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가지 MBTI를 소설로 쓴다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16가지 MBTI를 소설로 쓴다면?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투명한 마음을 이야기로 기획한 최은지 편집자와 나눈 대화

BAZAAR BY BAZAAR 2023.04.11
 
지난겨울, 6명의 소설가(정대건·임현석·서고운·이유리·이서수·김화진)가 총 6가지 유형(INTJ·INTP·ENTP·ENFP·INFJ·INFP)의 세계를 그려낸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가 북펀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는 4~5월 2~3권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 처음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웹진 〈비유〉에 실린 심너울 작가의 단편 〈어떻게 MBTI는 과학이 되었나〉를 읽게 됐고, 내용과 상관없이 MBTI를 소재로 글을 쓸 수 있다는 발상이 흥미로웠다. 운명처럼 마침 동료도 같은 제안을 하게 되어 ‘MBTI 테마소설집’ 기획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왜 하필 지금 MBTI 소설집을 출간했나?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내 뒷담화를 우연히 들으면 어떻게 반응하겠냐”는 질문에 누군가 “나는 오히려 좋은데, 내 ‘캐해’(캐릭터 해석) 듣는 거 재밌잖아”라고 답변한 글을 본 적 있다. 이 말을 내내 생각해봤는데, 사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르기에 성격을 낱낱이 분석 당하는 것에 일종의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스스로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보통의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지’라는 감각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욕심을 조금 더 낸다면, MBTI가 유행하면서 우리는 이런 말도 종종 하게 되지 않나. “나는 INTP이랑 진짜 안 맞아.” 이렇게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 거리를 두던 독자가 소설을 통해 해당 MBTI 주인공의 사고회로를 따라가다가, 종국에는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소설집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획 단계부터 16명의 소설가를 미리 선정해둔 상태였나? 각 단편 뒤에 붙은 작가노트 또한 이 책의 백미라 생각한다. 각 작가의 후기에서조차 MBTI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이 시리즈의 킬링 파트는 ‘내 MBTI 소설은 뭐지?’ 하고 찾아보는 재미다. 따라서 어떤 독자가 1권에 없는 MBTI의 소유자라도 2,3권의 구매를 유도하려면 “2,3권에는 당신 MBTI 소설이 있습니다”라는 사인을 줘야만 했다. 이런 연유로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16명의 소설가 모두에게 청탁을 마쳤다. 1권의 경우 작가님들의 실제 MBTI와 작품 속 MBTI가 같은 경우가 많고, 기획의도에 맞게 한껏 과몰입한 후기를 주셔서 동료들도 한참을 웃었다. 우스갯소리로 말하자면 J형 작가님들은 대개 마감 일자를 맞춰서 주셨다, 반면 P형 작가님들은….
개인적으로 저는 INTP 유형이어서 임현석 작가님의 글에 공감했다. 진로 고민을 하는 친구와 타로집에 가서 이케아 브랜드의 의자를 찾는다거나. 편집자의 관점에서는 소설이 탈고되기 전, 결말 혹은 이야기의 전개를 추측해보기도 할 텐데, 전혀 상상하지 못한 예상 밖의 이야기가 있었나? 
‘엄격한 관리자’인 ESTJ 독자로서 1권에서는 〈그때는 그때 가서〉(ENFP), 〈나 여기 있어〉(INFP)가 문자 그대로 예측이 안 되어 흥미로웠다. 생각에서 행동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불가해하고 가팔라서 ‘아니 이 상황에서 갑자기 이사를 간다고?’, ‘그래도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야…’ 주인공과 내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각 소설가가 유형을 선택한 기준은 어떻게 되나? 
일반적으로는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주인공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꽤 많은 소설가들이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유형을 골랐다. 예를 들어 ESTP 주인공에 대해 쓰는 성해나 작가는 본인이 INFJ이기 때문에 반대 유형에 대해 써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 대해 쓰고 싶어서요.” 그 말이 놀라워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소설을 쓸 때 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소설집은 많은 부분 어떤 MBTI라는 걸 전제하고 읽기 때문에 그걸 해결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지니는 재미와 제한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이 날카로워서 놀랐다. 나 역시 항상 문학 기획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은 뾰족하고 정확해야 하는데, 문학의 자장 안에 기획의 면적이 넓어지면 소설가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기획의 역할은 ‘수로를 내는 일’이라는 것. 복잡하게 얽혀 있을지 모를 문학적 상상력에 길을 틔어준 뒤, 인물과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하는 일 말이다. 다음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나도 모르게 MBTI 테마를 잇는 과한 소재들을 생각하고는 하는데, 물이 잘 지나다니는 수로를 여는 일 이상을 초과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출판사 읻다는 젊은 편집자들이 기존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프로젝트를 출간하고자 만든 독립출판사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사람으로서, 소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나? 
영화나 그림은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보다’라는 동사로 해명이 되지만, 소설은 ‘보다’라는 동사만으로는 행위의 구체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읽다’라는 서술어도 가능하지만, 의지가 포함된 ‘읽어내다’라는 단어가 더 적확한 것 같다. 말하자면 소설은 낯모르는 인물의 행위를, 배면에 감추어진 동기를, 속사정을 읽어낸 후 내 삶의 열쇳말로 가져오는 일련의 행위를 포괄하는 일이다. 한 권의 소설을 통과하며 타인의 복잡함을 인지하게 되는 독자는 결코 전과 다를 리 없고, 아마도 이게 소설의 존재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2~3권에서 공개될 10인의 소설가(이주란·서수진·서유미·성해나·함윤이 최미래·서장원·기준영·위수정·김홍)의 이야기를 미리 알려준다면? 
INFP, INTP, ENFP와 같은 주요 MBTI가 1권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다음 권도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설계가 필요했다. 따라서 남은 10개의 MBTI 중에서 2권은 T 유형만 모은  〈저는 MBTI 잘 몰라서〉, 3권은 F 유형만 모은 〈우리 MBTI가 같네요!〉로 나누고 이름 붙였다.(이쯤에서 눈치 챘을 수도 있지만, 시리즈의 제목은 모두 우리가 MBTI로 대화의 물꼬를 틀 때 가장 자주 많이 발화하는, 입버릇과도 같은 말들로 선정했다.) 2,3권을 통해 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도, 전혀 다른 사람도 살펴가며 독서의 화각을 넓게 드리울 수 있는 경험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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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안서경
    사진/ ⓒ 읻다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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