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자. '아뿔싸. 샴푸가 다 떨어지고 말았네. 머리는 이미 흠뻑 젖어 있으니 일단 비누라도 쓰자.' 했다가 뻣뻣한 머릿결을 매만지며 후회하던 기억. 할머니 댁 빨래판 옆에 놓여 있던 쩍쩍 갈라진 빨랫 비누의 모습. 지금부터 바디 바로 재탄생한 2023년형 비누가 이 기억을 말끔히 씻어줄 것이다.
고체 비누는 화학성분이 적어 상대적으로 수질 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또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어 쓰레기가 남지 않고, 액상형보다 2배 이상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 왜 아직 시중에서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액체형 보디 워시가 더 잘 팔릴까? 왜 선뜻 보디 바에 손이 가지 않는 걸까? '보디 바로 몸을 씻으면 피부가 건조해질 것 같다,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 받침에 눌어붙거나 미끌거려서 닦을 때 힘이 들 것 같다, 거품도 잘 안 날 것 같다' 비누에 대한 수많은 편견들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비누는 다르다. 에디터가 직접 검증해 보았다.
“제가 바디 바는 처음이라…” 이 한마디와 동시에 친절하신 아로마티카 직원분께서 바디 바와 함께 사용하면 좋은 여러 제품들을 소개해 주셨다. 그날 저녁, 가지고 온 제품들과 함께 바디 바를 직접 사용해 봤다. 그리고 3가지 편견에 맞서는 후기를 지금부터 나열해 보려 한다.
신사 스토어에서 사 온 제품들. 리넨 샤워 타월 7천 원. 헴프 비누망 3천5백 원. 실리콘 비누받침 3천5백 원.
1. 액체가 아닌 고체 비누다 보니,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을까? 이것이 고체 비누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이었다. 보디 바를 사용한 뒤 뽀득뽀득할 줄 알았던 살결의 촉감은 오히려 기분 좋은 부드러움에 가까웠다.
2. 비누 관리 또한 어렵지 않다. 비누망에 넣은 채 걸어두거나 실리콘 비누 받침 위에 올려두면 깔끔하게 건조된다.
3. 타월과 비누망에 물을 충분히 적신 다음 문지르면 거품이 쉽게 난다. 참고로 비누 자체만 쓰는 것보다는 타월과 비누망을 사용했을 때 비누 거품이 더 오래간다.
Aromatica 서렌 바디 바 라벤더 & 버가못 2만5천원.
이제 비누에 대한 최근 기억은 부드러운 살결과 라벤더&버가못의 향이 되었다. 보디 바를 사용하면서 단 한 가지의 단점을 찾는다면 이전에 사용하던 로즈 보디 워시의 소위 펌핑 감과 장미 향을 더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그 정도는 지구를 위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보디 바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그간 우리가 가지고 있던 비누에 대한 편견을 씻어내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기억만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