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남긴 패션 메시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남긴 패션 메시지

평생을 왕관의 무게와 전 세계의 관심을 품고 살아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 70년 통치 기간 동안 그가 남긴 패션 메시지 그리고 결정적 순간을 되짚어봤다.

BAZAAR BY BAZAAR 2022.10.25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왕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왕관.

“이렇게 또 한 시대가 저물었다.” 지난 9월 8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이 전해졌다. 애도의 마음과 함께 당혹스러움이 몰려왔다. 실로 오랜만에,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만에 런던 패션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차. 영국패션협회는 “세상을 떠난 여왕을 향해 큰 슬픔을 표한다”라는 애도 성명을 냈고, 조의를 표하기 위해 많은 이벤트들을 재정비하고 축소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은 런던 패션위크에서 영국을 상징하는 브랜드 버버리는 쇼를 취소했고, 라프 시몬스 역시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쇼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런던 패션위크의 첫 쇼였던 다니엘 W 플레처는 쇼 시작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리스 리드는 쇼 중간에 여왕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모델은 여왕이 가장 좋아하던 은방울 꽃으로 만들어진 부케를 들고 애덤 램버트가 부르는 ‘Who Wants to Live Forever’에 맞추어 런웨이를 걷기도. 장례식 기간과 맞물린 런던 패션위크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치러졌고, 거리는 추모 열기로 가득했다. 여왕이 걸어온 길에 가장 중요하게 힘을 실었던 것은 패션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0세기 세계 정치와 경제, 문화를 이끌며 패션 정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대 시절 버킹엄궁을 빠져나와 거리 쇼핑을 즐겼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스칼렛 오하라의 패션을 좋아했다는 그. 25세 어린 나이에 재위를 물려받아 흔들리던 왕실의 권위와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절제되고 격식 있는 여왕 스타일을 구축했다. CNN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남긴 많은 유산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옷이 국가를 결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치에 간섭하지 않았고 말을 절제하는 대신에 품격 있는 매너와 밝은 표정으로 대중을 리드했다. 또 많은 디자이너와 그들의 컬렉션에 영향을 끼쳤고, 영국 출신 디자이너들과는 끊임없이 관계를 이어왔다. 통치 초기에는 왕실 디자이너인 노먼 하트넬과 가까이 지냈고, 영국의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파리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바버와 버버리를 포함한 많은 하우스에 왕실의 워렌티를 제공해왔다. 2018년부터는 여왕이 영국패션협회와 함께 영국 디자인 QEII 어워드를 개최해 리처드 퀸, 프리야 알루왈리아, 사울 내쉬 등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도 관여했다.
 

패션으로 말하다 

말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단, 힘 있고 간결한 패션으로 통치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메시지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비밀들. 


“군중이 멀리서도 나를 볼 수 있어야 해요. 베이지색을 입으면 아무도 내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 대중의 눈에 조금이라도 더 띄기 위한 그의 패션 전략은? 단점을 보완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컬러’였다. 늘 밝고 화사하게. 따뜻한 파스텔 톤은 물론이고 원색까지 과감하게 소화해냈다. 
 
밝은 색상의 투피스를 가장 즐겨 입었는데 실루엣은 심플하되 디테일은 최소화해 자연스러웠다. 모자와 옷의 컬러는 통일했고 꽃이나 깃털, 비즈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1947년 여왕의 결혼식.1953년 대관식에서의 여왕.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한 웨딩드레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웨딩드레스와 대관식 드레스는 디자이너 노먼 하트넬이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1947년 결혼식을 위한 웨딩드레스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에서 영감받았어요. 당시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식량 등 생필품의 배급제를 실시했죠. 왕실의 배급표를 모아 구입한 천으로 디자인했어요.” 이 웨딩드레스는 영국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한편 대관식 드레스는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뿐 아니라 TV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까지 감동시킬 만한 것이어야 했다. 하트넬이 제시한 9가지 디자인 중 8번째를 대관식 드레스로 선택했고, 영국을 상징하는 토끼풀·부추·엉겅퀴·장미 자수와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남아공·파키스탄 등 영국 연방을 상징하는 식물의 자수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버글 비즈와 스팽글, 금실과 모피로 장식했다.
 
“여왕이 어디서 누굴 만나는지에 따라 의상과 소품이 완벽히 분류돼죠.” 디자이너 스튜어트 파빈의 말이다. 해외 순방을 갈 경우에는 그 나라의 풍습과 문화를 옷의 디자인에 반영했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에서의 필수품은 우산. 옷과 같은 컬러로 띠를 두른 투명 우산을 즐겨 썼다. 영국 아널드 펄튼이 1957년 설립한 우산 브랜드 펄튼은 1백57가지 품질 테스트를 거쳐 왕실조달허가증을 받았다. 여왕은 ‘버드 케이지’ 모델을 주로 사용했다. 돔 모양의 새장과 비슷해 비바람이 불어도 얼굴과 어깨를 지킬 수 있다. 
 
왕실의 위엄처럼 한 점의 흐트러짐 없이 유지되어온 헤어스타일. 왕실 전담 미용사인 이언 카마이클은 20년간 2주에 한 번씩 궁에 들어가 여왕의 헤어를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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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황인애
    사진/ Getty Images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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