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유학생 라우라는 ‘과거를 알면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지극히 고고학 전공자다운 믿음을 가진 여자다. 그녀는 연인과의 흐트러진 관계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기원전 3000년 고대 카제노 암각화를 보기 위해 무르만스크행 열차에 오른다. 6번 칸을 차지한 무례하고 이상한 러시아 광부 료하는 도무지 친해질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지만 열차가 북극을 향해 달리는 동안 두 사람의 거리도 점차 가까워진다.
그것의 정체가 사랑인지 우정인지 동료애인지 인류애인지 명확히 분간할 수 없을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외로움을 타인과의 밀착으로 채우며 나아갈 뿐이라는 걸. 그런 담담한 희망을 내포한 채 영화는 서서히 무르만스크에 다다른다. 여행이든 인생이든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 더 애틋하다는 당연한 진리와 함께.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로 칸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유호 쿠오스마넨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