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도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하늘과 바다 그리고 육지를 잇는 통로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 중 한 곳을 여행하면서 놀라운 모험이 펼쳐지길 기대한다.열흘간의 여정 중 첫 번째 구간은 발리로 향하는 긴 비행으로, 캉구(Canggu)마을의 북쪽으로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섬에서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동쪽 타바난(Tabanan)의 한적한 작은 언덕에 착륙했다. 나는 쏟아지는 폭포가 한가운데 있는 아름다운 정글 리조트 니르지하라(Nirjhara)에 머물렀다. 구불구불한 강이 입구를 따라 늘어선 비옥한 논에 흐른다. 검은색과 노란색이 섞여있는 작은 지네가 우아한 푸루메리아 카펫 위를 이리저리 누비며 기어간다. 쭉 뻗은 바나나 나뭇잎이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대나무 줄기와 붉은 헬리코니아 나무의 로브스터 발톱 같은 꽃이 시원한 바람에 부드럽게 춤을 추고 있다.
25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는 주변 자연 경관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내가 머무는 숙소는 방 두 개가 딸린 빌라 레지던스로 열대 숲과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 인피니티 풀에서도 같은 뷰를 감상할 수 있다. 벽면은 코코넛 껍질로 만들어졌고 객실은 재활용 목재와 천연 석재로 지어졌다. 전통적인 경질 목재로 덮은 지붕은 울창한 주변 환경과 새들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채워지며 조용한 곤충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만들어준다. 날다람쥐의 일종인 슈가글라이더가 야자나무의 넓은 잎사귀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플로레스(Flores)의 섬에 도착한 후 벨라(Vela)에 탑승하기 위해 고속 모터보트에 몸을 실었다. 나를 포함한 여행객들은 5일 동안 벨라를 타고 인도네시아 군도 동쪽에 위치한 코모도국립공원을 탐험할 것이다. 벨라는 한때 역사적인 향신료 무역로를 따라 인도네시아 해역을 오가던 나무로 만든 목선 피니시(Phinisi)의 현대 버전이다. 이 보트는 인도네시아 주요 향해 지역 중 하나인 사우스 술라웨시(South Sulawesi)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전통 기법을 전수받은 곤조(Konjo)부족 장인들이 전통 도구를 사용하여 세심하게 제작한 것이다.
50년 전, 나의 아버지는 비슷한 루트로 여정을 떠난 적이 있다.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서티모르의 쿠팡(Kupang)으로부터 이민을 가기 위해 티모르해를 건너 내가 자란 호주에 도착한 여정이었다.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는 것은 꿈만같은 일이었다. 대신 크론총(인도네시아 포크 음악)의 고요한 멜로디와 복잡한 무늬의 바틱 드레스, 그리고 내 어린 시절 각인된 가족의 요리 레시피를 통해 나는 아버지의 고향과 연결되었다. 나는 그곳 요리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수년의 시간을 보냈다. 음식은 나와 인도네시아와의 거리를 단축시켜주는 수단이었다. 매 식사마다 나는 가족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약 20년 전, 성인이 되어 그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 나는 인도네시아 전역을 광범위하게 여행했지만 아직 이 나라의 외진 곳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이 바다를 횡단하는 것은 오랜 기간 간직했던 나의 꿈이었다.여섯 개의 객실과 최대 14명까지 수용 가능한 목선 벨라에서 나는 에어컨이 완비된 호화로운 방을 배정받았다. 방은 매우 아름다운 인도네시아 예술과 장인정신으로 꾸며져 있으며, 동발리 블라바트(Blahbatuh)에서 정교하게 짠 이카트(ikat)가 나의 킹 사이즈 침대를 돋보이게 만든다. 모두 수공으로 제작된 가구는 자바섬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며 타일과 도자기는 우붓(Ubud)의 명성 높은 가야 세라믹(Gaya Ceramic)에서 커스텀 제작되었다. 벨라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사우스 술라웨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페리콕 보나라테(Ferykok Bonarate) 선장이다. 그는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바다를 항해했으며 그의 크루들은 발리와 플로레스의 이웃 섬 출신들로 이 바다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보트에 상주하는 자바 출신의 셰프 페리 헤르마완(Ferry Hermawan)은 수세대에 걸쳐 전해오는 요리 레시피를 마을 사람들로부터 전수받아 통달했다. 나는 걸쭉한 시럽 같은 발효 간장 소스인 케캅 마니스(Kecap manis)가 들어간 미고랭을 매일 아침마다 즐겼다. 저녁식사로는 마늘과 양강, 고수 씨로 향긋한 흙 내음이 나는 육수에 푹 익힌 부드러운 소고기가 그득한 수라바야 요리 라원(Rawon)을 먹었다. 이 국물 요리는 잘 익은 클루왁(keluwak) 너트의 검은 과육으로 만들어지는데, 끓기 전까지는 독성이 남아있다. 인도네시아 밖에서 이 요리를 경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 음식을 음미했다.
우리는 코모도국립공원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파다르(Padar)로 향했다. 바다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았다. 수평선을 바라볼 때 보이는 배는 우리 배뿐이었기 때문이다. 태양은 들쑥날쑥한 언덕과 숲의 다양한 초록색으로 뒤덮인 산에 끊임없는 금빛 음영을 드리운다. 화산 지대는 발톱처럼 곡선 형태이며 들쭉날쭉한 해안선은 모래만으로 형성되었고, 코모도왕도마뱀과 적어도 4천 종이 넘는 야생 조류가 서식하는 초목이 내려다보인다. 우리의 주변으로는 절벽 꼭대기로부터 떨어지는 사파이어 블루 색상의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규모에 압도된 채 나의 존재가 한없이 작다는 사실을 깨닫는다.파다르에는 코모도왕도마뱀이 서식하지 않으며, 수중 화산과 환상적인 산봉우리가 장관이다. 나는 정상으로 올라가 깊은 골짜기와 사바나 삼림지대 그리고 푸른 언덕에 둘러싸인 전망에 흠뻑 빠져 세계에서 얼마 안 되는 검은색, 분홍색 그리고 흰색의 다양한 모래를 감상했다. 그날 오후 우리는 보석같이 빛나는 물에서 수영을 했다. 낮에서 밤으로 될 때 우리는 스피드보트를 타고 벨라로 돌아가 드디어 코모도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우리는 코모도섬의 동쪽 해안가 쪽에 위치한 자연보호구역인 로 리앙(Loh Liang)으로 이동했다. 이 지역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보트의 크루즈 디렉터 딘 노블(Dean Noble)은 신뢰 높은 가이드가 되어 게스트들이 안전하게 코모도왕도마뱀을 관찰할 수 있도록 이른 아침 여정을 준비한다. 도착했을 때, 두 명의 공원 레인저가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는 코모도왕도마뱀을 보호해야 해요. 그들은 우리의 조상이거든요.” 넓게 뻗은 야자수 나무와 타마린드 나무의 몽타주로 그늘진 흙길을 걸을 때 한 레인저가 말을 꺼낸다. 그들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각자 끝이 갈라진 6피트(약 1백82cm)의 나무 막대기를 지니고 있었다. 어마무시하게 거대한 코모도왕도마뱀은 최대 3미터 길이에 90킬로그램까지 자라며 공격적인 성향을 띤다. 독으로 물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만 지난 13년간 그런 모습이 실제 목격된 적은 없다. 화석을 분석해보면 코모도왕도마뱀은 1백만 년 전에 이 섬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지만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그들의 개체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불법 사냥과 농업이나 도시개발로 인한 서식지의 감소로 야생에 남은 수는 이제 3천5백 마리에 불과하다.
드디어 어린 코모도왕도마뱀을 처음으로 마주쳤다. 그 모습은 마치 비늘이 달린 사슬 같은 갑옷을 입고 숲속에 위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해변에서 가이드는 수컷 성체 도마뱀을 보여주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데려가주었다. 시속 약 2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이 선사시대 출신의 생명체의 속도를 경계하면서 나는 숨을 참은 채 천천히 움직였다.다음 날 가이드는 우리를 코모도 남쪽의 작은 섬 플라우 랑코이(Pulau Langkoi) 근처로 안내하여 스노클링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듀공이나 고래상어, 만타가오리 같은 희귀 해양동물들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모거북이가 내 아래 물속을 우아하게 미끄러지듯 지나며, 열대어 떼가 빙빙 돌고 있다. 화이트팁 상어는 산호초 위를 느긋하게 헤엄치고 있으며, 가오리의 희미한 실루엣이 모래사장을 따라 은밀하게 움직인다. 푸른 불가사리들이 암초 아래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이고, 대왕조개는 물살의 흐름에 맞추어 파랑과 보라색을 띠며 입을 벌리고 다문다.
저녁에 벨라에 다시 탑승할 때, 나는 갑판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하얀 박쥐가 배의 불빛을 받으며 물 표면을 맴도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다로 빠르게 입수하여 발톱에 작은 물고기를 집고 나타난다. 흑백줄무늬바다뱀이 꿈틀거리며 수면을 가로질러 우아한 움직임을 뽐낸다. 바다는 네온 블루의 매혹적인 셰이드로 빛나고 있다. 먹이를 찾아 안전한 맹그로브숲에서 떠나는 왕박쥐를 관찰하기 위해 저녁 항해를 하는 동안 스피드보트의 바다 거품이 파도의 생물발광 현상을 따라간다.나는 코모도섬의 해변가 시장에서 레인트리나 수아르 우드로 조각한 작고 섬세한 코모도왕도마뱀 조각품을 구입했다. 레인트리나 수아르 우드는 비가 오기 전에 잎이 접히는 아름다운 우산 모양의 덮개 형태로 유명하다.이번 여정은 마치 마법 같았다. 새롭고 예상치 못한 경험을 누린 동시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귀향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문화와 역사가 깃든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인 아버지의 고향을 지나 장엄한 고대 지형과 그곳에 서식하는 선사시대 생물을 만난 위대한 항해였다. 나의 고향에서 구매한 이 토템을 집으로 가져가 용과의 만남을 꿈꾸는 아들에게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