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랄프 로렌 폴로 셔츠의 히스토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50주년 랄프 로렌 폴로 셔츠의 히스토리

50년 동안 겹겹이 쌓여온 랄프 로렌 폴로 셔츠만의 시대정신

BAZAAR BY BAZAAR 2022.06.10
 
폴로, 이 단어를 스포츠의 한 종류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데는 랄프 로렌이라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컸다. 혹자의 말처럼, 디즈니에 미키마우스가 있고 뉴욕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다면, 랄프 로렌에는 폴로 셔츠가 있다. 지난 50년간 폴로 셔츠가 걸어온 길은 패션을 뛰어넘어 삶의 한 장르를 창조해내는 일이었다. 폴로 셔츠를 입는다는 건 미국,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과 같았다.
랄프 로렌은 1939년 뉴욕 브롱크스의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그가 유대교의 사제인 랍비가 되길 원했지만, 그의 꿈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다. 뉴욕시립대를 졸업한 랄프 로렌은 패션 매장 판매원을 거쳐 1967년 자신만의 넥타이 브랜드를 론칭한다. 그 브랜드 이름이 바로 ‘폴로’다. “나는 옷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나는 꿈을 디자인한다.”라는 랄프 로렌의 패션 철학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귀족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폴로의 이름을 빌려 탄생한 이 브랜드는 처음부터 패션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우아하고, 매력적이며, 환상적인, 마치 상류층의 스포츠인 폴로처럼 말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 좌판에서 넥타이를 팔던 이민자 청년 랄프 로렌은 이후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다. 랄프 로렌의 넥타이 사업은 성공했고, 이어 남성복까지 생산하며 맨해튼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내에 매장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이듬해에는 미국 상류층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인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이와 더불어 1972년 랄프 로렌의 아이콘이 된 폴로 셔츠를 출시한다. 이후 그가 동경해 마지않았던 상류사회 속으로 폴로 셔츠는 빠르게 스며들었다. “이 셔츠는 어떻게 보면 폴로 선수 자수로 일종의 포부를 상징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저 다양한 색상의 멋진 셔츠이기도 하다.” 랄프 로렌 스스로 정의하듯 폴로 셔츠에는 아이러니한 폴로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단순히 상류층 스타일의 패션을 소개하기보다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패션을 통해 누구나 특권층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폴로 셔츠는 왕족부터 래퍼, 대통령, 영화배우, 운동선수, 심지어 졸업 사진 속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입는 민주적인 패션이지만, 각자가 품는 폴로 셔츠에 대한 정의는 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여가를 위한 옷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격식을 갖춘 무언가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에게는 취향을 드러내는 옷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취향을 숨기는 옷일 수도 있다. 어떠한 옷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 다른 형태로 입혀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적인 패션의 근본이다.
2017년, 시대정신을 담은 이 폴로 셔츠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Is Fashion Modern?» 전시에 소개되며 현대 패션으로는 드물게 영구 소장됐다. 이제 역사는 폴로를 스포츠가 아닌 패션으로 더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진화 중인 폴로 셔츠의 라벨.

진화 중인 폴로 셔츠의 라벨.

BIRTH OF A LEGEND

폴로 셔츠를 이루는 네 가지 상징적인 요소.
 
The pony
폴로 랄프 로렌의 상징인 포니 장식은 맬릿(나무망치)을 휘두르며 질주 중인 폴로 선수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 포니 로고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손끝에서 직접 탄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로고를 만들 당시 그는 폴로 경기에 실제로 가본 적이 없었다. 포니 로고는 1972년 폴로 셔츠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이후 지금까지 폴로 셔츠 디자인의 핵심으로 꼽힌다. 1.25인치의 포니 로고는 1천1백 번의 스티치를 통해 탄생되며 5인치의 빅 포니 로고는 무려 9천7백 번의 스티치로 이뤄져 있다.
 
Colors
폴로 셔츠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다양한 컬러다. 처음 폴로 셔츠가 만들어졌을 때는 총 24가지 컬러로 시작했다. 당시 남성 폴로 셔츠에 이토록 다양한 컬러를 넣은 건 랄프 로렌이 최초였다. 그리고 현재는 적어도 40여 개가 넘는 컬러의 폴로 셔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Detail
폴로 셔츠를 유일무이한 폴로 셔츠로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세심한 디테일이 필요하다. 우선 폴로 셔츠의 소매 끝단은 착용자의 팔 근육이 돋보일 수 있도록 수년간에 걸쳐 수정되며 찾아낸 황금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셔츠 뒷단을 앞단보다 길게 만들어 다양한 스타일링 연출을 가능하게 했다.
 
Get better with age
랄프 로렌의 디자인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폴로 셔츠 역시 시간에 따라 더 숙성된 멋을 가지게 된다. 1985년 랄프 로렌은 ‘The Weathered Polo Shirt’란 이름으로 컬러가 바랜 폴로 셔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나이가 들수록 가치를 더하지만, 패션에서만큼은 세월이 지난 것에 대해 ‘트렌드에 뒤처진 것’, 혹은 ‘낡은 것’으로 폄하된다. 하지만 랄프 로렌은 폴로 셔츠를 통해 이런 정신에 반항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멋스럽게 익어가는 컬러.

시간이 지날수록 멋스럽게 익어가는 컬러.

펫 버전의 폴로 셔츠도 선보인다.

펫 버전의 폴로 셔츠도 선보인다.

미군과 관련된 여러 상징이 더해진 투어 셔츠.

미군과 관련된 여러 상징이 더해진 투어 셔츠.

유방암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핑크 포니.

유방암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핑크 포니.

폴로 셔츠의 컬러만큼이나 다양한 포니 로고 컬러.

폴로 셔츠의 컬러만큼이나 다양한 포니 로고 컬러.

“나는 옷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나는 꿈을 디자인한다.” ‐ 랄프 로렌
 
“나는 폴로 셔츠가 그것을 입는 사람의 삶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 ‐ 랄프 로렌
 
“컬렉션 작업을 할 때, 나는 마치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한다. 패션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 랄프 로렌
 
“폴로 셔츠(polo shirts)는 무수히 많지만, 폴로 셔츠(Polo shirt)는 단 하나뿐이다.”‐ 작가이자 비평가, 폴 골드버거
 
“폴로 셔츠는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즐겨 입기 때문에 대중과 동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제품의 고유성 덕에 자신만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 영화감독, 켄 번즈
 
“폴로 셔츠는 랄프 로렌 그 자신에 관한 것이다. 그는 폴로 셔츠 한 벌로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꿨다. 그가 파는 것은 우리가 모두가 원하는 삶 그 자체다.” ‐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랄프 로렌은 무엇이든 약간의 터치로 훨씬 더 나아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명확하게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만든 옷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 영화배우, 톰 셀렉
 
“처음 음악계에 발을 디뎠을 때 난 매일 랄프 로렌만 입었다. 주변에서 옷을 다양하게 입어야 된다고 말릴 정도였다. 내 스타일은 대부분 진짜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그날 해야 할 일을 위해서 옷을 입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 뮤지션, 패럴 윌리엄스 

1991년에 촬영된 폴로 빅 셔츠 캠페인.

1991년에 촬영된 폴로 빅 셔츠 캠페인.

폴로 셔츠의 클래식으로 불리는 화이트 컬러 셔츠.

폴로 셔츠의 클래식으로 불리는 화이트 컬러 셔츠.

폴로 셔츠를 장식하는 ‘The P-wing’ 로고.

폴로 셔츠를 장식하는 ‘The P-wing’ 로고.

폴로 셔츠가 가장 민주적인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컬러의 역할이 컸다.

폴로 셔츠가 가장 민주적인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컬러의 역할이 컸다.

1991년 처음 선보인 이후 포니 로고와 함께 폴로 셔츠에 등장 중인 폴로 베어 로고.

1991년 처음 선보인 이후 포니 로고와 함께 폴로 셔츠에 등장 중인 폴로 베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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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Polo ralph lauren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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