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의 부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오프라인 매장의 부활

엄선된 큐레이션,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들

BAZAAR BY BAZAAR 2022.12.14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의 아마리.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의 아마리.

믿을 수 없는 고객 서비스
오늘날 훌륭한 매장 직원이란 역사에 빠삭한 학자이기도, 점쟁이이기도, 때론 친구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뉴욕의 새로운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중앙의 그랜드연방은행과 두 개의 타운하우스를 합친 L 자 모양으로, 맨해튼의 아르데코 양식과 도시의 초창기 고층 건물들에서 디자인 설계를 참고했다)의 특징은 컨시어지 직원인 케이시 레글러가 호화로운 살롱에 펼쳐진 상품의 세계로 고객을 인도하는 큐레이터가 된다는 것. 그녀는 가죽 세공 기법 혹은 비스포크 주크박스가 장식된 켈리 미니 셀리에 백과 같이 매장의 익스클루시브한 제품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3층의 프라이빗 샴페인 바에 예약을 잡아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뉴욕과 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싱가포르 등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글로벌 직원들은 언더커버나 쇼포바 로웨나의 신상이 들어오면 고객에게 직접 문자를 보낸다. 파리의 새로운 발렌시아가 쿠튀르 숍은 역사에 민감하다. 온 디맨드(On-demand) 쿠튀르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알루미늄이 장식된 셔츠, 아워글라스 실루엣의 재킷, 셀비지 데님, 그리고 업사이클 의류로 만든 아우터 등을 구매할 수 있는데 위층의 아틀리에에서 얼마든지 디자인 변형이 가능하다.
한편 아마리(A’maree’s, 캘리포니아의 뉴포트 비치 하버에서 요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다)에서는 공동 창립자이자 자매인 던 클로와 데니스 셰퍼에게 스타일링 예약을 잡을 수 있다. 여기서 고객들은 이들이 직접 짠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최신 알라이아, 하이 스포츠, 스피넬리 킬코린 등의 셀렉션을 즐길 수 있다.
 
뉴욕의 t.a.

뉴욕의 t.a.

독창적인 리테일러들  
어떤 이들은 꿈의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서 개성 강한 공간을 들어가는 것 자체가 오너의 마인드를 엿보는 기분이 드는 곳도 있다. 2020년 패션 홍보 일을 했던 텔샤 앤더슨 분은 뉴욕 미트패킹 지역에 밝은 주얼 박스와 같은 숍 t.a.를 열었다. 컬러와 더불어 요즘 각광받고 있는 바라간(Barragan), 건틀렛 쳉(Gauntlett Cheng), 테오필리오(Theophilio)와 같은 아방가르드 디자이너 셀렉션이 가득하다. 조니 파라와 소하 파라, 지넷 버드의 1F 소호(1F Soho)는 앤트워프 식스의 원조 디자이너들과 폴 하든의 방대한 컬렉션을 소개하며 40년 넘게 자신들만의 지적인 패션을 추구해온 숍. 오클랜드는 어떤가. 셰리 맥뮬런의 부티크 맥뮬런(McMullen)은 올해 15주년을 맞이하며 리사 폴라위요(Lisa Folawiyo), 스텔라 진, 디오티마(Diotima),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Christopher John Rogers), 웨일즈 보너(Wales Bonner)와 같은 아프리카나 아프리카 출신 디자이너들의 방대한 셀렉션을 소개한다. 포틀랜드 오리건주의 스탠드업 코미디(Stand Up Comedy)는 다이애나 킴의 뛰어나고 독특한 유머와 뷰티 감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 와이/프로젝트, 일본 컬트 브랜드인 캐피탈(Kapital)을 선보인다. 한편 마이애미의 웹스터(The Webster)는 전국적으로 7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 숍으로, 오너 로레 헤리아드 뒤브레이유의 마법 같은 도시를 보다 인류학적으로 파고든다. 가에타노 페세의 레진 캐비닛과 시그너처인 웹스터 핑크 벽 사이로 샤넬과 베르사체의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이 어우러져 놓여 있는 식.
 
멕시코 산미겔데아옌데의 믹스타.

멕시코 산미겔데아옌데의 믹스타.

쇼핑을 위한 도착지
몇몇 매장은 너무 훌륭해서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위치한 지역의 문화를 아름답게 펼쳐 보이는 역할을 하기도. 예를 들면, 멕시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미겔데아옌데에 위치한 믹스타(Mixta)에는 멕시코 텍스타일과 세라믹이 손으로 직접 짠 복잡한 자수 장식의 우이필(huipil, 멕시코 전통의상) 같은 이 나라의 가장 훌륭한 의상들과 함께 놓여 있는 식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건축적으로 매혹적인 도시 빌바오에 자리 잡은 퍼스웨이드(Persuade)는 따뜻한 분위기의 창고 안에 이세이 미야케, 블레스, 제프리 B. 스몰 같은 디자이너들의 매력적인 편집을 보여준다. 런던으로 넘어가면 젠틀웬치(Gentlewench)에서는 도시의 당돌한 언더그라운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윤리적인 니트를 지향하는 가브리엘 스쿠카스(Gabriele Skucas), 오브제 스튜디오 매스(Mass), 브라이덜 브랜드 웨드(Wed)가 그 주인공들. 오픈한 지 31년이 넘은 밀라노의 10 꼬르소 꼬모는 노달레토(Nodaleto), 플랜 C, 베네데타 브루치케스(Benedetta Bruzziches)와 같은 이탈리아 브랜드의 엄선된 룩을 소개하고 있다. 좀 멀리 가볼까. 이비자의 가장 오래된 숍, 비센테 가네샤(Vicente Ganesha)에 가면 오너의 프린트 판초와 더불어 그가 여행에서 직접 고른 빈티지가 가득하다.
 
 오스틴의 바이조지.

오스틴의 바이조지.

완벽한 옷장 변화를 위해
새로운 일이나 관계, 혹은 삶의 챕터를 시작한다면 다음의 매장들이 그 변화에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안 셰프(Joan Shepp)는 블랙 레이어링 등 요지 야마모토, 애슐린, 콤 데 가르송 등을 소개하며 필라델피아의 여성들을 아방가르드한 멋으로 안내해왔다. 그와는 반대로 그래픽적인 프린트 바닥과 쇼킹 핑크 컬러 기둥이 돋보이는 도리아 양식의 뉴욕 기관 건물에 자리 잡은 커나 자벳(Kirna Zabete). 미국 전역에 3개의 매장이 있고 올봄 내슈빌에 새롭게 문을 연 이곳은 발렌티노와 라 더블 제이(La Double J) 등 활기 넘치는 컬렉션으로 크래욜라(Crayola) 공장을 빼닮은 듯하다. 시카고의 이크람(Ikram)은 아메리칸 스타일에 대한 실용적인 책을 쓰기도 했는데, 때마침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의 옷장을 구상할 때 이 팀에게 요청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로다테, 구찌, 로에베 런웨이에서 방금 꺼낸 것만 같은 신선한 편집은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룩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낸다. 오스틴의 바이조지(ByGeorge)는 최근 쿨 걸들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크리스타세야, 코너 아이브스와 가니를 개발한 로렐 판틴을 패션 디렉터로 영입해 놀라움을 안겼고. L.A의 저스트 원 아이(Just One Eye)는 프라다 의상과 옥타비아 엘리자베스 주얼리의 뛰어난 셀렉션으로 예술적인 패션 피플의 옷장을 채워주는 힙한 장소가 되었다.
 

아마간셋의 티나 더 스토어.

아마간셋의 티나 더 스토어.

스토어에서 보내는 휴가
다음의 숍들에 들어가보면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카오스와 단절되고 진정한 자신과 만나는 그런 순간 말이다. 햄튼에 위치한 티나 더 스토어(TIina The Store)는 케이시 케이시나 사라 란지 같은 소규모 브랜드를 세심하게 고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컬러와 일본 바구니, 셰이커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박스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45R(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도 지점이 있다)의 우아한 일본 리넨과 면 소재 제품들은 심플하게 커팅된 의상이 지닌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RTH의 팜스프링스 매장은 흡사 평화를 추구하는 정신적인 도피처처럼 보인다. 브루클린에 새롭게 오픈한 아웃라인(Outline)은 레이철 커스크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으로 로렌 마누지안 니트와 아워 레거시의 스케이터 스포츠웨어 등 단단한 국내 브랜드로 우리를 유혹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독특한 숍으로 유명한 맥(MAC, Modern Appealing Clothing)의 경우 준야 와타나베와 귀디의 아티산 부츠를 믹스하는 식이다.
 

뉴욕의 디저트 빈티지.

뉴욕의 디저트 빈티지.

빈티지 혁명
빈티지 콘셉트는 의식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쇼핑하려는, 환경에 민감한 고객들에 의해 최근 더욱 가치를 인정받으며 실제로 아름답게 잘 만들어진 의상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사실 이는 단순한 숍을 넘어서는 공간의 힘이 컸다.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릴리 에 시에(Lily et Cie)는 오너 리타 왓닉이 패션의 역사를 바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의상 셀렉션을 선보이는 곳이다. 빈티지 스토어는 절이 되고 도서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뉴멕시코에 위치한 테오 그리스컴의 산타페 빈티지(Santa Fe Vintage)는 누디(Nudie)의 수트부터 아프리칸 아메리칸 화가 커밋 올리버의 에르메스 스카프까지 미국적인 웨스턴 스타일의 역사를 보여준다. 한편 뉴욕의 프로셀(Procell)은 트렌드세터인 벨라 하디드나 팔로마 엘세서가 빈티지 티셔츠의 힘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도. 투산에도 매장이 있는 디저트 빈티지(Desert Vintage)는 젊은 여성 세대들에게 이브 생 로랑 리브 고쉬 의상의 가치와 즐거움을 소개했다. 동성애자들을 환영하는 제임스 벨로리아(James Veloria)에서는 젠지세대가 사랑에 빠질 만한, 실용적인 가격대의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그런가하면 프런트 제너럴 스토어(Front General Store)는 잡지 스타일리스트들이 멋진 미국 의상을 찾을 때 가는 비밀스러운 공간. L.A의 디케이즈(Decades)는 톰 포드 시대의 구찌와 미국의 전설적 디자이너 제임스 갈라노스, 밥 매키와 같은 디자이너 의상을 취급한다. 레저렉션(Resurrection)도 패션의 역사에서 주요한 피스들을 모은 아카이브를 최근 론칭했다.
 

Keyword

Credit

    에디터/ Alison S. Cohn
    번역/ 이민경
    사진/ Courtesy A’maree’s, Mukasha Dadajonova
    사진/ Clay Grier, Tom Scanlan, Vanessa Granda
    사진/ Christopher Sturman/Courtesy Tiina The Store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