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이 첫 수상자를 발표한 2004년 이래 올해만큼 압도적인 수상자를 배출한 적이 있었던가? 케이팝 센세이션 그 자체였던 방탄소년단과 싸이를 제외하고는 그 사례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도 그 주인공은 일반인들에게는커녕 전문가에게도 여전히 그 실체가 익숙지 않은 ‘250’이라는 이름의 뮤지션이다. 프로듀서 250은 그의 공식적인 첫 솔로작인 앨범 〈뽕〉으로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뮤지션 주요 부문 두 개를 휩쓴 데 이어 일렉트로닉 부문에서 두 개를 추가했고, 그가 작곡가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한 뉴진스는 올해의 신인상과 함께 케이팝 부문 두 개를 모두 휩쓸었다. 음악 신 안에서도 정말 ‘아는 사람끼리 아는’ 뮤지션으로 통했던 250의 부상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짜릿한 뉴스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트로피 개수 이상의 엄청난 성과라 말할 수밖에 없다. 〈뽕〉은 DJ 출신 케이팝 프로듀서이자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250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 댄스음악의 뿌리를 차근차근 탐구해나간 뒤에 일차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연구보고서’와 같은 작업이다. 무국적성에 기반한 케이팝 코스모폴리터니즘의 시대에 그가 현대적인 기교와 감수성을 바탕으로 케이팝의 뿌리를 ‘뽕’이라는 단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은 충격적이진 않을지언정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더욱이 케이팝의 최전선에서 '안티-케이팝'의 기수가 되어버린 뉴진스와 함께 케이팝의 패러다임 교체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그 타이밍은 더더욱 절묘하게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그를 혜성처럼 묘사하지만 내게 그는 그저 낭중지추에 다름 아니다. 〈뽕〉은 이박사를 존경해온 그가 이미 2013년에 운을 뗀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일 뿐이고, 간결하고 직관적인 사운드로 미니멀 케이팝 사운드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뉴진스의 ‘Attention’, ‘Hype Boy’ 그리고 ‘Ditto’ 등의 트랙들은 NCT 127의 ‘내 Van’처럼 탈-케이팝적인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예상치는 못했지만 납득 가능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뭔가를 ‘노린’ 적이 없었고 그의 '얼터너티브'한 감성은 그가 예상치 않았던 절묘한 흐름들과 맞아떨어지며 제대로 주목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다. 케이팝계에서는 이단아적인 집단으로 평가받는 바나뮤직의 작곡가 250, 일렉트로닉계의 주류라 불리기에도 어색한 프로듀서이자 DJ인 250은 결국 한국대중음악상의 종합 부문과 장르 부문을, 그것도 가장 인디한 장르와 가장 대중적인 장르 모두를 점령하고야 말았다. 당장 그가 이 산업을 통째로 뒤바꿀 수야 없겠지만 우리는 가장 유력한 혁명의 기수 후보 중 한 명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