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만 따라하면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어렵지 않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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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따라하면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어렵지 않아!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발을 들이는 건 쉽지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마련이다. 소설가 최정화는 5년간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며 책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를 펴냈다. 그에게 물어본 제로(0)가 아닌, 영쩜일(0.1) 웨이스트에 대하여.

BAZAAR BY BAZAAR 2022.10.12
 
어떤 계기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2018년 여름에 녹색연합이 주최하는 시민참여 활동으로 크리스 조던 감독의 〈알바트로스〉라는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어가는 새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후로 적극적으로 플라스틱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영화 포스터를 벽에 걸어두니 새의 시선으로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플라스틱 제품을 손에 쥐고 있을 때 그게 칼을 쥔 흉기라고 느껴지니 더 이상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는 지난 5년간 일상에서 시도하고 실패하며 쌓아나간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라는 환경단체의 소식지에 만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소식지가 폐간되었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서 출판사 열린책들에 만화 샘플을 보냈는데 편집자 분과 미팅하면서 만화가 아닌 에세이를 기획하게 됐다. 그러다 출판사에서 한 잡지사의 ‘talk’ 코너를 연결해주어 일 년간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에세이를 썼고 이를 책으로 묶게 되었다.
제목을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로 짓게 된 이유가 있나?
우리나라 독자들을 위해 썼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는 비닐봉지 금지령을 내렸고, 르완다는 입국할 때 가방에 비닐봉지가 있는지 검사해서 반입까지 금지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비닐봉지 천국이다. 나는 가방 속에 항상 천가방과 다회용기를 가지고 다닌다. 혹 비닐봉지가 생긴다면 ‘산에 가서 쓰레기 담아 와야지’ 하면서 챙겨둔다. 비닐봉지는 재사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제로에 앞서 영쩜일 웨이스트’는 작가가 시도하고 실패하며 생생하게 체득한 지속가능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노하우다.
내가 약간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할 때도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더라. 그래서 스스로에게 0.1의 여유를 허락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살다가 포기하고 싶어질 때, 혹은 실천하는 것이 버거울 때 잠깐 스스로를 풀어주는 것이다. 나는 일회용 포장된 것은 아예 사지 않는데 간혹 용기를 챙기지 못했을 때 종이포장은 허용한다. 자기자신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시작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 다른 예로는, ‘비건이 어렵다면 채식주의 리얼리티’. 만일 고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고기를 조금만 넣어서 육수를 내는 정도로 하고 채식 중심의 요리를 하는 것이다. 갑자기 고기를 끊으면 힘들 수 있으니 조금씩 비율을 줄여나가는 거다.
 
실천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바뀌고 기업에서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그동안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모두가 실천한다면 당연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상점의 품목들을 기록해 나만의 제로 웨이스트 지도 만들기’가 인상 깊다. 당신의 리스트를 소개해준다면?
뭐니뭐니해도 1순위는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 경우 연서시장과 대조시장을 주로 이용한다. 초나 비누는 포장된 완제품을 사지 않고 직접 만드는데, 재료를 사러 종종 종로에 있는 방산시장에 간다. 시장에서는 물건을 포장해놓지 않으니까 용기를 준비해 가면 포장재 없이 구매할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구매처다. 길거리 행사장에서도 많이 산다. 요즘은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지 않나. 동네에 있는 ‘햇빛상점’에선 용기를 가져가면 무게를 재서 덜어주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면생리대, 헤드를 잘라 재활용할 수 있는 칫솔, 그리고 면행주도 구매한다. 화학세제 대신에 천연세제를 사용하는데 과탄산수소와 베이킹소다를 모두 햇빛상점에서 구매해서 쓰고 있다. 채소나 과일을 미리 포장하지 않고 낱개로 골라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동네 마트도 종종 이용한다.
제로 웨이스트 삶이 지쳤을 때, 어디서 원동력을 얻는가?
가장 친한 친구가 환경활동가로 살고 있어서 그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송희일 감독의 SNS를 통해서 세계 곳곳의 기후위기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한다. 책을 읽는 것도 실천을 계속하는 데 원동력이 된다. 환경 책을 쓴 저자 중에서는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를 쓴 이동호 님을 꼽고 싶다. 내가 읽은 환경 도서 중에 가장 감동적인 글을 쓴 분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최근 저서들을 읽으면서 국제적인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함으로써 미래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실천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바뀌고 기업에서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그동안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모두가 실천한다면 당연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버리는 일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산다’는 일에 ‘버리는’ 일이 이미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는 무언가를 ‘살’ 때 ‘버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산다’는 것은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과의 교류인데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가 손쉽게 사고 있는 그 무엇은 자연에서 온 것인데, 우리는 그 자연에 대해서 무지하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이 지금의 기후위기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다시 알아차릴 때, 그와 조화를 이루게 될 때 기후위기 또한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제로 웨이스트가 일종의 트렌드가 된 만큼 우려되는 점도 있을 테다.
가장 좋은 제로 웨이스트는 불필요한 것을 ‘사지 않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용품을 사는 게 아니라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에 있어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환경을 위한 목소리 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현재 ‘소비를 멈추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을 쓰고 있다. 경제서와 잡지들을 읽으면서 우리의 삶이 왜 무분별한 과소비에 저당 잡혀 있는지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통로로 노력할 것이다.  
 
 

‘영쩜일 웨이스트’ 십계명  

1. 마트 대신 시장 이용하기.
2.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품 가지고 다니기.
3. 안 먹는 음식을 정하고 적당량만 먹기.
4. 조금 멀어도 포장재를 덜 쓰는 가게 이용하기.
5. 쓰레기로 버리기 전에 재사용할 아이디어 떠올리기.
6. 쇼핑할 때 이미 갖고 있는 품목이라면 사지 않기.
7. 살 때는 버리고 재활용되는 과정까지 고려하기.
8.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상점의 품목들을 기록해 나만의 제로 웨이스트 지도 만들기.
9.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타기.
10.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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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백세리
    사진/ 열린책들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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