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물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물결

엄선된 큐레이션과 더불어 다차원적이고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

BAZAAR BY BAZAAR 2022.12.13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재해석한 디올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재해석한 디올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

리테일 비즈니스의 종말이라 불렸던 절망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프라인 쇼핑의 새로운 황금기로 접어들고 있다. 파자마를 입고 인스타그램 광고를 클릭하며 2년 반 이상의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직접 둘러보고, 조사하고, 배우고, 입어보며 패션을 소비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깨닫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그들의 플래그십 매장을 음식과 가구, 우거진 정원 등으로 채우는 등 실제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고객과 대화를 시도하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의 스토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의 독립적인 멀티 브랜드 부티크와 개인 브랜드 매장들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실제로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색 있는 공간들은 고객을 초대해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 리스트를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디자이너, 매장 오너와 일대일로 연결되고, 주변 지역의 감각을 발견하며, 외출하고 쇼핑하는 일련의 행위와 다시 사랑에 빠지게 해줄, 우리가 가장 아끼는 공간 몇 군데를 소개한다.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재해석한 디올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재해석한 디올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

모든 것이 한 곳에
디올의 파리 플래그십 매장을 단순한 부티크라 칭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족하다. 몽테뉴 거리 30번지(프랑스 패션 하우스들의 쿠튀르 살롱과 아틀리에의 본거지)에 위치한 크리스찬 디올은 1947년 뉴 룩을 발표한 이래 브랜드의 역사를 간직한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패션 박물관과 더불어) 앞으로의 패션 미래를 예고하는 선구자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방문객은 하우스의 재치를 느낄 수 있는 갤러리들을 가로지르며 레디투웨어, 쿠튀르, 가죽 소품, 주얼리, 뷰티(마이크로 필링과 LED 마스크와 같은 트리트먼트를 포함해) 등 최신 컬렉션과 가구를 만날 수 있다. 스타 셰프인 장 임베르는 하우스의 설립자가 가장 좋아하는 프렌치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레스토랑과 파티세리 메뉴를 개발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간직한 다섯 개의 공간은 중앙 나선형 계단에서 바깥쪽으로 오픈되는 구조로, 손님들은 개인 스위트룸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디올의 세계에 몰입할 수도 있다. 이곳은 에밀 졸라가 파리의 백화점을 배경으로 쓴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서 꿈꾼 모든 것을 담은 공간이라고. 디올 고객들이 하우스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소비자가 럭셔리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달라스의 컨서버토리.

달라스의 컨서버토리.

공간을 위한 물건
많은 수의 매장들은 고객들이 자신의 퍼스널 스타일의 연장선상에서, 각자 사는 공간을 콘셉트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과 달라스의 컨서버토리(The Conservatory)는 아담 립스의 드레스부터 라리크의 크리스털 카보숑 화병까지 잘 사는 삶의 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오너 브라이언 볼케는 이를 두고 ‘커리큘럼’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달라스의 분더카머(Wunderkammer)인 그레인지 홀(Grange Hall)은 리디아 쿠르테이유(Lydia Courteille)의 주얼리와 님펜부르크(Nymphenburg)의 조각, 리 헤일(Lee Hale)의 새의 발 장식품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뉴욕 아파트먼트 아르제 홈(Arje Home)은 자체 레이블인 시어링 가구와 재킷과도 잘 어우러지는 레 진 리(Re Jin Lee)의 세라믹 50점을 선보인다. 만돌린 애게안 비스트로(Mandolin Aegean Bistro)의 공동 창립자인 아나스타샤 쿠트시오우키스가 오픈한 마이애미와 L.A의 미세스 만돌린(Mr. Mandolin)은 제우스 디오네의 드레스에 어울리는 지중해풍의 블루 디너 웨어 일색이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테일 오브 더 야크(Tail of the Yak)는 반 세기 동안 빈티지 리본과 우크라이나 자수 텍스타일을 판매하기도. 한편 영국 코츠월드에 위치한 아만다 브룩스의 숍 커터 브룩스(Cutter Brooks)는 차분한 영국식 시골 라이프의 필수품인 유약을 바른 도자기와 레인 판초를 미학적인 현상으로 탈바꿈시켰다.
 
로스앤젤레스의 드리스 반 노튼.

로스앤젤레스의 드리스 반 노튼.

마치 뮤지엄 같은
몇몇 매장은 자신들의 스토어를 예술과 디자인, 패션 교육의 현장이 믹스된 형태로 진화시켰다. 먼저 L.A의 드리스 반 노튼은 갤러리 쇼와 영화 스크린, 희귀한 의상 아카이브가 곁들여진 아트의 본거지로 만들었다. 뉴욕과 L.A, 런던의 더 로는 어떤가. 애슐리와 메리 케이트 올슨이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와 이사무 노구치의 조각으로 꾸민 매장은 1920년대 샤넬을 현대화시킨 방식을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여성적 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발명했다. 디자인 회사 그린 리버 프로젝트가 담당하고, 에밀리 아담스 보디 오질라와 그의 남편 애런 오질라가 창립한 보디(Bode)의 뉴욕과 L.A 매장은 소비지상주의인 요즘 시대에 보다 사려깊은 스타일을 제안한다. 앤티크한 소재의 의류에 붙어 있는 태그조차 마치 뮤지엄 포스터를 연상시키며 즐거운 영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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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Alison S. Cohn
    번역/ 이민경
    사진/ Adrien Dirand, Kristen Pelou, Rebecca Patton
    사진/Beckley Photography Llc, ⓒ Gareth Kantner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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