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으로 패션 피플이 데님을 멀리하고 이를 대신할 부드럽고 편안한 스웨트팬츠의 인기가 올라갈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데님은 다시 한 번 유행을 선도했다. 알라이아, 보테가 베네타, 셀린과 같은 유럽의 럭셔리 하우스에서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자세로 마치 데님을 도화지처럼 활용했다. 와이/프로젝트의 글렌 마틴스는 데님의 성지 디젤의 데뷔 무대를 위해 데님을 퀼트하거나 닳아 보이게 만드는 것부터 마치 퍼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까지, 데님에 대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강렬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데님은 한정된 스타일에 그치지 않고 활용도가 핵심인 클래식한 옷장에서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2022년 F/W 시즌,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데뷔한 마티유 블라지는 데님에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사물을 사진처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예술 기법) 효과를 내기 위해 스캐닝한 가죽을 적용했는데 그 결과 버터처럼 부드러운 보이프렌드 데님이 완성되었다. 또한 럭셔리 니트 업계의 1인자인 로로피아나는 일본 장인의 직기로 짠 부드러운 촉감의 웜 블루 컬러 트라우저를 선보이며 세계 최초의 캐시미어 소재 데님을 탄생시켰다. 시크하게 테일러링한 데님 트라우저는 펜디와 디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디올은 크리스찬 디올의 행운의 숫자를 상징하는 ‘데님 캡슐 디올 8(Dior 8)’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오늘날의 데님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스텔라 매카트니나 매기 마릴린, 발렌시아가, 마더 등 점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유기농 원단과 업사이클링 옵션을 이용하고 있으며, 제조 파트너들 역시 친환경적인 데님을 만들기 위해 염색과 워싱 공정에 큰 변화를 주었다.
2000년대 초반의 디자이너 데님이라 하면 당시 큰 유행을 몰고 온 울트라 로 라이즈 스키니 데님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재는 셀린과 브랜든 맥스웰의 스트레이트 피트부터 발렌시아가와 카이트의 오버사이즈 와이드 피트, 알라이아의 크리놀린 스타일 같은 벨보텀 피트, 알루왈리아와 코너 아이브스의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레이저 프린팅 버전까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피트와 워싱을 선택할 수 있다. 자신에게 꼭 맞는 데님을 만났다면 이는 향후 몇 년 동안 옷장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Denim Styling guide


스키니 진의 동시대 버전은 바로 스트레이트 피트다. 논 스트레치 데님을 재단해 허리 라인 바로 아래부터 발목까지 동일한 너비로 떨어지되 타이트하지 않으면서 체형을 드러낼 수 있는 일반적인 실루엣이다. 슬림한 피트부터 조금 더 넉넉한 피트로 구성되어 있다. 슬릭한 스타일링 비법으로 브랜든 맥스웰이나 셀린을 참고해 크리스피한 원단의 화이트 블레이저 혹은 싱글 브레스트 코트에 굽이 있는 샤프한 부츠를 매치하면 된다.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는 슬림하게 내려오다가 무릎부터 넉넉한 플리츠와 풍성한 플레어가 더해진다. 때문에 밸런스가 중요하다. 상의로 몸에 꼭 맞는 버튼다운이나 섬세한 조직감의 니트를 선택해 바지 상단과 깔끔한 라인을 유지하고 바지 하단의 볼륨과 조화를 맞추길 권한다. 이 데님은 움직일 때의 율동감에 중점을 두고 완성되었다.


클래식 5 포켓 스타일의 진에 드레시함을 더한 트라우저 진은 미드 라이즈의 와이드 레그 형태로 밑단의 커프스 장식이나 핀턱 디테일이 있는 수트처럼 재단된다. 울라 존슨이나 펜디 쇼에서 힌트를 얻어 빛나는 퍼프 슬리브 블라우스나 가죽 뷔스티에를 매치하고 베이식한 부츠를 신으면 이브닝웨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시즌의 데님 워싱은 웨어러블 아트의 새로운 시도이다. 레이저 프린팅은 데님의 패턴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과 에너지 집약적인 세척 공정에 대한 환경친화적인 대안이다. 알루왈리아와 코너 아이브스는 각각 발리우드(Bollywood)와 놀리우드(Nollywood)의 영화 포스터와 미국 서부의 신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선택했고, 그 추상적인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조언을 따라 청청 스타일을 선택하거나 프린트 진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솔리드 컬러의 톱을 선택해도 좋다.


위부터 아래까지 스트레이트하게 재단하되 허리와 허벅지를 살짝 루스하게 처리한 완벽한 힙슬렁 팬츠. 보이프렌드 진은 스트레이트 피트 진의 또 다른 버전이다. 허리가 넉넉해 상의를 넣어 입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므로 바퀘라 스타일처럼 다양한 텍스처의 상의를 레이어드하거나 벨트를 착용해 자신의 허리 사이즈에 꼭 맞게 입어도 좋다.


올가을에 가장 주목해야 할 데님 스타일은 오버사이즈 와이드 피트다. 허리부터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밑단까지 부드럽게 넓어지는 편안한 형태가 특징. 팔라초 팬츠처럼 커팅된 형태로 데님 재킷부터 블레이저와 보트넥 톱까지 모든 상의에 잘 어울린다.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주며 디젤 스타일의 펌프스를 매치할 경우 그 효과를 배로 누릴 수 있다.

(위부터) 데님은 1백만원대 Stella McCartney, 55만원대 Re/Done Levi’s, 12만원대 Everlane, 27만원대 Agolde, 28만원대 AG Jean of Tomorrow, 31만원대 Citizens of Humanity, 21만원대 Maggie Marilyn, 34만원대 Mother jeans, 40만원대 Closed.
에코 데님 용어 사전
유기농 면(Organic Cotton):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더 적은 물로 재배한 면.
업사이클링(Upcycled): 빈티지 데님을 재사용하거나 데드스톡 데님 원단을 사용한 것.
생분해(Biodegradable):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으며 식물성 자재로 만든 데님.
지속가능한 염색(Sustainable Dyeing): 키토텍스(Kitotex, 새우 껍질을 재활용해서 만든 폴리머 ‘키토산’을 쓰는 기술)나 식물성 시즈닝. 그리고 물과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인 질소 염색 같은 테크닉.
지속가능한 워싱(Sustainable Washing): 레이저 및 오존 처리 방식을 사용해 화학물질 없이 데님을 워싱하는 방법.
재활용된 물(Recycled Water): 세척 및 재사용한 데님 공장의 물로 데님을 다시 헹군다.
에어 드라이(Air Dried): 전자 기계 없이 건조하는 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