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이 at 루이비통'을 이끄는 스타 셰프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이코이 at 루이비통'을 이끄는 스타 셰프는?

루이 비통 메종에서 경험하는 6월의 미식 여행.

BAZAAR BY BAZAAR 2023.05.28
오늘날 런던에서 가장 진보적인 레스토랑으로 평가받는 미슐랭 2스타 이코이의 스타 셰프 제레미 찬은 루이 비통과의 특별한 협업을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다. 그가 이끄는 ‘이코이 at 루이 비통’에서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제레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특별한 요리가 펼쳐진다. 쪽파를 올린 참치토스트부터 그린 가디스 드레싱과 칠리 튀김을 곁들인 한우스테이크, 조기젓 블랑다드와 봄나물 그리고 발효된 베아르네즈를 올린 타르트, 양배추절임과 된장 뵈르블랑 소스로 풍미를 더한 대구 요리, 바닐라와 더덕 그리고 시나몬을 곁들인 와일드 라이스 아이스크림까지. 11가지의 요리에 담긴 절묘한 맛의 균형은 겸손하지만 풍성한 한식의 미학과 닮아 있다. 특히 아삭하고 향긋한 풍미의 두릅과 구운 고구마를 곁들인 주꾸미 구이, 멕시칸 스타일의 칠리 슈거로 풍미를 더한 제철 과일 디저트는 우리 식재료의 새로운 ‘발견’이다. 한국의 봄날이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입으로 실감한 날, 총괄 셰프 제레미 찬과 나눈 맛있는 대화.
 
쪽파를 올린 참치토스트.

쪽파를 올린 참치토스트.

이코이는 각지의 문화적 특성을 요리로 재해석해왔다. 이번 팝업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어떤 문화적 감수성에 집중했나? 
한국인들에게 나의 음식을 즐기게 하려면 일단 내가 먼저 이곳의 음식을 맛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한식을 즐기긴 했지만 이곳 현지에서 맛본 한식은 상당히 다르더라. 덜 짜고 더 가볍다. 그래서 우리도 미니멀한 맛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무엇보다 가장 시도해보고 싶었던 건 김치였다. 된장 뵈르블랑 소스로 풍미를 더한 대구 요리에 곁들여지는 양배추절임의 경우 재료의 속성을 잘 드러내는 양념을 새로 만들었고 조리법도 일부 변형했다. 기존의 백김치와 약간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철 식재료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요리에 계절감을 살리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금 한국의 날씨는 사계절 가운데 가장 평화롭고 온화한 초여름이다. 이 계절을 음식에 어떻게 반영했나? 
요리사에겐 결코 쉽지 않은 계절이다.(웃음) 심지어 요즘은 딸기마저 맛이 없어지는 날씨이니까. 런치부터 디너까지 전체 메뉴가 11가지 요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식재료를 찾아내는 것이 도전 과제였다. 우리는 지금 가장 신선하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고자 했다. 한국산 꼴뚜기, 한우부터 다양한 봄나물과 두릅까지.
영국에도 두릅이 있나? 
비슷한 건 있지만 두릅은 없다. 나도 한국에서 처음 먹어봤다. 아주 특별한 식재료라는 확신이 들어서 구운 고구마와 주꾸미 구이에 두릅을 곁들였다. 적합한 식재료를 찾아내는 건 힘든 과정이었지만 덕분에 몇 개의 훌륭한 페어링도 발견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 다루기 까다롭거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 한국의 식재료는 없었나? 
소고기다. 아마도 소의 식단이나 축사 환경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한우는 맛이 아주 담백하다. 영국산 쇠고기는 그에 비해 훨씬 강렬한 맛이랄까. 덕분에 ‘그린 가디스 드레싱과 칠리 튀김을 곁들인 한우스테이크’의 경우 레시피를 살짝 조정해야 했다. 한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더 공부하고 싶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식재료이다.
 
그린 가디스 드레싱과 칠리 튀김을 곁들인 한우스테이크.

그린 가디스 드레싱과 칠리 튀김을 곁들인 한우스테이크.

향신료는 어떤 문화권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식재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을 대표하는 향신료가 무엇이라고 보나? 
나는 한국인들이 단지 매콤함을 맛보기 위해서 고추를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매운맛이 아니고 거기엔 약간의 단맛이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맛의 깊이를 좌우하는 존재랄까. 그래서 나 또한 이번 메뉴에 새콤한 매운맛, 산뜻한 매운맛, 달콤한 매운맛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마늘은 어떤가? 마늘은 아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재료일 것이다. 요리사가 마늘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한식당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행히도 (웃음) 나 역시 거의 모든 요리에 마늘을 쓰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생마늘을 좋아하지만, 생마늘을 소스에 넣으면 맛의 힘이 빠지기 때문에 가볍게 조리해 다른 것들과 섞는 방식을 택했다.
말한 대로 11개 요리를 구성하면서 한국의 식재료와 음식을 직접 맛보고 연구했다. 한식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나? 
백김치, 냉국, 그리고 차가운 배는 내가 먹어본 최고의 한국 음식이다. 참깨를 곁들인 시금치와 찐 밥, 차가운 고기 육수도 좋아한다. 한식은 은은하고 맑고 담백하다. 한마디로, 겸손한 맛이랄까. 소금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 밖에 다른 맛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한식 하면 김치와 불고기를 반사적으로 떠올릴 것이다. 마치 당신이 뉴욕이나 런던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연상되는 음식이 있듯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다른 면이 있지 않나?
서울의 ‘밍글스’ 강민구 셰프, 코펜하겐의 ‘노마’ 출신 한국계 셰프 크리스티안 바우만 등 전 세계 셰프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다양한 식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를 선보여왔다. 한국인 셰프에게 발견한 특징이나 배울 점이 있다면? 
나는 지금도 런던에서 훈이라는 이름의 스물다섯 살의 어린 셰프 한 명을 후원하고 있다. 내가 그에게 주목한 특징은 존경심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젊은 사람이 존경심을 갖추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사랑한다. 런던에서는 흔치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웃음) 내가 함께 일했던 한국인 셰프들은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동료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고 정말로 열심히 일했다. 일본, 나이지리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한국까지. 나는 늘 다양한 문화권의 셰프들과 일했고 그들 모두 저마다의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유럽의 셰프들은 다른 면에서 훌륭하지만 경청과 규율은 그들의 강점이 아니다.(웃음) 어쩌면 서구 문화가 잃어버린 것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일할 때 존중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존중의 경계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스렌키 캐비어와 샤프란을 곁들인 인삼 크림 캐러멜.

스렌키 캐비어와 샤프란을 곁들인 인삼 크림 캐러멜.

한국은 아직 파인 다이닝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다이닝 셰프는 돈보다 명예를 선택한 장인들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사실, 외국의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당신으로 하여금 파인 다이닝에 열정을 쏟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사실이다. 셰프는 긴 시간 일해야 하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고, 성공할 기회도 매우 적다. 설사 성공한다고 한들 그게 뭘 의미할까? 전 세계를 여행하는 멋진 셰프, 미슐랭 스타…. 다 좋지만 그걸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성공이란 뭘까? 명예? 평판? 자기만족? 성공의 정의는 여러 가지겠지만 말 그대로 요리로 생계를 꾸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요리사가 여전히 요리를 하는 이유는 열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방에서 우리는 거의 이상한 가족 같다. 우리는 치열한 환경에서 미친 시간 동안 뜨겁게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의 주방이든 유럽의 주방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당신을 사로잡은 한 가지는? 
더 단순한 것, 동시에 더 깊은 것. 지난 10년간 나의 도전 과제는 사람들이 나의 레스토랑에서 더 농축되고 더 집약된 요리를 맛보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단순하면서 그만큼 복잡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균형을 알아내는 것이 여전한 나의 목표이다.  
 
※ ‘이코이 at 루이 비통’은 5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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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사진/ ⓒ 루이 비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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