수 있는 사적인 럭셔리를 선사했고 펜디는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로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한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엔 차분한 컬러와 간결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프라다는 쿠튀르 요소를 더한 데일리 웨어를 제시했으며, 더 로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기도. 그 밖에도 토템, 질 샌더, 발렌시아가 등 우아하고 고상한 스타일이 런웨이를 지배했다.
암울한 경제 지표 속에 올드 머니 트렌드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일각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럭셔리 라이프에 대한 열망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정당한 대가로 번 돈으로 좋은 품질의 옷을 구매해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도록 입는, 말 그대로 사적인 즐거움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올드 머니 패션을 실현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허세가 아닌 우아하고 기품 있는 태도. 자, 이제 나만의 조용한 럭셔리를 온전히 즐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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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경후
    사진/ Getty Images,Imaxtree(런웨이)
    Instagram/ @sofiarichiegrainge,@feli.airt
    @danixmichelle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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